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받았지만..실력으로 병역법을 바꾼 한 남자

조회수 2020. 11. 1.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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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박찬호..국위 선양으로 병역 혜택받은 유명인들
바둑 실력으로 병역법도 바꾼 이창호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혜택

대한민국 남성은 누구나 군대에 간다. 병역을 기피한 사람은 손가락질을 받는다. 대표적인 예가 요즘 비자 발급 문제로 시끄러운 유승준이다. 그런데 국가가 군대에 가는 대신 원래 하던 일을 하라고 배려해 준 사람들이 있다. 올림픽이나 콩쿠르 등에서 상을 받은 예술·체육인들이다. 국위 선양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는 현역병으로 입대하는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할 수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 자리에 올라 군대에 가지 않고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이들이 있다.

◇훈련소에서도 1위 성적 받은 손흥민

출처: 손흥민 인스타그램 캡처
축구선수 손흥민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세리머리를 하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손흥민이었다. 올림픽 3위 이내 입상자와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는 체육요원으로 본업을 이어갈 수 있다(병역법시행령 제68조 11항). 체육 특기자로 대체복무를 하는 것이다.


대표팀은 결국 1위를 차지했다. 손흥민은 현재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활약하면서 체육요원으로 대체 복무 중이다. 다만 군 면제가 아닌 대체 복무이기 때문에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 손흥민은 올해 5월 초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해병대 제9여단 훈련소에서 군사훈련을 마쳤다. 그는 사격 훈련에서 10발 모두를 과녁에 맞히는 등 당시 훈련병 157명 중 수료 성적 1위로 수료식에서 필승상을 받았다. 필승상은 수료점수 1~5등인 훈련병에게 주는 상이다.  


체육요원 대상자는 기초군사훈련 후 34개월 동안 자신의 특기 종목 활동을 이어나가야 하며 특기를 활용해 544시간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손흥민은 런던한국학교 청소년 멘토링, 구세군 서울후생원 등 보육 시설 청소년 축구 강습 등에 참여하는 등 틈틈이 봉사활동을 한다. 체육요원이 34개월 이내에 544시간 봉사활동을 끝내지 못하면 시간을 채울 때까지 복무 기간이 길어진다. 


손흥민은 현재 토트넘에서 주급 15만 파운드(약 2억2000만원)를 받고 있다. 연봉으로 따지면 780만 파운드(약 115억원). 만약 손흥민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올해 입대했다면 군 복무 기간인 18개월간 856만원 정도를 받았을 것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전성기 이어간 박찬호

출처: 박찬호 인스타그램 캡처
야구선수 박찬호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해 체육요원으로 복무했다.

야구선수 박찬호도 체육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신했다. 박찬호는 1997년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10승을 올리는 등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이었다. 당시 박찬호의 병역을 면제해줘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다. 1997년 9월 문화체육부는 국방부에 박찬호 선수를 포함한 예체능 특기자들을 공익근무요원으로 편입시킬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병역특례범위를 넓히는 것이 병역의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박찬호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 게임 금메달에 도전한 것이다. 당시 그를 비롯한 야구 대표팀 참가 선수 22명은 모두 병역 미필자였다. 이들은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전원 병역 혜택을 받았다. 박찬호는 1999년 10월 특례보충역으로 육군 신병훈련대에 입소해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 훈련을 마친 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2000년 18승 10패, 2001년 15승 11패를 기록하는 등 전성기를 이어나갔다. 


박찬호가 프로야구팀 로스엔젤레스 다저스에서 받았던 연봉은 1999년 230만달러(당시 약 26억원), 2000년 385만달러(당시 약 28억6000만원)였다. 1999년 이병의 월급은 9600원, 일병은 1만600원, 상병은 1만1800원, 병장은 1만3300원이었다.

◇16세에 예술요원 복무 확정한 조성진

출처: 조성진 인스타그램 캡처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2009년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해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았다.

병역의무 기준 나이인 18세가 되기도 전에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은 사람도 있다. 예술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다. 예술요원으로 근무하려면 병무청장이 정한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2위 이내에 들거나 5년 이상 국가무형문화재 전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조성진은 2009년 16세에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하마마쓰 콩쿠르는 당시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제예술경연대회 중 하나였다. 하마마쓰 대회는 2011년 병무청이 특례편입 인정 대회 개수를 줄이면서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회 목록에서 빠졌다.


예술요원도 체육요원과 마찬가지로 4주간 기초군사훈련과 34개월간 특기 분야 종사, 봉사활동 544시간 조건을 충족하면 병역을 마친 것으로 인정받는다. 조성진은 2013년 8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예술요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 그는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는 등 군 복무 중에도 활발하게 무대 활동을 이어갔다. 


한편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우승 상금은 3만유로(당시 약 3856만원)이었다. 조성진이 2015년 육군으로 입대했다면 당시 군 복무 기간이었던 21개월간 받았을 봉급은 314만원 정도다. 

◇바둑 실력으로 병역법도 바꾼 이창호

출처: 한국기원 제공
바둑기사 이창호는 제3,4회 동양증권배에서 우승해 병역 혜택을 받았다.

개인의 병역문제가 병역법 개정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일명 ‘이창호법’의 혜택을 처음으로 받은 바둑기사 이창호다. 이창호는 1993년 국내기전 12관왕, 연간 90승으로 국내 바둑계에서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었다. 그는 1994년 입대 영장을 받았다. 당시 바둑기사는 예술·체육요원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가 대체 복무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러자 한국기원 기사회는 프로 바둑기사도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국회에 청원했다. 국회의원 105명이 ‘바둑기사 이창호 7단의 병역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1995년 국방부는 동양증권배 등 3개 국제프로대회에서 2위 이내에 든 사람이 예술요원으로 대체 복무할 수 있도록 병역법을 개정했다. 이창호는 제3·4회 동양증권배 우승자였기 때문에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1995년 8월 26일부터 9월 21일까지 경기도 화성군에 있는 육군 51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 이후 1996년 세계바둑 최강 결정전, 1997년 제2회 삼성화재배 등에서 우승했다. 1995년 육군 복무 기간은 28개월이었다. 만약 이창호법이 없었다면 그는 1996년 세계바둑 최강 결정권 상금 1억원 등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창호 외에도 송태곤 등 바둑기사 4명이 이창호법을 통해 예술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한편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바둑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함에 따라 바둑은 체육 분야로 들어갔다. 따라서 바둑기사들은 이창호법 적용 대상이었던 3개 국제프로대회가 아닌 아시안게임에서 1위를 해야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글 jobsN 최유민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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