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을수록 오른다는 '욕세권' 아파트입니다

조회수 2020. 10. 29.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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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을수록 집값이 오른다는 아파트? 이젠 욕세권?
역세권→학세권→편세권→욕세권
트렌드 반영하는 부동산 신조어

'송파 헬리오시티', '신길 래미안에스티움’,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세 아파트의 공통점이 있다. 집값이 비싸다는 것 외에도 '욕세권'이라는 것이다. 욕세권은 지하철역 500m 반경 내외 지역으로 보도로 5~10분 이내 주거지역을 의미하는 '역세권'과 욕을 합친 신조어다. 욕, 비판, 비난 등을 듣는 아파트일수록 잘 된다는 의미다. 과거 역세권은 물리적 거리를 나타내면서 학세권, 편세권 등 다양한 파생어를 나았다.

출처: 조선DB
헬리오시티와 신길 래미안에스티움

역세권→학세권→편세권→욕세권


부동산 시장에서 입지는 부동산 가치를 좌우한다. 그중 역세권은 많은 영향을 미친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곳에는 유동인구가 모이고 유동인구가 늘면 상권이 함께 발달하기 때문이다. 보통 지하철역이 반경 500m, 도보 10분 이내 거리에 있으면 역세권이라고 하고 걸어서 5분 이내면 초역세권이라고 한다. 또 2개 역이 인접해 있으면 ‘더블 역세권’, 3개면 ‘트리플 역세권’이라고도 한다. 역세권이 인기를 얻자 ‘학세권’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학교와 역세권을 합친 말로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등 교육 시설이 근접해 있는 주거 지역을 의미한다.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자연 친화적인 공간도 선호하는 사람이 늘면서 신조어 ‘숲세권’ 등장했다. 거주 지역 주변에 공원, 산, 산책로 등 마치 자연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을 뜻한다. 숲세권과 함께 물세권도 떠올랐다.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가 물세권의 대표적인 주거 지역이라고 볼 수 있겠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 생활편의시설이 근접해있는 지역이 뜨면서 ‘몰세권’이 탄생했다. 몰세권은 마트, 아울렛 등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다. 쇼핑은 물론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몰세권보다 ‘편세권’이 인기를 얻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편의점과 역세권을 합친 단어다. 폐점 시간이 정해져 있는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 24시간 이용할 수 있어 언제든 이용가능한 편의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맥도날드가 인접해있는 ‘맥세권’, 스타벅스가 있는 ‘스세권’ 등도 있다.


최근에는 이 모든 걸 아우르는 ‘슬세권’이 주목 받고 있다. 슬세권은 카페, 편의점, 영화관, 쇼핑몰 등 위에 언급된 대부분의 편의시설을 슬리퍼 차림으로 이용할 수 있는 주거 지역을 의미한다. 또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옆세권’이라는 단어도 새롭게 떠올랐다. 서울과 가까워 서울의 생활권을 누릴 수 있으면서 서울보다 아파트 가격은 낮은 지역을 뜻한다. 성남시 수정구, 경기도 구리시, 고양시 등이 있다.


부동산114자료를 보면 9월 서울시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3202만원이었다. 반면 서울 옆세권 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성남시 수정구 2858만원, 구리시 1748만원 등이었다. 서울보다 평균 매매가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서울 생활권을 공유하면서 이동도 편리한 옆세권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출처: 직방TV 유튜브 캡처, MBN 방송화면 캡처
공원이 있다고 강조하는 한 숲세권 아파트(좌), 슬세권 뉴스 화면(우)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 ‘욕세권’


과거 역세권에서 파생한 신조어가 물리적 거리를 나타냈다면 최근에는 사람들의 평판이 아파트 가치를 보여주는 기준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욕세권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그 평판은 긍정적인 것보다는 욕과 비난이어야 가치가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서울 송파구의 헬리오시티는 가락시영 1·2차 아파트를 통합해서 재건축한 단지다. 당시 높은 분양가(전용 84㎡ 기준 평당 2649만원)로 “강남구도 아닌 송파구에 있는 곳이 이렇게 비싸냐”, “(아파트 외형이) 닭장 같다” 등 많은 비난과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입주 2년 차인 현재 송파구 대표 아파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8월 초 실거래가가 16억7000만원(전용 84㎡ 기준)에 달했다.


서울 신길동의 래미안에스티움도 마찬가지다. 영등포구 신길동은 과거 구로구 대림동과 대표적인 조선족 밀집지역이었다. 조선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아파트는 개발 전 “조선족 동네에 누가 살고 싶어 할까”, “집값 안 오르게 생겼다”와 같은 반응이었다. 그러나 욕세권 답게 최근 14억8000만원(전용 84㎡ 기준)에 거래됐다.


욕 먹는 아파트가 잘 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욕세권에 대해서 한 누리꾼은 "사람들이 욕하는 이유는 못 사서 질투 나서다. 아예 가치가 없으면 욕도 안 한다. 집값 비싼 아파트에서 사는 게 부럽기 때문에 욕하는 것"이라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강남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이씨는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이 딱 이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곳보다는 욕이라도 사람들 관심을 많이 끄는 곳이 가치가 있고 인기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신씨는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는 것은 일종의 홍보 효과라고도 볼 수 있다. 위례신도시도 베드타운으로 꼽혔었지만 결국 집값이 오르고 ‘로또 청약’ 열풍도 불었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욕 먹는 곳이 잘 된다는 게 정설(定說)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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