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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전현무한테 배워라"는 말 나오는 이유

조회수 2020. 11. 16.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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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사과하고도 욕먹은 에스티로더, 이재용 부회장에게 배워야
에스티로더, 인종차별 논란에 무성의한 사과
사과문 잘못 올렸다가 역풍 맞기도
이재용·전현무·무신사, 사과문 잘 쓴 사례

국내에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미국의 유명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에스티로더는 11월10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에스티로더의 모 백화점 지점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파운데이션 세트를 주문한 고객에게 "동양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컬러"라며 임의로 다른 색상 제품을 배송했다. 제품을 배송받은 고객이 “품절로 인한 색상변경이었으면 괜찮았겠지만, 그 위에 적힌 문구가 너무 인상적”이라며 불쾌함을 토로했고, 같은 경험을 했다는 후기가 이어지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인종차별 논란과 무성의한 사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에스티로더

논란이 커지자 3일 만에 에스티로더 한국 지사가 SNS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과문 발표 후 오히려 에스티로더를 향한 비판이 더욱 거세졌다. 정작 제품을 배송받았던 당사자는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고, 사과문이 올라온 곳이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SNS였기 때문이다. 또한 사과문에서 ‘모든 여성분’을 언급한 것을 두고 ‘에스티로더를 구입하는 고객들이 모두 여성이냐’, ‘남자는 화장 안 하나요’ 등의 비판이 나오며 성차별을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논란을 매듭짓기 위해 발표한 사과문이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사과문, 잘못 쓰면 오히려 독


사과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이다. 하지만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책임을 회피하거나 어설픈 사과는 오히려 화를 키운다. 실제 사과문이 오히려 논란을 키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논란이 불거졌던 김유진 PD가 대표적이다. 김 PD가 자신의 연인 이원일 셰프와 MBC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자, 한 네티즌은 학창 시절 김 PD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이후 프로그램 하차 요구가 일었고, 이원일 쉐프와 김 PD의 사과문을 올렸다. 문제는 내용이었다. 


이 쉐프는 “사실을 떠나 결과론적으로 가슴 아픈 상처를 되새기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고 했고, 김 PD는 “사실 여부를 떠나 저의 행동으로 인해 오랜 시간 아픔을 잊지 못한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피해자에게 사과하면서도, ‘사실을 떠나’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사실 여부를 왜 떠나냐.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이 아니라면 사과할 이유도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학폭 가해자'라는 폭로가 불거진 김유진 PD와 그가 쓴 자필 사과문

남양유업은 경쟁사 비방글을 올렸다는 혐의에 대해 “실무자의 자의적 판단”이라는 꼬리자르기식 사과문을 올려 역풍을 맞았다. 남양유업은 2019년 초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온라인 맘카페 등에 매일유업 제품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을 반복적으로 올렸다. 올해 5월 경찰이 수사에 들어간 이후 남양유업은 홈페이지에 “온라인상 과열된 홍보 경쟁 상황에 실무자가 온라인 홍보대행사와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의 유기농 목장이 원전 4km 근처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문제가 된 댓글 조작에 대한 사과는 아예 없었고,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경쟁사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경찰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을 입건해 수사 중인 사건을 실무자와 홍보대행사의 잘못으로 치부했다. 소비자들은 “몇 년 전부터 남양유업 제품은 사지 않고 있는데, 그런 결정에 확신을 더해줬다", "남양유업이 남양유업 했다", "잊을 만하면 존재감을 빵빵 터뜨린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과문의 정석’으로 꼽히는 이재용 대국민 사과


이처럼 반복되는 사과문 논란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과문을 올바르게 적는 방법’이라는 사진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해당 사진을 보면, 사과문에는 다음의 여섯 가지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①나는 누구인가 ②언제 어디서 무슨 잘못을 어떻게 저질렀는가 ③누구에게 피해를 끼쳤는가 ④실제 상황과 다르게 알려진 사실이 있는가 ⑤얼마나 반성하고 있는가 ⑥앞으로 어떻게 이 일을 책임질 생각인가 등이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과문을 적는 방법과 사과문의 정석으로 꼽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문

실제로 이 여섯 가지 내용이 다 들어간 ‘사과문의 정석’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문이 꼽힌다. 이 부회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서울병원 운영 의료법인) 이사장 자격으로 확진자 관리 소홀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변명하지 않고, 병원 측의 관리 소홀을 인정하며 잘못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피해자에게 공감을 표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대응책도 내놨다. 


방송인 전현무도 ‘모범 사과문’ 사례로 꼽힌다. 2015년 SBS 연예대상 진행을 맡았던 전현무는 무례한 언행으로 빈축을 샀다. 다음날 전현무는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정말 많은 분들이 불쾌감을 느끼셨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여러분이 이렇게 지적해주시기 전에는 제가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이어 무례한 질문을 던졌던 강호동에게도 사과했음을 밝히며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의 경솔한 실수였습니다"고 재차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출처: 전현무 인스타그램 캡처
무례한 진행에 대해 사과한 전현무

지난해에는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가 진정성 있는 사과로 주목받았다. 무신사는 건조가 잘되는 양말을 홍보하면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을 희화화한 문구를 사용했다. 비판이 일자 당일 게시물을 삭제하고 다음 날 바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회사 측은 "해당 문구가 엄중한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홍보 목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사건 경위와 사후 조치를 설명했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에 방문해 사과하고 담당 직원을 징계했다. 또 역사 강사를 초청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근현대사와 민주화 운동 교육을 했고, 모든 과정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렸다. 


무신사의 대처에 네티즌들은 호평했다. 실수를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사과한 뒤 역사교육 등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너무 화가 났는데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는 거 같아 달리 보인다", "불매하려고 했는데, 마음 놓고 사러 간다", "이런 사과 처음 본다. 별 관심 없었는데 쇼핑몰에 방문해야겠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유병재식 사과문 해석법 인기


사과문을 쓸 때 꼭 피해야 할 표현도 있다. ①본의 아니게 ②오해 ③그럴 뜻은 없었지만 ④앞으로는 신중하게 ⑤억울합니다 ⑥하지만 저만 잘못한 것은 아닙니다 ⑦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등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거나 변명으로 일관하는 사과문은 오히려 반감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유병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위)과 아이유와 장동민의 사과문을 유병재식으로 해석한 글

한편 방송인 유병재는 2012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적영역에서의 언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며 공적영역에서의 언어 해석본을 공개했다. 그는 ‘많은 고민 끝에 용기를 냈습니다’는 ‘까먹을 줄 알았더니’, ‘본의 아니게’는 ‘예상과는 다르게’,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는 ‘내가 한 짓이다’라고 해석했다. 또한 ‘사실여부를 떠나’는 ‘사실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는 ‘그르다’와 같은 말로 봤다. 이후 네티즌들은 연예인들이 사과문을 발표할 때마다 유병재의 글에 빗대 ‘OOO 사과문 유병재식 해석’이라는 글을 올리고 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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