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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300만원' 사무직 채용 공고에 부글부글

조회수 2020. 11. 2.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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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슴 클로즈업, 신음 넣은 영상이 채용 공고라고요?
끊이지 않는 채용공고 성차별
전국자원봉사연맹, 여성 우대하는 듯한 표현
웹드라마 제작사는 여성 신체 부각하기도

천사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사단법인 전국자원봉사연맹이 부적절한 채용공고로 논란에 휩싸였다. 전국자원봉사연맹은 10월24일 한 취업 포털 사이트에 사무직 채용공고를 냈다. 주 6일 근무에 토요일은 2시간 단축 근무를 하고, 월급은 300만원이라고 나와 있다. 여느 채용공고와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문제는 우대사항이었다. 연맹은 ‘상냥하고 여성스러운 분’을 우대한다고 적어 놨다.


◇사무직 뽑는데 “상냥하고 여성스러운 분 우대” 


채용공고를 자세히 보면, 모집 분야는 사무관리직이다. 사무업무와 행정업무, 인적 관리 등을 담당한다. 자격요건은 사무경력이 많고, 통솔력이 강한 사람, 가족처럼 일할 사람 등이다. 그런데 우대사항에는 업무와 관계없이 ‘상냥하고 여성스러운 분’이라며 특정 성별을 선호하는 듯한 표현을 적어놓은 것이다. 또 다른 우대사항으로 나와 있는 관리능력이 우수한 분, 장기근속하실 분과도 전혀 관련이 없는 표현이다.

출처: 잡코리아 캡처
전국자원봉사연맹의 채용공고

이 공고를 본 취업준비생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장모(25)씨는 “1명을 뽑는 채용공고인데, 저렇게 써 놓으면 남성은 지원해도 안 뽑는다는 의미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김모(28)씨는 “코로나 사태에 취업 준비 기간이 더 길어질 것 같아 웬만하면 지원해보고 있는데, 이번에는 공고를 보고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며 “사무 업무와 상냥함, 여성스러움이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최모(27)씨는 “우대사항으로 적어 놓은 ‘여성스러운 분’이 도대체 어떤 분이냐”며 “이런 표현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했다. 이모(27)씨는 “여성은 상냥해야만 취업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맹은 업무 특성에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 해당 표현을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연맹 관계자는 한 매체에 “노인을 많이 상대하는 곳이다 보니 자상하고 상냥하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던 것"이라며 "딱히 특정 성별에 제한을 두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해당 공고는 11월 2일까지 접수 기한이라고 나와 있지만, 29일 오후 확인해본 결과 마감된 상태다. 


◇다리·가슴 클로즈업하고 해명도 없어


구독자 약 47만명을 보유한 한 웹드라마 채널은 조연출을 뽑기 위해 만든 영상은 성 상품화 논란을 일으켰다. 유튜브 채널 ‘짧은대본’에는 13일 ‘짧은대본 막내연출 모집’이라는 제목의 2분39초짜리 영상이 올라왔다. 짧은대본은 10분 미만 분량의 웹드라마를 제작해 올리는 채널이다. 


영상은 야외 테이블에 앉은 두 남성이 대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옆 테이블에 두 여성이 앉자, 카메라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와 딱 달라붙는 옷을 입은 다른 여성의 가슴을 연달아 클로즈업한다. 대화를 나누던 남성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옆 테이블 여성을 힐끗 쳐다보는 듯한 장면도 나오고, 여성의 신음소리가 연상되는 배경음악이 깔리기도 한다. 여성들이 자리를 비우자 남성 두 명이 각자 마음에 든 여성을 말하고, 서로 취향이 겹치지 않았다면서 환호하기까지 한다.

출처: 유튜브 '짧은대본' 캡처
채용공고를 올리면서 다리와 가슴, 입술 등 채용과 전혀 관련 없는 여성의 신체 부위를 클로즈업했다.

채용공고라는 목적과 전혀 관련 없는 내용일뿐더러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다. 29일 오전까지 해당 영상에는 8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대체 짧은대본이 생각하는 조연출의 역할이 뭐냐”, “그래서 짧은 치마 입고, 가슴 보여주는 여자 뽑는다는 거냐”, “애초에 구인구직 광고에 이런 연출이 들어간 게 이해가 안 된다” 등 선정적인 내용을 지적하는 반응이다. 


해당 영상이 문제가 되면서 짧은대본의 1분짜리 클립 영상을 송출해 온 경기도 G버스 TV에도 불똥이 튀었다. 경기도 버스정책과는 짧은대본 관련 민원이 접수된 이후 “논란이 된 영상은 G버스TV를 통해 송출되지는 않았다”면서도 “더 이상 짧은대본의 영상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미 경기버스운송사업조합에 공문을 보내 짧은대본의 영상 소출 중단을 요청했고, 조합 측에서도 동의했다.

출처: 유튜브 '짧은대본' 캡처
문제의 채용공고 영상에는 옆 테이블 여성을 훔쳐보고,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는 등의 장면도 나온다.

그럼에도 제작사는 채용공고 영상을 내리지 않았고, 이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논란이 된 채용공고 영상 이후 24일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지만, 이전 영상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줄도 없었다. 제작 경위와 해명 요구에는 입을 싹 닫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버젓이 새 웹드라마 한 편을 올린 것이다.


◇고용노동부, ‘고용상 성차별 사례집’ 발간하기도 


위의 두 채용공고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 상냥하고 여성스러운, 예쁘고 몸매가 좋은 여성을 채용하겠다는, 사실상 우대하겠다는 암시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개적인 차별이 아니어도 성차별을 보여주는 간접적인 사실이나 직접 증거를 인정받으면 성별 등을 사유로 한 불이익 처분인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  


이같은 내용은 고용노동부가 9월 발간한 ‘고용상 성차별 사례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례집에 포함된 성차별 판단 기준을 보면, 모집·채용에서 특정 성별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배제하는 경우는 성차별로 판단한다. 가령 '굴삭기 운전(남성)', '여성비서 모집', '웨이터 구함' 등은 모두 위법이다. '굴삭기 운전', '비서 모집', '웨이터(남녀) 구함'으로 개선해야 한다.

출처: 고용상 성차별 사례집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사례집에 나온 성차별 판단기준

남녀를 직종별로 분리해 모집하거나 모집인원을 다르게 정하는 것도 고용상 성차별에 해당한다. '관리사무직 00명, 판매직 여자 0명', '대졸남성 100명, 대졸여성 20명' 등이 대표적이다. '3급사원(4년제 대졸남성), 4급사원(4년제 대졸여성)' 등으로 공고해 학력·경력이 같음에도 특정 성을 낮은 직급·직위로 뽑는 것도 불법이다.


모집·채용 공고만이 처벌 대상은 아니다. 모집공고에는 남녀 모두를 뽑는 것으로 해놓고 실제 채용 시에는 한 성별만 뽑는 것도 성차별이다. 반면 직무 성질상 특정 성별이 아니면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는 예외로 인정된다. '소프라노 가수', '남성복 모델', '목욕탕 근무자' 등이다.

출처: 고용상 성차별 사례집
고용상 성차별 행위의 유형 및 금지 내용

한편 성차별적 의도나 결과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은 사업주에 있다. 이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사업주는 남녀고용평등법상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는 근로자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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