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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거른다니..조두순 때문에 날벼락 맞았어요"

조회수 2020. 12. 17.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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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패딩'에 깜짝 놀란 아이더..무슨 죄냐
출처: YTN NEWS 유튜브 캡처
출소 당일 조두순의 모습. 가슴에 박힌 로고가 편집돼 지워졌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이 출소했다. 조두순은 2008년 경기도 안산에서 8세 아이를 성폭행하고 영구적인 장애를 입힌 혐의로 12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서울남부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친 그는 12월12일 시민과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교도소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그의 출소를 반대하며 항의하는 시민과 이를 통제하는 경찰이 부딪혔다. 조두순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뒷짐을 진 채 시민을 향해 2번 고개를 숙이고 차에 올랐다.


조두순의 짧은 등장만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회사가 있다. 등산 의류 브랜드 아이더(eider)다. 조두순은 출소일 아이더 로고가 가슴에 선명하게 박힌 카키색 패딩을 입고 나왔다. 마스크를 쓴 조두순의 얼굴과 아이더 로고가 함께 취재진의 카메라에 담기면서 아이더는 순식간에 ‘조두순 패딩’으로 검색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일부 누리꾼은 “좋은 브랜드인데 조두순이 입었다고 하니 쳐다보기도 싫다”, “아동 성범죄자가 입은 패딩은 믿고 거른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측은 당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국민과 밀접하게 소통하는 당사는 이번 일로 깊은 유감과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언론사에는 “(보도할 때) 아이더 로고를 자르거나 모자이크 처리해주기를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이더 로고와 함께 조두순의 얼굴이 나온 사진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조두순이 출소일까지 남에게 피해를 준다”, “아이더는 무슨 죄냐”는 등 동정 여론이 나왔다.

출처: TV조선 뉴스화면 캡처
휠라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포토라인에 섰던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조두순→아이더, 조주빈→휠라···탈주범 신창원이 시초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입은 옷이나 패션이 대중에 주목받는 현상을 ‘블레임룩(blame look)’이라 한다. ‘비난하다’(blame)와 ‘옷차림’(look)의 합성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블레임룩을 부른 사람은 신창원이다. 신창원은 강도치사죄로 무기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97년 탈옥하면서 ‘희대의 탈주범’으로 악명을 떨쳤다. 신창원은 2년 만인 1999년 다시 경찰에 붙잡혔는데, 이때 그가 입은 무지개 티셔츠가 화제 몰이를 했다. 당시 신창원은 이탈리아 브랜드 미소니의 가품을 입고 있었다. 이 티셔츠는 ‘신창원 티셔츠’로 이름을 알리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3월에는 성 착취물 영상을 불법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찰 송치 과정에서 입은 옷이 주목받았다. 조주빈은 휠라 영문 로고가 들어간 보라색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포토라인에 섰다. 휠라 측은 “주요 고객층인 10대와 특별한 소통을 이어오던 중 발생한 일로,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조주빈이 맨투맨 티셔츠를 입은 날 휠라 운영사 휠라홀딩스 주가는 29.74% 급등해 사실상 상한가를 기록했다. “블레임룩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말이 나왔다.

출처: 디스패치 유튜브, 한서희 인스타그램 캡처
명품을 착용하고 재판장을 찾았다가 비판받은 한서희.

◇명품 두르고 나와 뭇매 맞기도···“패션쇼 하느냐” 지적


유명인이나 범죄자가 입은 옷이 수십, 수백만원을 넘나드는 명품인 경우 반향은 더 크다. 가수 지망생이었던 한서희는 3년 전 빅뱅 멤버 탑과 함께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2017년 9월 그는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한 채 항소심 참석을 위해 서울고등법원을 찾았다. 한서희는 구찌 벨트와 수백만원에 달하는 샤넬 가방을 들고 취재진 앞에 나타났다. 많은 네티즌이 “결혼식 가는 것도 아닌데 명품으로 치장하고 나타나는 의도가 무엇이냐”, “범죄를 저질러놓고 명품 자랑하러 나왔느냐”며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한서희는 SNS에 “가진 게 명품뿐인 걸 어쩌라는 것이냐”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가방 사진을 올리며 “이건 샤넬 아니니까 패지 말라”며 비꼬기도 했다.

출처: 비디오머그, MBCNEWS 유튜브 캡처
2019년 7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황하나와 그가 피의자 심문 때 입은 분홍색 원피스.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박유천과 연인 사이였던 황하나는 블레임룩을 역으로 이용한 인물로 꼽힌다. 황하나는 2019년 4월 불법 마약 투여 혐의로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환자복 차림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체포부터 구속 결정까지 4차례 이상 옷을 갈아입고 다른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나타났다. 그중에서는 자신이 SNS에서 판매하던 분홍색 원피스도 있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미결수(재판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구금된 피의자 또는 형사 피고인)는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 참석할 때 사복을 입을 수 있다. 등장할 때마다 달라지는 옷차림에 “패션쇼 하느냐”라는 지적이 나왔다.


블레임룩은 브랜드를 수많은 사람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한다. 하지만 주목을 받는 만큼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브랜드 이름이 올라와도 제품에 대한 관심은 잠깐이고, 길게 보면 브랜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범죄자가 잠깐 착용한 제품이라는 사실만으로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고 해도 이를 반기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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