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우리 전통문화" 김치, 아리랑, 한복 넘보는 나라
중국의 원조 논란···이젠 한복도 중국 전통의상
김치는 중국서 전래, 아리랑은 중국 문화유산 주장
2020년 미스홍콩 선발대회(香港小姐竞选, Miss Hong Kong Pageant)’가 2020년 9월 무관중으로 열렸다. 그런데 특별 공연에서 익숙한 옷을 입은 댄서들이 등장했다. 바로 한국의 전통의상, 한복이었다. 자국의 미인대회에서 타국의 전통의상을 입는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한복 원조’ 논란은 중국의 게임 회사 페이퍼게임즈가 모바일 스타일링(옷 입히기) 게임 ‘샤이닝니키’를 10월29일 국내에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샤이닝니키는 한국 출시를 기념하며 ‘한복’ 아이템을 한국과 중국에 함께 공개했다. 그러면서 한복을 한국의 전통의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다수의 중국 네티즌이 한복을 보고 "이건 중국 명나라 의상, 한푸(漢服)" 또는”중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고유 의상이다”라고 주장하며 발생했다.
이러한 주장이 국내에도 알려지자 국내 ‘샤이닝니키’ 이용자는 아이템 환불을 요청하거나 탈퇴를 했다. 페이퍼게임즈는 11월4일 공식 SNS인 웨이보를 통해 "중국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국가의 존엄을 지키겠다"라고 밝혔고 다음날 출시 일주일 만에 한국판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중국 네티즌이 한복의 원조라 주장하는 ‘한푸(漢服)’
중국의 전통 의복으로 널리 알려진 '치파오’는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이 입던 옷에서 유래됐다. 반면 한푸(漢服)는 ‘한족의 전통 복장’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한푸는 형태가 특정된 치파오와 달리 한족의 역사와 함께 하며 다양한 변천 과정을 거쳤다.
중국 국영언론사인 ‘신화망’은 “청두(成都)시 원수팡(文殊坊)에서 11월22일 한푸 문화제가 개막했다”라고 보도하며 한푸를 중국 ‘한족의 전통복’이라고 말했다. 또 한푸 애호가들이 각종 스타일의 전통 한푸를 입고 퍼레이드를 열며 한푸 문화의 매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퍼레이드에는 한 가지로 특정할 수 없는 진(晉)·당(唐)·송(宋)·명(明) 등 역대 왕조의 전통 복장이 등장했다.
한복과 유사한 명대의 한푸는 원나라에서 유행한 고려의 풍습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 네티즌이 원조라 주장하는 한푸는 오히려 고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한복의 원조라 할 수 없다. 또 의복전문가들은 중국의 한푸와 우리나라의 한복은 같은 것이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식 김치가 국제 표준일까?
중국의 원조 주장은 한복만 아니라 김치에도 있다. 중국은 ‘중국’의 김치 제조법이 국제 표준이 됐다고 11월29일 발표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중국이 김치 산업의 6개 식품 국제 표준을 제정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김치 산업은 이번 인가로 국제 김치 시장에서 기준이 됐고, 김치 국제 표준은 세계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김치’는 우리나라 김치와는 아예 다른 식품이다. 중국이 국제 표준으로 등록한 ‘쓰촨 김치’는 중국식 염장 채소 ‘파오차이(paocai)'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에 ISO 24220으로 제정되는 내용은 ‘파오차이’이고, 이는 쓰촨 지역의 염장채소”라고 밝혔다. 또 “ISO 문서에도 쓰촨김치는 ‘파오차이’로 명시하면서 해당 식품 규격은 우리 김치(Kimchi)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김치(Kimchi)에 관한 식품규격은 2001년 유엔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회원국들이 이미 국제 표준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중국 정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중 언론의 김치 종주국 논쟁’ 관련 질문을 받고 “논쟁이 있었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국제 사회에서는 김치와 파오차이를 구분하고 있다. 단지 중국에서만 한국식 김치와 중국식 김치를 모두 ‘파오차이’라고 부르는 것뿐이다.
이러한 설명에도 중국의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약 6934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매체 ‘월드와이드웹(环球网)’은 9일 ‘중국이 김치 원조국’이라 보도했다. 월드와이드맵은 Baidu Baike를 인용해 “Weibo에 직원이 권위있는 미디어 및 학술 기사에서 일부 참고 자료를 발견했다”며 “중국의 장아찌가 삼국 시대에 전해져 현재의 한국 김치가 됐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과 한국을 연구하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김치는 중국인에게는 반찬일지도 모르지만 한국인에게는 세계에서 중요한 발명품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스리슬쩍 원조 주장,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 한국 문화를 중국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물밑 작업이 눈에 띈다. 2002년부터 5년간 진행됐던 중국의 동북공정을 떠올리게 한다. 동북공정은 중국 국경 안에서 일어난 동북쪽 변경지역의 역사와 현상을 모두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연구 프로젝트이다. 중국의 동북공정 연구 사업은 2007년에 종료됐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중화사상(中華思想)을 중심으로 중국인은 동북공정식의 인식을 지닌 체 왜곡된 사실을 퍼뜨리고 있다.
실제로 2011년 중국은 ‘조선족 아리랑(阿里郞)’를 자국의 국가급 무형유산으로 발표했다. 그러면서“조선족이 중국의 소수민족이므로 이들이 부르는 노래 '아리랑'도 중국의 문화다"라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은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응해 2012년 유네스코에 먼저 등재를 신청했고 아리랑은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러한 사태와 관련해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8일 개인SNS를 통해 잘못된 주장을 펼치고 있는 중국 사이트 바이두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중국에서 한국 고유의 문화를 자신의 것이라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타국의 문화를 존중할 줄 아는 마음부터 갖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글 jobsN 이실아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