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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약속, 취소하는 대신 장소만 옮겼어요. 온라인으로.”

코로나 사태에 연말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송년회 등 각종 모임이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랜선주점’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직장에서도 연말 송년회나 종무식·시무식 등을 비대면으로 준비하고 있다. 연말 콘서트나 여행도 랜선으로 옮겨왔다. 가수들은 연말 랜선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고, 핀란드 산타 마을로 가상여행을 떠날 수 있는 VR 체험 상품도 나왔다. 

◇랜선 송년회, 생각보다 편리하고 재밌어

2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주말 친구들과 ‘랜선 송년회’를 했다. 매년 연말이면 함께 모여 1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지만, 올해는 코로나 탓에 랜선으로 대체했다. 외부 모임을 자제하라는 회사의 지침도 있었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코로나 감염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예년처럼 술집에서 모이는 대신 각자 집에서 먹을 음식과 술을 준비해놓고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에서 만났다.  

A씨는 “처음에는 어색할 줄 알았는데, 얘기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라 3시간 가까이 떠들었다”며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술도 취향껏, 재량껏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술자리가 끝나고 따로 이동할 시간이 들지 않는 것도 랜선 송년회의 장점이다. A씨가 랜선 송년회를 마친 시간은 11시 30분. 평소 같으면 막차를 놓치지 않게 부랴부랴 지하철역으로 향해야 했지만, A씨는 양치를 한 후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랜선 모임의 편리함을 느낀 A씨와 친구들은 조만간 다시 한번 줌으로 모임을 갖기로 했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들과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랜선 송년회의 또 다른 장점이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B(28)씨는 랜선 송년회 덕분에 오랜만에 친구들과 회포를 풀었다. B씨는 “평소 친구들이 모일 때마다 영상통화로 안부를 전하긴 했지만, 짧게 끝나서 아쉬웠다”며 “코로나 때문에 1년 가까이 한국을 못 가서 우울했는데 친구들과 웃고 떠들면서 그간의 설움을 풀었다”고 했다.

◇랜선 회의 이어 연말 행사도 비대면으로  

직장에서는 재택근무를 활성화했고, 회의에 이어 송년회나 종무식 등 각종 모임도 비대면으로 대체하고 있다. ‘애니팡’ 제작사인 선데이토즈는 12월11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온라인 송년회를 열었다. 대형가전이나 특급 호텔 숙박권 등을 선물하는 경품 추첨 행사도 빼놓지 않았다. 약 150명이 경품에 당첨되는 행운을 얻었고, 경품과 별개로 모든 구성원이 치킨 상품권을 받기도 했다.

한화솔루션도 18일 IPTV와 유튜브를 활용해 경영설명회 및 송년 행사를 열었고,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직원 1000여명이 모이는 랜선 송년회를 준비 중이다. 종무식을 비대면 방식으로 준비하는 기업도 많다. 취업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기업 회원 6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4%가 “온라인 회식, 종무식 등 비대면 연말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은 2009년부터 시작한 공인중개사 합격자 모임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공인중개사 합격자 모임은 수험생들의 합격을 축하하고, 합격 이후 안정적인 사회 활동을 돕는 인적 네트워크를 마련해주자는 취지로 마련한 축하의 장이다. 에듀윌 홍보대사인 방송인 서경석씨의 사회로 약 3000명의 합격생이 비대면으로 만나 합격의 기쁨을 나눴다. 에듀윌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새로운 인생의 성공적인 첫걸음을 뗀 합격생분들을 직접 뵙고 축하드리지 못한 점이 아쉽고 송구하다”라며 “앞으로도 업계를 선도하는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말 맞이 랜선 콘서트·여행도 인기

연말 콘서트도 랜선으로 무대를 옮겼다. K팝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으로 자리매김한 에이핑크는 27일 온라인 공연 '2020 에이핑크 온라인 스테이지-핑크 오브 더 이어'(2020 Apink Online Stage-Pink of the year)를 연다. 한 해를 돌아보는 연말 결산 공연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팬들과 함께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개인 활동부터 그룹 활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 선정 ‘올해의 연예인’(Entertainer of the Year)으로 뽑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도 랜선으로 팬들을 만난다. 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31일 BTS와 함께 뉴이스트, 여자친구, 이현 등이 참여하는 온라인 합동 공연 '2021 뉴이어즈 이브 라이브 프레젠티드 바이 위버스'(2021 NEW YEAR'S EVE LIVE presented by Weverse)을 연다고 밝혔다. 빅히트는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연말 빅히트 레이블즈 합동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해외의 연말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랜선 여행 상품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핀란드 항공사인 핀에어는 핀란드 북극권에 있는 산타클로스의 고향 마을인 로바니에미 마을과 함께 VR 체험 상품을 크리스마스 당일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로바니에미는 산타의 공식 거주지부터 집무실, 도서관, 우체국 등의 시설이 모인 테마 마을로 매년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에 직접 산타 마을을 방문하기 어려워졌지만, 핀에어 숍 홈페이지에서 10유로를 내면 가상으로 산타 마을을 여행할 수 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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