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강만 들어도 '소득 1위' 자격증 딸 수 있다는데..
변호사 대상 변리사 교육 온라인 전환하자… 지원자 급증
법률시장 불황에 변리·세무 등 영역 넘보는 변호사
전문직 집단간 갈등으로 비화되나…
‘전문직 소득1위’ 변리사 자격증을 ‘인강’만 들으면 딸 수 있다? 최근 이 문제로 변호사·변리사간 해묵은 업무영역 다툼이 재점화됐다. 변호사의 경우 특정 교육과 연수를 이수하면 변리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변호사는 법률 업무 전반을 다룰 수 있는 전문직이고, 변리사는 특허 등 산업재산권 관련 서비스에 특화된 전문직이다. 그런데 특허청이 올해는 아예 온라인 강의만 듣고서도 이를 취득할 수 있도록 추진한 것이다. 평소 30~40명 정도의 변호사가 교육을 신청하는데, 올해는 무려 356명이 몰렸다. 변리사들이 반발하는 것은 물론이다.
◇코로나에 변리사 집합교육 비대면으로 하려다…
사건의 발단은 역시 ‘코로나19’다. 현행 변리사법에 따르면 변호사가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변리사시험 합격자와 동일하게 국제지식재산연수원에서 250시간의 집합교육을 받고, 현장연수 6개월을 이수해야 한다. 대전에 위치한 연수원에 들어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교육을 받아야 하니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특허청은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변리사 실무수습 집합교육을 온라인방식으로 전환해 추진키로 했다. 지원자가 몰렸다. 가뜩이나 법률시장 불황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특허·재산권 등의 변리사 영역으로 눈을 돌리는 변호사들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신청자가 급증하자 대한변리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10월 말 변리사회는 “집합교육을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은 위법성 여지가 있다”며 항의했다. 대규모 온라인 교육으로 실무수습 교육이 부실화되고, 전문성 훼손에 따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변리사회는 “예년에 비해 몇 배 이상 많은 변호사들이 교육을 신청한 것은 변리사 자격을 좀 더 쉽게 취득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매년 변리사 시험을 통해 배출되는 신규 변리사는 200명 정도다. 그런데 변호사 수백 명이 변리사 영역으로 들어온다면 시장이 잠식당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그러자 특허청은 당초 11월5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수습교육을 잠정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변호사들이 반발했다. 직역수호변호사단 등 변호사 단체는 “변리사법 등에 집합교육을 반드시 대면강의로 해야 한다고 볼 만한 규정이 없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른 교육기관에서도 비대면 교육의 효과를 오프라인과 동일하게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교육연기에 따른 손해가 막심하다”면서 특허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과 함께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나서는 등 특허청을 압박했다. 양쪽에서 뺨을 맞은 특허청은 절충안을 내놓았다. 연수원은 5일부터 예정대로 교육을 진행하되, 2주 동안 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기로 했다.
◇‘만능변호사’ 출연 막자… 변리·세무·노무사 단체 연합작전도
변호사들이 직역을 놓고 변리사 등 전문직과 갈등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후 그 수가 폭증하자 일부 변호사들은 변리사·세무사·노무사, 심지어 공인중개사의 영역으로까지 진출했다. 지난 2일 대한변리사회와 한국세무사회, 한국공인노무사회는 공동 성명을 내고 “전문성 검증도 없이 모든 전문자격사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법 개정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한변협 특허변호사회가 현재 다소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는 변호사의 직무범위에 ‘특허, 세무, 노무’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추진한데 따른 반발이다. 변호사의 직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다른 법률에 의해 변호사가 수행하는 법률사무의 범위가 변경되지 않도록 하려는 선제적 입법인 셈이다. ‘밥그릇’이 걸린 문제인데 어느 한 쪽이 쉽게 물러나진 않을 것 같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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