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못 받던 홍대생은 졸업 후 이렇게 됐습니다

조회수 2020. 12. 24. 15: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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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인정 못 받던 홍대생은 졸업 후..
베리준오 오준식 대표
좋은 가치에 쓰이는 곳의 디자인하고 파
남승룡 기념관, 서울로7017 등 재능기부도

서울로7017, 남승룡 러닝러닝센터, 삼성 래미안…


서울의 중심 '중구'에서 고개를 돌리면 '그'의 손을 거친 브랜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고가차로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손기정 뒤에 가려져 있던 영웅 마라토너를 발견한 주인공은 '오준식' 디자이너다. 경력 16년 이상 베테랑 디자이너인 그는 디자인 회사 '베리준오' 대표이기도 하다. 그의 명함에는 'Do right thinking and design'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회사의 목표이자 그가 디자인을 하는 이유라고 한다. “좋은 목적, 좋은 가치, 좋은 상품에 쓰일 수 있는 디자인을 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베리준오 제공
오준식 대표.

◇어머니의 영향으로 미대 진학


오준식 대표는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84년에 미대진학을 결정했다고 한다. 미술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물으니 오 대표가 오래전 기억을 더듬으며 말을 꺼냈다.


"옛날 기억이 선명합니다. 집에는 항상 어머니의 벼루와 글씨가 있었어요. 당시 어머님은 킹사이즈 침대보다 큰 종이에 앉아서 글을 쓰셨습니다. 또 같은 크기의 이불 위에서 바느질을 하셨어요. 어머니께서 가라고 하셔도 항상 그 위에서 놀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접한 것들이 캘리그라피, 타이포그라피, 그림, 디자인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많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대를 택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디자인을 선택했어요. 저는 누군가 내용을 설명해주면 그걸 이해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 순수미술은 설명이 부족했어요. 또 어려운 단어가 많았습니다. '인간성 상실의 회복을 위한 작품'이라는 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제가 인간성 상실은 무엇이고, 작품이 회복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하는지 물어보면 답을 못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디자인은 모든 게 설명이 돼 있었어요. 그게 좋았습니다. 설명을 잘하는 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미술인 디자인에 흠뻑 빠졌죠."

출처: 베리준오 제공
오 대표가 브랜딩에 참여한 브랜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에서 한국으로


오준식 대표는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 재학 당시 학교에서 크게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학부시절 대부분 전공에서 C를 받았습니다. 제가 생각한 방식에 대해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 딱 한 교수님께서 A를 주셨어요. 새로운 방식으로 앉을 수 있는 것을 고안하는 디자인적 사고를 완성해오는 과제였어요. 당시 교수님께 발상이 새롭다는 칭찬과 함께 처음으로 A를 받았습니다. 이 계기로 디자인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에서 배우고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당시 프랑스 주간지 레벤망 송년호에서 ‘디자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더욱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시간을 뒤로하고 2000대 초반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유학하면서 느낀 건데, 디자인을 할 때 프랑스 사람은 프랑스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이태리는 이태리를 담아냅니다. 저도 나를 담아낼 콘텐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지점에 도착을 했어요. 당시에는 재불, 재미작가 등이 중요한 수식어였습니다. 반항심이 있어서 그런 말이 성공의 방정식이 되는 게 싫었습니다. 또 본토에서 활동하면서 전 세계 프로젝트를 맡는 일본 건축가, 디자이너가 부러웠습니다. 내 문화에서 영감을 받고 일하면서 동시에 세계가 찾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돌아왔습니다."

출처: 베리준오 제공
오준식 대표가 재능기부를 통해 브랜딩 했던 '서울로'.

◇현대카드, 아모레퍼시픽 거쳐 베리준오 설립


한국에 돌아와 이노디자인, 현대카드, 아모레퍼시픽, 중앙일보 등을 거쳤다. 그중 어떤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지 묻자 오준식 대표는 '노코멘트'라 답했다. 그는 "각 시대에서 중요한 프레임을 제시하고자 하는 분들과 일했다. 내게는 모두 다 의미 있고 소중했다"고 했다.


그러다 2017년 디자인 회사 '베리준오'를 시작했다. 회사 명함에는 'Do right thinking and design'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베리준오의 디자인이 좋은 목적, 좋은 가치, 좋은 제품에 쓰이는 곳과 일하고 싶다는 의미다. 회사 설립 이유기도 하다. 작업은 '메디테라피'라는 스타트업부터 중견 기업 '코스맥스', 대기업 '삼성물산'까지 아우른다. 그중 코스맥스는 베리준오 법인 설립부터 지금까지 작업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중견기업 대부분 회사 가치 대비 그 가치가 전달이 잘 안됩니다. 브랜드 관리가 잘 안되는 것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25주년을 맞이해 CI, BI 등을 재디자인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뿌듯한 작업이었고 기업의 소통 대상은 소비자뿐만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죠. 기업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입사지원의 퀄리티가 좋아졌다고 합니다. 기업의 가치를 전달하는 게 앞으로 미래를 위해 함께 일해야 하는 새로운 세대에게도 중요한 것이었죠."


'옳은 생각, 옳은 디자인을 하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1년에 20%라도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예산이 없어도 디자인의 손길이 꼭 필요한 좋은 일에는 디자인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오준식 대표의 소명이다. '서울로 7017', '남승룡 러닝 러닝센터(Learning running center)', '제주 올레길' 등이 있다.


"서울로7017에 재능기부를 결정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였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국내에서 환경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정치적 이슈가 부각돼요. 상대적으로 프로젝트의 본질인 디자인 퀄리티와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재능기부는 늘 해오던 것이기 때문이었죠. 그렇지 않아 보이지만 서울로7017을 브랜딩 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이름입니다. 네이밍을 할 때 가장 처음 한 것은 이곳을 ‘공원’으로 볼지, ‘길’로 볼지 결정하는 것이었어요. 저는 ‘길’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관계자들을 설득했죠. 그렇게 서울역 고가에 대한 정체성을 정의하고 나서 나머지 디자인은 보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출처: 베리준오 제공
SBA와 함께한 '서울메이드' 브랜딩.

◇자신의 브랜드 론칭


오준식 대표가 서울에 갖는 관심은 ‘서울메이드’로 이어졌다. 서울메이드는 서울산업진흥원(SBA)에서 론칭한 것으로 국내 우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유통 브랜드다. 서울메이드의 브랜딩을 맡았다.


“제게는 한국을 베이스로 하는 브랜딩이 중요합니다. 한국은 두 가지의 수식어를 갖고 있습니다. ‘코리아’와 ‘서울’입니다. 한국전쟁부터 시작해 어려웠던 시절, 분단, 북한 핵문제 등 수많은 것들이 떠오릅니다. 흥미로운 것도 있지만 안 좋은 것들도 많아요. 서울은 여기에서 부정적인 것은 빠지고 긍정적인 부분만 남습니다. USA와 미국이 다르고 프랑스와 파리가 다른 브랜드인데, 이것이 성립되는 국가가 많이 없습니다. 서울도 많은 문화 예술, 에너지 등 매력 지수 때문에 별개의 단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부분을 소중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정확하게 인식하고 추진해보고 싶어 하는 곳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그 취지에 공감해서 참여했습니다.


또 서울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을지로의 제조업부터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춤까지 다양합니다. 이제 '메이드'라는 건 손으로 만드는 것에 국한돼 있는 게 아닌 아이디어도 포함입니다. 그래서 '메이드'가 머리를 형성하는 BI를 만들었습니다. 창작 속 다양성을 고려해 표현, 표정, 색감을 다채롭게 했습니다.


화장품 제조·연구기업 코스맥스가 전 세계에 보내는 시제품에도 ‘서울메이드’가 찍힌다. 서울에서 인증한 연구결과라는 의미다. 이렇게 신생기업뿐 아니라 이미 자리를 잡은 기업과도 협업을 한다. 서울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호흡을 맞추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출처: 베리준오 제공
오 대표가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 '이사무애'.

오준식 대표는 최근 한방 화장품 브랜드 '이사무애'를 론칭했다. 국내에 한국적인 브랜드가 부족한 게 아쉬워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항상 한국의 문화를 대변하는 브랜드가 부족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한국에는 한국적인 브랜드보다는 외국 브랜드를 따라 하는 곳이 많습니다. 브랜드 대부분이 영어나 프랑스어로 돼있고 모델도 외국인입니다. 이런 브랜드의 타깃은 한국입니다. 이게 안타까웠어요. 또 K뷰티가 한창 번성하던 시절 '이 트렌드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세대와도 소통이 되는 한국 뷰티 브랜드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죠. 이런 종합적인 생각에서 탄생한 브랜드입니다."


이런 오준식 대표의 다음 목표는 자신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논리 전달이 충실한 디자인을 해왔고 또 그걸 잘해왔다고 믿고 있습니다. 수많은 회사와 일을 하면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했어요. 이제는 저도 제 스타일을 보여드리는 부분을 디자인에 담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스타일은 자연과 가깝고 오랜시간 지속 되는 것을 지향합니다. 재능기부 역시 지금처럼 이어갈 생각입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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