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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드럼통 깎던 15살 소년은 지금 60억 주인공 됐습니다

조회수 2020. 11. 2.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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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공장 소년, 60년 뒤에 손톱깎이로 연매출 60억
손톱깎이로 연 매출 60억
아마존 진출해 세계 시장 노려
“중국 제치고 1등 기업 만들 것”
김갑수 로얄금속공업 공장장

“60년 전에는 미군 부대에서 나온 드럼통을 깎아 손톱깎이 재료로 썼어요. 6·25 전쟁이 끝난 뒤라 자재를 구할 곳이 없었거든요. 자체 설비를 갖춘 지금은 특허와 지식재산권도 여러개 갖고 있습니다.”

출처: /jobsN
김갑수 로얄금속공업 공장장.

경상북도 성주 산골 마을에 사는 소년이었다. 1962년 2월 중학교 졸업식을 마친 다음 날 서울로 올라왔다. 자동차 공장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공장 일을 시작했다. 지붕도 없는 공장이 그의 일터였다. 해가 뜨면 출근하고 밤이 오면 퇴근하는 삶을 살았다. 여름에 무더위가 찾아오면 서울 여의도 인근 모래사장에서 땀을 식히고 돌아와 일했다. 여러 공장을 옮겨 다니면서 밤을 지새워 일한 날도 많았다. 그의 나이 15살 때였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났다. 70대에 접어든 소년은 경기도 부천에서 손톱깎이와 코털정리기를 만드는 연 매출 60억원 로얄금속공업 공장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로얄금속공업은 쓰리쎄븐(777), 벨금속공업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대 손톱깎이 회사다. 한때 손톱깎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였던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후 중국에 밀려 위기를 맞았다. 수출로 먹고살던 로얄금속공업도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10년 동안 기술 개발에 매진했고, 크라우드펀딩과 아마존닷컴 진출을 통해 재도약에 나섰다. 손톱깎이로 백년 기업을 만들겠다는 김갑수(73) 공장장을 만났다.


-왜 손톱깎이였나.


“손톱깎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하는 제품이다. 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팔 수 있는 물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원래 손톱깎이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였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독점적으로 세계에 제품을 공급할 정도였다. 로얄금속공업은 1960년부터 60년째 손톱깎이를 만들고 있다. 1979년 입사할 때만 해도 제조업체가 완성품을 만들어 외국에 수출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청 일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직접 제품의 생산부터 수출까지 맡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출처: /jobsN
손톱깎이 ‘혼’과 코털정리기 ‘탄’.

-중국의 저가 공세에 위기를 맞았다고.


“1990년대까지만 해도 영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나갔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도 환율이 올라 도리어 돈을 더 벌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 중국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저렴한 인건비를 내세우면서 무섭게 성장했다. 손톱깎이는 제조 과정이 복잡하다. 철을 가공하는 공정이 모두 들어간다. 금형이 있어야 하고, 용접이나 열처리 과정도 거친다. 광을 내는 연마 공정도 있으니 진입장벽이 높다. 그래서 중국의 공세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격 정책만으로는 승부를 보기 힘들었다.


정답은 고급화였다. 남이 못 만드는 제품을 내놓아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연구개발을 통해 여러 특허와 지식재산권을 취득했다. 칼로 유명한 독일 회사에 20년 가까이 코털정리기를 납품해온 노하우를 활용해 신제품도 개발했다. 손톱깎이와 코털정리기를 주력 상품으로 10년 넘게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아무리 마케팅을 잘해도 제품의 질이 떨어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손톱깎이 ‘혼’(bit.ly/34GByMG)과 코털정리기 ‘탄’이 탄생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의 혼을 담아 만들어 ‘혼’이라 이름 지었다. 코털정리기는 생김새가 총알과 비슷해 이름이 ‘탄’이다.”


-다른 제품과 다른 점이 뭔가.


“원래 손톱깎이는 전용 탄소강 ‘15CM’으로 제작한다. 그런데 15CM은 재질 특성상 녹이 생긴다. 무르기 때문에 열처리 과정도 거쳐야 한다. 우리가 만든 ‘혼’은 가공비가 비싼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었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품질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나뉜다. 중국산은 철이 충분히 단단하지 않아 쓰다 보면 구겨지기도 한다. 우리는 포스코에서 만든 세계 최고 수준의 자재로 제작한다. 손상 없이 한 제품을 오래 쓸 수 있다.


기능적인 면도 신경 썼다. 혼은 손으로 지렛대를 쥘 때 힘을 무리해서 주지 않아도 부드럽게 날이 맞물린다. 또 실리콘 부속을 넣어 손톱이 튀지 않게 만들었다. 날 부위는 곡선이 아닌 직선으로 만들었는데, 원래 전문가들이 쓰는 손톱깎이는 날이 일자형이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 내구성도 튼튼하다. 제품 보증 기간이 10년이고, 평생 A/S도 가능하다.”

출처: /jobsN

-기능성 손톱깎이도 만든다고.


“유아용 제품이나 어르신 손톱깎이도 판매한다. 시력이 나쁜 어르신은 발톱을 깎을 때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돋보기를 단 ‘도우미 돋보기 손톱깎이’를 만들었다. 고객 의견을 듣고 만든 제품도 있다. 폭이 좁은 신발을 오래 신거나 무좀 등 질환이 있으면 발톱이 굵어진다. 그러면 시중 발톱깎이의 절단면 틈에 발톱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불편사항을 접수해 ‘아주 두꺼운 발톱깎이’를 출시했다. 만족스럽다는 고객이 많다. 발톱깎이를 잘 쓰고 있다는 감사 전화가 한 달에 2~3통씩 온다. 기능성 제품이라고 비싼 값에 팔지 않는다. 7000원에서 1만5000원 사이로 저렴한 편이다. 코털정리기도 마찬가지다. 이 제품을 독일에서 사려면 4만~5만원은 줘야 한다. 우리는 2만~3만원에 팔고 있다. 온라인몰(bit.ly/34GByMG)에서도 인기다.”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한 계기는.


“손톱깎이는 제작에 들어가는 품에 비해 소비자가가 낮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제조업체가 제품 제작에만 집중해서 물건 파는 데 신경을 못 쓰기 때문이다.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물건을 떼다가 인터넷에서 팔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는 사람이 늘었다. 나날이 소비자가격이 내려갔다. 이런 식으로는 좋은 제품을 꾸준히 선보일 수 없겠다는 위기의식이 들었다. 그러다 떠올린 게 크라우드펀딩이다. 매출 증대가 목적이 아니었다. 소비자가 우리 아이디어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작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이 돌아왔다.”


-성과는 어땠나.


“첫 번째 펀딩은 2019년 12월이었다. 7000만원이 모였다. 두 번째는 코털정리기로만 6000만원 투자금을 유치했다. 세 번째는 1억500만원, 2020년 9월 30일부터 10월 21일까지 진행한 펀딩에서는 1억4000만원이 모였다. 다 합치면 3억원이 넘는다.”

출처: /jobsN

-매출이 궁금하다.


“연 매출은 60억원 정도다. 제품별 매출 비중은 아직 손톱깎이(bit.ly/34GByMG)가 압도적으로 높다. 코털정리기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상품이다. 세계에서 수동 코털정리기를 만드는 업체가 5곳이 채 안 될 거다. 그중에서도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본다. 매출 비중이 작아도 꾸준히 투자하는 이유다.”


-공장장으로서 겪는 애로사항이 있다면.


“사업을 이어갈 젊은 청년이 많지 않다. 그동안 남들 8시간 근무할 때 16시간씩 일하면서 백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60년 동안 손톱깎이를 만들면서 독자적인 기술이나 노하우도 쌓았다. 전 세계에서 1등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제조업 취업에 관심이 적다. 명석하고 뛰어난 인재가 제조업에 관심을 가지면 중국과 맞붙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본다. 공장에 다니는 사람을 무시하거나 공장 일은 일자리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손톱깎이라고 절대 대충 만드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1등을 한 적이 있다. 청년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손톱깎이는 전 세계에 팔 수 있는 생활용품이다. 온라인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진출할 생각이다. 지난 6월 아마존닷컴에서 처음으로 수천달러 매출이 나왔다. 7월에는 2만달러, 10월에는 7만~8만달러 정도 물건이 팔렸다.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앞으로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유럽 시장에도 진출할 생각이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앞으로 갈 길을 정했다. 이제는 유통 구조를 단순화해 전 세계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손톱깎이와 코털정리기 모두 세계 1등 회사로 만드는 게 목표다. 소비자의 삶을 편하게 만들고, 50여명의 직원도 자부심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겠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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