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짜리 가방 사면서..저건 완전 코미디"

조회수 2020. 11. 9.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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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고 또 올려도 문전성시..이번에도 '샤넬 대란'
샤넬 5개월 만에 가격 인상
2~5% 올라, 1000만원 넘는 가방도
'본사 가격 정책', '환율' 이유 다양

11월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에는 개점 시간 전부터 100여명의 인파가 긴 줄을 만들었다. 이곳뿐 아니었다. 프랑스 브랜드 샤넬이 입점해 있는 백화점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10월 영국과 일본 등에서 가격을 올린 샤넬이 11월2일부터 일부 제품의 국내 가격도 올린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 사기 위해 사람이 몰린 것이었다.


소문대로 샤넬은 2일 일부 제품 가격을 2~5% 내외로 인상했다. 대표적으로 샤넬의 인기 제품인 클래식 플립백과 보이백이 올랐다. 클래식 플립백 스몰은 769만원에서 785만원으로, 미디움 사이즈는 846만원에서 864만원으로, 라지 사이즈는 923만원에서 942만원으로 올랐다. 맥시 사이즈는 993만원에서 21만원이 더 올라 1041만원에 달했다. 보이백도 스몰 사이즈는 601만원에서 614만원으로, 미디움은 657만원에서 671만원대로 올랐다. 지갑, 벨트 등 가죽 소품류는 5%정도 올랐다.

출처: 조선DB
샤넬 매장에 줄을 선 사람들

샤넬의 가격 인상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지난 5월14일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27%까지 올린 지 5개월 만이다. 당시 하루 전날까지도 샤넬 매장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오후 1시 기준 입장 대기표가 마감이 되는 등 '샤넬 대란'이 일었다. 가격을 올린 건 샤넬뿐이 아니었다. 루이비통, 디올, 버버리 등 다른 명품 브랜드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가격 인상이 연례행사처럼 자리 잡은 것이다.


루이비통은 올 상반기에만 벌써 두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올해 3월 제품 가격을 3~4% 올렸다. 그리고 두 달 만인 5월 평균 5~6%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일부 제품은 최대 10%까지 올랐다. 디올도 마찬가지였다. 디올은 지난 7월 대표 제품 가격을 최소 12%에서 최대 15%까지 올렸다. 이어 9월 두 번째 가격 인상을 진행했다. 7월에 인상하지 않았던 나머지 제품의 가격을 올린 것이다. 

출처: 샤넬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번 가격 인상으로 1000만원을 넘긴 샤넬 가방.

'본사 정책'? 사실은 일석이조 효과 노려


"본사 정책에 따라서 가격을 인상하게 됐습니다." 명품 브랜드가 가격을 올릴 때마다 하는 단골 멘트다. 그러나 고객은 본사의 정책 중 어떤 세부 내용도 알 수 없다.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환율 변동', '원가 상승' 등이 있겠다.


이들이 가격을 올리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가격을 올리면서 판매도 늘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 때문이다. 가격 인상 직전에는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사기 위한 손님이 몰려 판매량이 급증한다. 가격 인상 후에도 브랜드에는 별다른 타격이 없다. 오히려 판매량이 증가한다.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 때문이다. 이는 가격이 오르는데도 특정 계층의 허영심이나 과시욕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브랜드는 가격과 판매량 모두 잡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매년 백화점 명품 매출이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명품 매출 성장률은 2017년 5.5%, 2018년 18.5%, 2019년(1~9월) 24%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도 매년 1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루이비통 공식 홈페이지 캡처
지난 5월 가격 인상으로 5% 올라 600만원대를 넘은 루이비통 가방.

“샤넬은 오늘 사는 게 가장 저렴하다”


명품 브랜드가 가격을 올릴 때마다 가격 인상 전날까지 매장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구매자 사이에서 “샤넬은 오늘 사는 게 가장 저렴하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개점 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고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까지 달려가는 탓에 '오픈런(Open run)'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계속해서 가격을 올리는 브랜드 때문에 '샤테크'를 노린 구매자도 많다고 알려졌다. 샤테크는 샤넬과 재테크를 합친 말로 샤넬을 되팔아 이익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인 A씨는 2018년 628만원에 산 샤넬 클래식 미디움 새제품을 최근 가격 인상 이후 700만원에 판매했다. 같은 모델 현재 가격은 864만원이다. 오른 가격보다는 저렴하지만 72만원 이득을 본 셈이다. 2년이 지났지만 가격과 브랜드 가치가 계속 올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올해는 ‘보복 소비’ 현상도 한몫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움츠렀던 소비가 상황이 나아지자 보상심리로 한꺼번에 분출된 것이다. 또 하늘길이 막혀 해외여행을 갈 수 없게 되자 현지 및 면세 쇼핑도 덩달아 막힌 소비자의 욕구가 고가제품 구매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7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의 해외 유명브랜드 매출이 32.5% 급증했다. 이는 최근 1년간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다. 전문가들은 해외여행을 위해 모아놨던 자금을 명품 구매에 쓰는 사람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가격이 오르기 전 명품을 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보는 시선은 둘로 나뉜다. 일부는 “본인이 사고 싶어서 사는 건데 굳이 안 좋게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 “왜 저렇게까지 하는 지 모르겠다”, “몇백만원짜리, 비싸면 1000만원을 넘는 가방을 사면서 고작 10만~20만원 오른다고 줄까지 서서 사는 게 코미디다”, “가격을 올려도 사주니까 자꾸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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