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에 더 늘어난 '쿵쿵쾅쾅' 갈등..결국 신종 직업까지 생겼다

조회수 2020. 12. 6.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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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드립'에 '똥테러'까지..신종 직업까지 생겼다는 이것
출처: 보배드림 캡처
층간소음 갈등으로 발생한 ‘똥테러 사건’.

11월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아파트 현관문 앞에 똥테러 당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두 딸을 키우고 있다는 작성자 A씨는 “11월 22일 어떤 정신나간 사람이 가족이 사는 집 현관 문 앞에 똥을 싸고 도어락 초인종에 묻히고 갔다”고 적었다. 층간소음으로 아랫집과 부딪힌 적이 있다고 밝힌 작성자는 아랫집 주민의 보복으로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3일 뒤 조사를 위해 경찰서를 다녀오는 사이 이 집은 또 한 번 테러를 당했다. 이번에는 똥이 아닌 까나리액젓이 도어락에 뿌려져 있었다. A씨는 “범인을 찾기 위해 형사님과 함께 아랫집 주민에 DNA 검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했다. 사건 며칠 전 그의 차량 타이어에는 뾰족한 물체로 찌른 듯한 구멍도 났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다. ‘집콕’ 생활이 일상화하면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도 커지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조사 결과 2020년 1~10월 접수한 층간소음 관련 민원은 3만1445건이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8%가량 늘었다. 지난 9월 누적 신고 수(2만7539건)가 2019년 전체 민원(2만6257건)을 넘어섰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인테리어 공사 소음에 욕설을 담은 경고문을 쓴 고3 수험생.

◇수능 코앞인데 2주째 드릴소리···“가정교육 못 받았냐” 비난


최근에는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이 인테리어 공사 소음에 분노해 아파트에 경고문을 붙였다가 사과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수험생 B씨는 경고문에 “학교는 지금 기말고사 시즌이고 수능은 당장 다음 주인 12월3일인데 아침 9시만 되면 드릴 소리가 끊이질 않네? XX”라고 썼다. 또 “코로나로 독서실, 카페 등 밖에도 못 가는 거 뻔히 알면서 네 인테리어 사리사욕 챙기려고 남의 인생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이기적인 XX”라고 했다. B씨는 소음 내기를 멈추지 않으면 입주민의 자식이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 판정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했다. 25일 벽보에 붙은 욕설 경고문은 당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삽시간에 퍼졌다.


사건이 커지자 다른 입주민이 고등학생을 타이르는 내용을 담은 안내문을 써 붙였다. C씨는 B씨를 향해 “고3이 일생일대의 중요한 시기인 것은 알지만, ‘부모가 없냐’, ‘무뇌’, ‘이기적인 XX’라고 공적인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도를 넘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요즘 고3 인성’이라는 제목 아래 B씨의 언행을 질타하는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결국 B씨는 사과문을 붙이고 “도를 넘는 욕설로 주민들에게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출처: 네이버 캡처
층간소음 보복용으로 쓰이는 스피커와 후기.

◇주먹다툼에 살인까지···보복소음 스피커 인기


층간소음은 주먹다툼이나 흉기난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9월 경상남도 창원의 한 아파트에서는 70대 입주민이 평소 층간소음으로 부딪히던 윗집 주민을 찾아가 흉기로 복부를 찔러 전치 2주 상처를 입혔다. 같은 달 전라북도 전주에서는 이웃집이 늦은 새벽까지 집들이를 해 시끄럽게 했다는 이유로 서로 주먹다짐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층간소음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미국 미시간주에서는 밤 늦게까지 파티를 즐기는 세입자 부부를 아랫집에 사는 집주인이 총으로 쏘고 목을 졸라 죽이는 사건이 일어났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충동이 일어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층간소음 문제는 입주민 간 대화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둘 중 한 가구가 이사갈 때까지 끝나지 않는 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끊이지 않는 층간소음에 천장을 진동시켜 소음을 전달하는 ‘층간소음 전용 보복 골전도 스피커’가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제조사는 “윗집 소음은 키우고 사용자측 소음은 줄였다”, “이동이 쉬워 한 대로도 여러 방을 옮겨 다니며 쓸 수 있다”라는 문구로 층간소음 피해자들을 유혹한다.

출처: YTN NEWS 유튜브 캡처
층간소음 보복으로 협박을 당해 호신용품을 사는 사람도 있다.

보복 소음 스피커는 1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보복 스피커를 썼다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 2018년 4월 인천에서는 보복소음 피해를 입은 입주민이 아랫집을 고소해 위자료를 지급하고 이사한 집 월세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보복 골전도 스피커 후기란에는 “당장 내가 죽게 생겼는데 보복 스피커 말고는 대안이 없다”, “이걸 사야 하는 현실이 슬프지만, 대화로 문제 해결이 안 되니 어쩔 수 없다”는 등의 글이 달린다.


층간소음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층간소음 상담가’라는 신종 직업도 생겼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시민 대상으로 상담가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육받은 사람을 층간소음 분쟁 현장에 투입해 중재에 나선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어 분쟁 당사자가 소음 측정이나 중재에 반대하면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입주민 사이에서는 “에티켓도 에티켓이지만, 싸구려 건축 자재를 써서 층간소음 갈등을 키우는 건설사도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정부는 아파트 바닥 완충재의 소음 차단 성능을 평가한 뒤 기준을 넘긴 제품을 사용하는 사전 인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사전 인정제는 바닥 두께, 면적 등 공동주택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를 고루 반영하지 못해 정확하게 소음 차단 능력을 측정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정밀한 층간소음 측정을 위해 2022년 7월부터 새로 짓는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사후 확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행사가 지자체의 소음 차단 기준 권고를 무시하면 성능 미달 사실을 대중에 공개하는 등 추가적인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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