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없어서 못판다, 호빵 회사의 반전 대박 물건

조회수 2020. 12. 10.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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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당 7.6개' 팔리는 호빵보다 요즘 더 인기라는 '호찜이' A-Z
출처: SPC삼립 제공
추억의 삼립호빵 찜기와 호빵 간판

찬 바람이 부는 계절이 오면 어김없이 동네 구멍가게 앞에는 빨갛고 큰 찜통이 놓여 김을 모락모락 뿜어냈다. 찜통 안에는 하얗고 포동한 호빵이 가슴을 한껏 부풀리며 익어갔다.


그 시절의 추억을 담은 빨간 호빵 찜기가 레트로 열풍을 타고 다시 돌아왔다. 1972년 국내 최초로 원통형 호빵 판매 찜통을 만들었던 SPC삼립이 삼립호빵 출시 50주년을 맞아 내놓은 한정판 굿즈 ‘호찜이’다.

출처: SPC 삼립 제공
호찜이

그 시절의 원통형 찜통과 똑 닮았지만 사이즈는 대폭 줄었다. 한 번에 찔 수 있는 호빵은 단 하나. 쓸모가 많아 보이진 않지만 요즘 없어서 못 판다. 앙증맞고 귀여운 외관에 밥솥에 쪄도, 찜통에 쪄도 정말 맛있게 찌기는 힘든 호빵을 1분 만에 전자레인지에서 기가 막히게 쪄내기 때문이다.


호찜이가 첫 선을 보인 10월 삼립호빵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 늘어났다. 올해 전체 매출은 1200억원대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삼립에 ‘대박’ 선물을 안겨준 호찜이 기획자에게 호찜이 개발 과정과 앞으로의 판매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해주세요. 


“SPC삼립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에서 삼립호빵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를 담당하고 있는 김보하 대리입니다. 이전에는 그룹 내에서 샐러드, 디저트 브랜딩을 담당했습니다.”


-호찜이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


“지난 10월18일 카카오 선물하기 채널을 통해 첫선을 보인 후 1시간도 안 돼 준비한 수량 1만5000개가 다 팔렸다. 네이버 쇼핑 라이브에선 판매가 3분 만에 끝났다. 다른 채널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호찜이를 사람들이 왜 좋아한다고 생각하는지. 


“호찜이는 빨간 호빵 찜기를 떠오르게 하는 귀여운 외관과 간편하면서도 촉촉하게 호빵을 쪄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면이 있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내부에서도 ‘잘 팔릴 것 같다’, ‘갖고 싶다’, ‘귀엽다’ 등 좋은 반응이 있었다.”

출처: MBC 놀면뭐하니 화면 캡처
호빵을 먹는 유재석과 가수 화사

-회사 사람들은 호빵을 찐빵이라 부르지 않는다고 들었다. 차이가 뭔가.


“호빵은 뭐고, 찐빵은 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스테이플러를 ‘호치키스’로, 상처 보호용 밴드를 ‘대일밴드’라 부르는 것처럼 호빵도 1971년 SPC삼립(당시 삼립식품)이 내놓은 찐빵의 한 브랜드다.” 


-호찜이 기획 배경이 궁금하다. 


“지난해 ‘삼립호빵 가습기’를 내놨을 때 많은 고객이 ‘찜기인 줄 알았다’, ‘호빵이 쪄지면 좋겠다’ 등 의견을 주셨다. 내부에서도 호빵 찜기는 매년 등장하는 아이디어였다. 그래서 만들기 시작했다. 준비는 여름부터 했다. 가습기가 꽤 성공적이었던 데다가 올해는 삼립호빵 출시 50주년이라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호빵은 삼립을 상징하는 제품이다. 호빵 시즌은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 초까지다. 출시 당시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6개월만 팔았는데도 회사 전체 연간 매출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팔렸다. 1971년 12월 31일에는 하루 출하량 100만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호찜이는 귀여우면서도 실용적인 아이템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제작했다. 호빵이라는 명성에 부끄럽지 않은 제품이 나온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출처: SPC 삼립 제공
호찜이 제작 디자인 시안

-제작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호찜이 하단 물받이에 들어가는 물의 양과 전자레인지에 찜기를 돌리는 최적의 시간 조합을 찾는 게 까다로웠다. 물양과 시간이 딱 맞아떨어져야만 찜기에서 갓 찐 것 같은 호빵을 맛볼 수 있다. 수십번의 테스트를 통해 최적의 물 용량(50mL)과 전자레인지 조리 시간(1분)을 찾아냈다.” 


-호찜이를 살 수 있는 채널, 물량을 확대해달라는 요청이 많다. 


“인기가 많아지면서 여러 유통채널에서 연락이 많이 온다. 현재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지만, 고객 요청이 많아 오프라인 채널과도 협의 중이다. 곧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물량은 당초 예상보다 높은 호찜이의 인기 때문에 부족한 게 사실이라 추가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더 많은 분이 호찜이를 구매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호찜이 출시 후 삼립호빵 매출도 늘었다고 한다. 


“호찜이 판매를 시작한 10월 기준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0% 정도 성장했다. 호찜이 판매가 온라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온라인 매출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출까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출처: (좌) SPC 삼립 인스타그램 캡처 (우) 29cm 쇼핑몰 상세화면 캡처
(좌) 플리스 호빵 (우) 플리스 재킷

-호찜이 이외에도 ‘호빵 플리스 재킷’, ‘플리스 호빵(쿠션, 머플러, 버킷햇 구성)’ 등 굿즈들이 많이 나왔다.


“코오롱FnC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하이드아웃’과 함께 진행한 플리스 재킷은 출시 이틀 만에 모두 팔렸다. 플리스 호빵도 꾸준히 판매 중이다. 플리스 호빵 굿즈 수익금은 주거 취약계층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작년에 내놓은 가습기의 인기도 좋다. 모두 삼립호빵의 ‘온기’와 ‘겨울’이라는 계절성을 반영한 제품이라 공감을 많이 얻은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 


“출시 이후 50년간 팔린 호빵은 모두 60억개다. 지구촌의 모든 사람이 하나씩 먹을 수 있는 양이다. 한 해 평균 판매량은 1억2000만개다. 1초당 7.6개 팔린다. 이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에도 벌써 몇십 개의 호빵이 팔려나갔다는 이야기다. 이런 전통과 역사를 가진 제품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 예를 들어 12월 중으로 강남대로 버스정류장에 온열 시트, 온풍기 등을 설치한 삼립호빵 찜기 모양의 쉼터를 설치해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호빵의 따뜻함을 전하려고 한다. ‘삼립호빵 브랜드북’도 출시할 예정이다.” 


글 jobsN 고유선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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