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에 내놨던 집이 자고 일어났더니 72억 됐어요
누군가 몰래 그린 벽화 하나로 집값이 20배 가까이 뛰는 일이 벌어졌다. 당초 4억에 집을 팔려고 내놨던 주인은 집값이 72억까지 치솟자 매매 계획을 취소했다. 집주인에게 ‘돈벼락’을 안겨준 이 그림은 영국 출신으로 알려진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banksy)의 그림이었다.
뱅크시는 영국 서부 브리스틀시에 있는 이 주택 외벽에 그림을 그린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다. ‘에취(Aachoo!!)’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스카프를 두른 채 재채기를 하는 한 할머니의 모습을 담았다. 어찌나 세게 재채기를 했는지 입속 틀니가 날아가고 들고 있던 가방과 지팡이마저 놓치는 익살스러운 모습이다.
그림은 22도 경사의 오르막이 막 시작되는 첫 집에 그려졌다. 뱅크시는 이 경사를 이용해 마치 할머니의 재채기로 지나가던 행인의 우산이 뒤집어지고, 길가의 쓰레기통이 쓰러지는 모습을 코믹하게 연출했다.
이 벽화가 뱅크시의 그림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집주인은 그림 훼손을 막기 위해 벽화에 투명 보호막까지 설치했다. 이 사건으로 일부 사람들은 그를 ‘걸어 다니는 로또’라고 부르기도 했다.
◇경매 낙찰된 자신의 15억 작품 찢은 독특한 작가 ‘뱅크시’
뱅크시는 그래피티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몰래 건물 벽이나 지하도, 물탱크 등에 그래피티 작품을 남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대표작은 빨간 풍선을 든 소녀를 그린 ‘풍선과 소녀’다. 2002년 영국 런던 근교에 벽화로 처음 그려진 이 작품은 2018년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104만파운드(약 15억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낙찰 직후 액자 속에 숨겨진 파쇄 장치가 작동되며 절반 이상 훼손됐다.
확인 결과 이는 작가가 의도한 퍼포먼스였다. 뱅크시는 액자 속에 파쇄 장치를 설치하는 장면과 작품이 갈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대영박물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설치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뱅크시 이전, 태초에 그들이 있었으니…
뱅크시 이전 그래피티 아티스트 1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검은 피카소’라 불리는 ‘장 미쉘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다.
10대 시절 지하철 그래피티를 시작한 그는 지저분한 낙서를 하나의 예술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그의 회화 ‘무제’는 2017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380억원에 낙찰, 당시 미국 작가 작품으로서는 최고가를 기록했다. 누군가 천재는 요절한다고 했던가. 장 미쉘 바스키아는 28세의 나이에 헤로인 중독으로 사망했다.
장 미쉘 바스키아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키스 해링(Keith Haring)’ 역시 길거리, 지하철 등에 그림을 그리며 예술적 지평을 열었다. ‘반핵’, ‘인종차별 반대’ 등 무거운 주제들을 단순한 형태와 밝은 색상으로 그려내 주목을 받았다. 공공기물 훼손 혐의로 벌금형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 그림을 마저 완성해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 jobsN 고유선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