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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사려면 용기 필요한 가게, 요즘 잘 나갑니다

조회수 2020. 11. 29.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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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없는 가게들이 늘어난다
쓰레기 0% 실천하는 가게
환경 위해 '제로 웨이스트' 캠페인
"포장 용기 직접 가져오세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영어를 그대로 풀이하면 '쓰레기가 없다'이다. 포장을 최소화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는 재료를 써서 쓰레기 배출량을 없애자는 친환경 캠페인을 의미한다. 환경 오염에 경각심을 가진 이들이 하나둘 실천하던 것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생분해하는 포장지를 사용하거나 쇼핑 후 일회용 비닐이나 종이 가방이 아닌 가방을 쓰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다.


그중 '쓰레기 배출 0'을 위해 제품을 아무런 포장 없이 판매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 불필요한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아 아예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손님은 각자 구매한 물건을 담아갈 용기를 가져와야 한다. 이미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는 익숙한 모습이다. 한국에서도 '용기' 없는 가게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출처: 알맹상점 인스타그램 캡처
알맹상점에는 제품을 담아갈 용기를 직접 가져와야 한다. 상점 내 위치한 회수센터.

"껍데기 없이 알맹이만 팝니다"


서울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로 나와 걷다 보면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는 이미 유명한 제로 웨이스트숍 '알맹상점'이다. 2020년 6월 개점한 알맹상점은 이름처럼 포장하지 않은 제품만 판매한다.


면마스크, 대나무 칫솔 등 다양한 물건이 있다. 샴푸, 세제, 화장품 등 액체류도 파는데 이걸 사기 위해선 손님은 담아갈 용기를 직접 가져와야 한다. '리필 스테이션'이다. 가격은 무게로 매긴다. 아직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판매 방식이라 재밌어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한다. 리필 스테이션 외에 '커뮤니티 회수센터'도 인기다. 회수센터에서는 주민에게 병뚜껑, 우유 팩 등 쓰레기를 기부받는다. 이 쓰레기는 새로운 물건으로 다시 태어난다. 병뚜껑은 치약짜개로, 우유 팩은 화장지로 탈바꿈한다.


알맹상점을 찾는 손님은 일 평균 80여명. 코로나19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생기면서 20·30세대 위주로 손님이 늘고 있다고 한다.

출처: 더피커 인스타그램 캡처
더피커 매장. 이곳 역시 포장을 뺀 제품만 판매한다.

2016년부터 시작, 1세대 무포장 가게


무포장 가게가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한 번쯤 방문해보고 싶은 곳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때 누구보다 먼저 포장지를 없앤 가게가 있었다. 서울 성수동에 자리한 '더피커(The picker)'다.


더피커는 그릇, 볼펜, 빨대 등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생활용품은 다회용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이고 식물성 재료로 만든 것들로 구성했다. 토종 쌀, 견과류, 파스타 등 식자재도 판매한다. 식자재는 더피커 대표가 생산 과정을 하나하나 따져 엄선했다고 한다. 화학 연료나 쓰레기 배출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친환경 농장에서 나는 수확물이다. 물론 식자재를 담는 용기는 손님이 가져와야 할 필수품이다.


더피커는 국내 최초 무포장 상점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소비자 권리에 관심이 생겼고 소비 문화를 회복하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한다. 물건을 사면 함께 오는 포장을 뜯어서 버리는건 당연히 소비자의 몫이다. 그러나 더피커 송경호 대표는 당시 '소비자가 포장을 택할 권리는 왜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무포장 가게를 열었다. 포장재를 버리는 것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지 않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무포장에 대한 인식이 없어 힘들었다고 한다. 이제는 환경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생기면서 제로 웨이스트 문화를 이끄는 대표 가게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환경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곳곳에 제로 웨이스트 가게를 차리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수원, 대구, 춘천 등에 60여개(알맹상점 제로 웨이스트 지도 기준)의 리필숍, 제로 웨이스트 카페 등이 자리하고 있다.

출처: 슈가버블 공식 블로그 캡처
이마트에서 운영하는 에코 리필 스테이션.

리필 스테이션 운영하는 대기업들


작은 소매점뿐 아니라 대기업도 쓰레기 배출 0%에 동참하고 있다. 이마트는 친환경 브랜드 슈가버블과 함께 이마트 성수점과 트레이더스 안성점에 리필 스테이션을 마련했다. 세탁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소분해서 판매한다. 이곳도 역시 첫 방문이라면 전용 용기를 사야 한다. 용기 적합성 때문이라는 게 이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관계자는 "용기에 담는 내용물이 변질하거나 용기가 부식되지 않도록 제작한다. 소비자가 가져오는 용기는 적합성이 떨어져 전용 용기를 500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 원하는 제품을 용기에 담으면 된다. 세탁 세제는 3L에 4500원, 섬유유연제는 3L에 3600원이다. 기존 같은 제품 가격보다 35~39% 정도 저렴하다. 소비자 반응이 좋아 이마트 다른 지점에도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한다.

출처: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에서 운영하는 리필 스테이션.

아모레퍼시픽도 화장품 업계 최초로 리필 스테이션 운영을 시작했다. 샴푸와 바디워시 제품 15개를 내용물만 판매하고 있다. 첫 방문이라면 충전 전용 용기를 구매해야 하는데, 이 용기 역시 코코넛 껍질로 만든 친환경 제품이다. 이 용기에 원하는 제품을 담아 무게를 잰다. 용기 무게를 뺀 나머지로 무게를 재서 가격을 매긴다. 상품별 가격은 다르지만 대부분 본 품 가격보다 평균 50% 정도 저렴하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제조 후 100일 이내의 제품만 판매한다는 방침을 지키고 있다. 또 제조관리자 2명이 리필 상품을 관리한다. '맞춤형 화장품 제조 및 소분 판매 시 전문 자격증을 지닌 맞춤형 화장품 제조관리사를 둬야 한다'는 화장품법 제3조 규정 때문이다. LED 램프도 구비돼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소분해 담기 전 용기를 살균할 수 있어 제품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환경을 지킬 수 있고 본 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지난 10월16일~18일에는 이틀만에 2000여명이 매장을 방문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본 품을 사지 않고 리필 스테이션에서 한 번 리필하면 환경을 아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리필 한 번에 생수병 3개만큼의 플라스틱, 600mL의 물, 전구를 25시간 켤 수 있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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