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뷰 웹툰, 그 힘들다는 음원차트도 접수

조회수 2020. 10. 25.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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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뷰 웹툰 '취향저격 그녀', 음원 차트도 사로잡았다
주요 음원 차트 싹쓸이한 웹툰 OST
효과음·배경음악 수준 넘어 음원으로 발매
2개월 넘게 차트 순위권 머물며 ‘롱런’ 중

산들의 ‘취기를 빌려’, 카더가든의 ‘밤새’, 규현의 ‘내 마음이 움찔했던 순간’······. 최근 음원 차트에서 자주 보이는 이 노래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다음 인기 웹툰 ‘취향저격 그녀’의 OST라는 점이다. '취향저격 그녀'의 OST에는 산들과 카더가든, 규현 외에도 몬스타엑스의 셔누와 민혁, 정은지, 스탠딩 에그 등 인지도와 실력을 골고루 갖춘 가수들이 두루 참여했다. 지금까지 8곡의 OST가 나왔고, 앞으로도 1곡이 더 발표될 예정이다.

출처: 카카오페이지
'취향저격 그녀' OST 라인업. 이후에도 두 곡이 더 발매됐고, 1곡이 발매 예정이다.

가장 이목을 끄는 OST는 그룹 B1A4의 멤버 산들이 부른 ‘취기를 빌려’다. 7월20일 발매 후 바로 음원차트 100위 안에 들었고, 아직까지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고 있다. 10월 6일 기준 멜론 월간차트 2위, 벅스 주간차트 5위, 지니뮤직 월간차트 6위, 플로 일간차트 3위를 차지했다. 이전에도 인기 웹툰이 OST를 발표한 사례는 있었지만, 여러 차트에 올라 오래도록 인기를 끄는 건 처음이다. 웹툰 OST가 음원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 WM엔터테인먼트·툰 스튜디오
B1A4 멤버 산들(왼쪽)과 그가 부른 '취향저격 그녀' 첫번째 OST인 '취기를 빌려'

◇몰입감 높이고 팬서비스 차원에서 웹툰에 소리 넣기 시작


웹툰에 소리를 넣는 시도는 2011년부터 시작됐다. 호랑 작가는 2011년 납량특집 단편 웹툰 ‘옥수역 귀신’에서 ‘옥수역 귀신’에서 귀신이 튀어나오는 장면 등에 음향효과를 넣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단순히 그림만 볼 때보다 더 섬뜩한 공포감을 느끼게 했다. 이후 네이버 웹툰은 2015년 작가들이 별도의 프로그래밍을 사용하지 않고도 음향 효과를 연출할 수 있는 웹툰 효과 에디터를 제공했다.  


이후에는 음향효과에 그치지 않고, 웹툰에 배경음악을 넣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네이버 인기 웹툰인 ‘치즈 인더 트랩’, ‘패션왕’, ‘연애혁명’ 등이 대표적이다. 웹툰 속 배경음악은 텍스트나 이미지가 갖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만들었다. 웹툰을 보면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웹툰 몰입도를 높여주기도 했다.

출처: 네이버 웹툰 캡처
네이버 웹툰 '연애혁명'. 316~320화처럼 옆에 멜로디 표시가 붙어있는 회차는 웹툰을 읽으면서 배경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웹툰 OST가 음원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크지 않았다. 팬들을 위한 작가의 팬서비스 차원에서 웹툰 안에 배경으로 노래를 넣는 성격이 짙었다. ‘패션왕’의 OST는 웹툰 OST 사상 최초로 음원 차트 진입에 성공했지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유명 가수나 작곡가가 웹툰 OST에 참여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


◇유명 가수와 협업할 정도로 위상 달라져 


그러나 최근에는 웹툰 OST의 위상이 달라졌다. 2018년에는 맑고 청아한 음색으로 인기를 얻은 가수 백아연이 네이버 웹툰 ‘연놈’ OST에 참여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는 ‘취향저격 그녀’ OST는 이름만 들으면 알법한 유명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10월 18일에는 김준수(XIA)가 부른 네이버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 OST 음원 ‘사랑하고 싶지 않아’가 발매되기도 했다.

출처: 툰 스튜디오 페이스북 캡처
네이버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 OST를 녹음 중인 김준수(왼쪽)와 발매된 OST 음원

웹툰 OST를 듣는 방식도 달라졌다. 2018년 백아연이 부른 연놈 OST ‘Why’가 공개될 때까지만 해도 웹툰을 볼 때 OST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취향저격 그녀’와 ‘바른연애 길잡이’는 웹툰 콘텐츠에서 곡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오직 음원 사이트에서만 OST를 재생할 수 있다. 웹툰을 보는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OST를 접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셈이다. 그런데도 독자들이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 웹툰 OST를 찾아 듣고 있다는 의미다. 


웹툰의 팬뿐 아니라 가수의 팬들도 덩달아 웹툰 OST를 찾아 듣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OST를 듣고 궁금해 웹툰을 찾아봤다”, “음원 덕에 웹툰에 입문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대 직장인 정모씨는 “웹툰 OST인 줄 모르고 ‘취기를 빌려’를 처음 들었는데, 노래가 너무 좋았다. 듣다 보니 노래에 점점 빠져들었고, 노래의 배경이 된 웹툰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취향저격 그녀’의 팬이 됐다.”고 말했다.

출처: 툰 스튜디오 페이스북 캡처
'취향저격 그녀' OST를 녹임 중인 정은지와 규현

◇웹툰 2차 창작물 범위 넓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웹툰 시장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를 보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원을 돌파했다. 네이버 웹툰의 글로벌 월간 이용자는 6700만명에 달하고, 월 거래액은 800억원 규모다. 카카오페이지도 가입자가 3500만명이고, 올해 연간 거래액은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명 가수와 공동 작업을 감당할 만큼 웹툰 생태계가 여유가 생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2차 창작물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웹툰은 다른 창작물로 만들어질 수 있는 확장성이 높은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정 평론가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영화가 흥행한 이후 웹툰은 특히 원데이터로서의 가치가 높아졌다. 웹툰 OST를 시작으로 해서 앞으로 웹툰을 기반으로 한 2차 창작물을 더 많이 만들겠다는 웹툰 서비스업체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정환석 다음웹툰 부사장도 비슷한 말을 했다. 정 부사장은 “원작 웹툰이 확장할 수 있는 2차 창작물의 장르나 형태에는 한계가 없다. 그동안 영화, 드라마 등 영상화에 가장 강점을 보여왔던 다음웹툰이 이번에는 취향저격 그녀 OST를 통해 음원 시장에서의 IP(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 비즈니스 성공 사례를 구축한 것”이라고 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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