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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주식 터지자 월급은 신경도 안쓰이더라고요"

조회수 2020. 12. 3. 07: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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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주식으로 대박 났지만..돈 못 굴려주는 펀드에 화나 시작했습니다
유튜버 ‘김단테’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
창업한 회사 카카오에 팔고 받은 주식이 대박
펀드 수십개에 돈 넣었다 낮은 수익률에 재창업

“30대 초반에 은퇴하면 정말 할 일이 없어요. 놀고먹는 것도 한때죠. 조기 은퇴를 해보니 평생, 대신 즐겁게 일하고 싶더라고요.”


김동주(37) 이루다투자일임 대표는 투자 유튜버 ‘김단테’로 더 유명하다. 대원외고를 거쳐 카이스트(KAIST) 전산과를 나왔다. 졸업 후 직장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모바일 소셜커머스 회사 ‘로티플’을 창업했다. 아이폰 1세대가 막 출시될 때였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아 고민하던 중 모바일 서비스에 관심이 있는 여러 회사에서 인수 제의를 받았다. 카카오도 그중 하나였다. 고심 끝에 카카오에 회사를 매각하고 현금 대신 카카오 주식을 받았다. 카카오 직원이 100명에 불과할 때였다.


2014년 카카오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인수 대금으로 받은 카카오 주가가 급등했다. 그날 김 대표의 인생도 바뀌었다. 스마트폰 증권 앱이 계좌 잔고를 제대로 표시하지 못했다. 자릿수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30대 초반에 남들이 평생 꿈꾸는 경제적 자유를 이룬 그는 주식을 팔아 펀드 등 투자 상품 20~30개에 돈을 넣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나도 수익률은 그대로였다. 원금 손실을 낸 상품도 있었다. 투자를 직접 공부하기로 결심한 그는 전업투자자로 변신, 블로그와 유튜브를 시작했다. 2019년 8월 개설한 ‘내일은 투자왕 - 김단테’ 유튜브 채널은 1년 만에 구독자 13만명을 모았다. 작년 말에는 자산배분 투자를 하는 이루다투자일임도 창업했다. 경기도 분당 사무실에서 김동주 대표를 만났다.

출처: jobsN
김동주(37) 이루다투자일임 대표.

-졸업 후 남들처럼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창업에 도전한 계기는.


“첫 회사는 티맥스소프트였다.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는 좋은 개발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창업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 때 회사가 힘들었다. 금융회사에서 쓰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다 보니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줄줄이 중단됐다. 결국 다 받았지만, 월급이 밀리는 상황까지 왔다. 대기업에서 일해보고 싶어 LG전자로 이직했다. 그런데 옮긴 회사에서도 미래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나보다 10년, 15년 먼저 입사한 선배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이때 나는 20대 후반이었다.


2010년, 모바일 시대가 개막할 무렵이었다. 창업에 도전하고 싶었다. 친한 대학 동기들과 자주 카페에 모여 작당모의를 했다. 경기도 일산에 살던 친구가 소셜커머스 사업을 제안했다. 동네에서 작게 서비스를 해 봤는데, 생각보다 사업 성적이 좋다고 했다. PC가 아닌 모바일에서 남들보다 빨리 시작하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로티플이란 회사를 만들었다. 10명 넘는 개발자가 모여 서비스를 개발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15억원을 투자받는 등 사업 진행 자체는 순조로워 보였다. 문제는 수익이었다. 투자한 비용 대비 성과가 낮았다. 소셜커머스 특성상 규모의 경제 모델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지 않으면 사업을 성공시키기 힘들었다. 다른 경쟁사도 적자를 감수하고 버티고 있었다. 수익에 대해 고민할 무렵 카카오 등에서 인수 제의를 받았다.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어본 개발자 집단에 대한 수요가 컸다. 인재를 영입하려고 기업을 인수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여러 기업 중 가장 말이 잘 통했던 카카오와 주식교환을 했다. 지금은 카카오 시가총액이 30조가 넘지만, 그때만 해도 2000억~2500억원이었다. 매각 후 2011년 말부터 카카오로 출근했다.”


-쉽게 말해 엑시트(Exit)를 한 셈인데.


“매각 당시에는 인생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는 생각은 못 했다. 카카오 주식을 받았지만, 상장 전이라 주식을 사고파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냥 사이버머니로 여겼다. 출근 장소만 달라졌다. 하는 일도 비슷했다. 아이폰 서비스 개발을 맡았다. 카카오가 2014년 다음과 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우회상장이란 장외기업이 증권거래소나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과 합병해 심사, 공모주 청약 등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장하는 것을 말한다. 상장일 주가가 급등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월급이 들어와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월급이 들어왔는지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다. 굳이 회사에 다녀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출처: 이루다투자일임 제공

-결국 카카오를 그만두고, 투자자로 변신했다고.


“아침에 일어나기도, 출근하기도 싫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슬럼프라면 슬럼프였다. 일의 성과가 떨어지다 보니 다른 팀원과 회사에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2015년 9월 회사를 나왔다. 퇴사 이후에는 하는 일 없이 지냈다. 공동창업자 중 1년 동안 전 세계를 여행한 친구도 있었다. 나도 쉬면서 여행을 다니긴 했지만, 타지에서 한 달 이상 지내는 것도 고역이었다. 목표도 없었고, 매일 의욕 없이 보냈다. 그러던 와중에 투자를 시작했다. 등락 폭이 큰 카카오 주식을 계속 가지고 있는 건 스트레스였다. 주식을 매각하고 받은 현금으로 남에게 돈을 맡겼다. 다양한 상품에 투자했다. 공모주·국내주식·중국주식 펀드 등 20~30개 상품에 투자했다.


2~3년 뒤 투자한 상품 성적표를 열어 봤는데, 성과가 형편없었다. 내 돈을 왜 이렇게 못 굴려주나 화가 났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투자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닥치는 대로 유료 강의를 들으면서 전업투자자로 변신했다. 프로그램을 짜서 데이 트레이딩(초단타 당일 매매)도 해봤다. 데이 트레이딩은 그날그날 투자 성적표가 나와서 스트레스가 정말 컸다. 보수적으로 자금을 관리하는데도 단 하루에 수천만원을 날린 적도 있다. 수익은 내고 있었지만,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오래 투자 생활을 이어가기는 힘들어 보였다.


안전하게 오래 투자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사 브리지워터를 운영하는 레이 달리오를 알게 됐다. 그의 투자 전략인 ‘올 웨더(all weather·어떤 날씨도 견디는 자산배분 투자법)’도 이때 배웠다. 레이 달리오를 연구한 내용을 블로그에 연재하면서 2018년 올 웨더 투자를 시작했다. 블로그 구독자가 늘면서 출판사 섭외가 들어와 책을 썼고, 2019년 8월에는 유튜브도 시작했다. 유튜브에서는 다양한 투자 관련 콘텐츠를 제공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성공한 투자자들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워런 버핏과 피터 린치 정도만 널리 알려진 게 아쉬웠다. 빌 애크먼·켄 피셔·하워드 막스 등 세계적인 투자자를 소개하면서 구독자들이 빠르게 모였다. 이때 창업도 결심했다.”


-이루다투자일임은 어떤 투자를 하나.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는 패시브(passive) 투자를 한다. 자본주의가 망하지 않는 이상 주식·채권·원자재·금 등 시장 전체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믿음으로 돈을 베팅한다. 패시브 투자에서는 시장을 예측하지 않는다. 물가가 오를지 떨어질지, 경제 성장률이 얼마일지 계산하지 않는다. 많은 투자자가 예측을 잘해서 돈을 번다고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금융투자협회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주가지수보다 좋은 성적을 낸 펀드는 극히 소수다.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3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폭락장 이후 주식 시장이 호황이었다. 이때 주식을 시작한 사람은 주식으로 돈 버는 게 정말 쉽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길게 보면 이런 시장 움직임은 찰나의 이벤트에 불과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꾸준히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이런 패시브 투자 전략을 상품화해 운용한다. 주식·채권·원자재·금 등에 고루 투자한다.”

출처: 김단테 유튜브 캡처
운용하는 상품에 직접 투자하고 계좌를 인증하는 김동주 대표.

-자산배분 투자는 개인투자자도 할 수 있는데, 이루다를 이용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지난 100년간 세계 주식 시장 대부분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그렇다면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다. 혼자 할 수 있다면 해도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자산배분 투자를 제대로 하는 사람을 많이 못 봤다. 지난 3월 폭락장 때 손절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올 웨더 투자를 잘 모른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이 단기간 시장 움직임에 흔들리고, 갑작스러운 폭락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신이 패시브 투자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액티브(active) 투자자인 경우가 많다.


투자는 다이어트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살을 빼려면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하면 된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혼자서 운동하는 사람은 많은 유혹 때문에 실패한다. 옆에서 잔소리하는 트레이너가 필요하다. 이루다가 투자자에게 트레이너 역할을 한다고 본다. 또 우리는 좋은 ETF가 나오거나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오면 바로 대응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를 다듬는 작업을 꾸준히 할 생각이다. 이런 사후관리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투자 상품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투자 상품을 운용하는 사람이 자기 돈을 똑같이 넣고 보여주는 게 가장 확실한 방식으로 믿음을 주는 방법이라고 본다. 나도 우리 상품에 10억원을 투자했다. 고객 대상으로 설명 영상을 찍을 때 내 계좌를 공개하면서 시작한다.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태를 보라. 상품을 만든 사람이 자기 돈을 많이 넣었으면 이런 사달이 나지 않았을 거다. 우리는 고객 계좌의 매수·매도 권한만 넘겨받아 주식을 사고파는데,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한다. 꼼수를 쓸 수 없는 구조다. 여기에 대표가 직접 돈을 투자해 진정성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운용 자금과 누적 고객이 궁금하다.


“운용 자금은 약 280억원이다. 6300여명이 투자하고 있다. 상품을 출시한 지 4개월 정도 지난 걸 감안하면 생각보다 많은 고객이 모였다.”


-앞으로 계획은.


“시장을 추종하는 전략을 만들었으니 시장을 초과하는 알파 수익을 내는 상품도 만들 계획이다. 또 고객과의 소통을 늘리면서 자산을 운용하는 방법, 계좌 나누는 법 등을 알려주는 교육도 할 생각이다. 자산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키우는 게 목표다. 먼 미래를 보면 90살 나이에도 현업으로 뛰는 워런 버핏처럼 살고 싶다. 30대 초반에 조기 은퇴를 경험했더니 놀고먹는 것에 대한 판타지가 없다. 일을 그만두면 정말이지 할 일이 없다.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열정을 갖고 좋은 사람들과 평생 재미있게 일하고 싶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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