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 말기 아버지 살리려 어머니가 찾은 음식은

조회수 2020. 10. 18.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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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살리려 어머니가 시작한 발효 식품, 아들 부부가 이어받은 사연은
유산균 발효 식품 기업 ‘소미노’
어머니가 시작해 부부가 이어받아
가족·직원이 먹는단 생각으로 제품 개발

“약장수네요.”


2010년 남편인 정원호(35) 공동대표를 소개팅에서 처음 만났을 때 서묘원(33) 공동대표가 한 말이다. 정 대표의 어머니는 유산균 발효 식품을 제조하는 ‘소미노’를 운영하고 계셨고, 취업 전이었던 정 대표는 짬짜미 어머니의 사업을 조금씩 도와드리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소미노의 창업 이야기를 들은 서 대표의 첫 반응은 “약장수 아니냐”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있길래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반응이 나왔을까.

출처: 소미노
소미노 정원호, 서묘원 공동대표

정 대표의 아버지는 1990년대 중반 간경화 말기 판정을 받은 후 병상에 누워 계셨다.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해 병원에서도 체력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 어머니는 몸에 좋다는 것들은 다 찾기 시작했고, 그중 하나가 발효식이었다고 한다.


◇다른 음식보다 소화 잘되고 흡수하기 좋은 발효식  


(정) “발효식은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효소에 의해 큰 분자였던 영양소들이 잘게 부서져 소화가 잘되는 형태의 식품이에요. 소화효소로 영양소를 분해하는 과정을 발효를 통해 대신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음식보다 몸에서 흡수하고 받아들이기가 쉬운 음식입니다.” 


소화가 편하고 몸에 흡수가 잘 돼 아버지도 발효식은 드실 수 있었고, 체력을 조금씩 회복하셨다고 한다. 이후 정 대표의 어머니는 자신의 남편처럼 음식을 먹지 못해 고생하고 있는 다른 환자들에게 발효식을 소개하고자 1999년 소미노를 시작했다. 현재는 정 대표와 서 대표 부부가 함께 소미노를 이끌고 있다. 심지어 창업 이야기를 듣고 약장수라는 반응을 보였던 서 대표가 먼저 남편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소미노를 맡아서 키워보자고 제안했다.  

출처: 소미노
발효식을 만들고(왼) 품질을 검사하는 과정(오)

(서) “처음에는 TV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여서 정말 약장수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니까 어머니께서 자신이 절박했던 때를 떠올리면서 도움이 필요한 다른 환자들을 도우려고 노력하시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돈을 버는 것보다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신 분이라는 것을 깨닫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업을 평가했던 저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했어요. 


또 출산 후 어머니께서 만든 제품을 먹어보면서 체력도 많이 회복했고, 식단을 관리하는 데 효과를 보기도 했어요. 환자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발효 식품을 한번 알려보자고 결심했죠. 사실 신랑은 이전부터 소미노를 어머니와 함께 운영하고 싶었던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결혼도 해야 하고, 가정을 꾸려나가야 해 취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교 성적이 좋아 대기업 입사는 했지만, 신랑이 너무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소미노를 이어받자고 제안했죠. 보통 아내들이 퇴사를 말리는데 제가 먼저 퇴사하라고 말을 하니까 신랑도 부담 없이 바로 사표를 냈습니다.” 


그렇게 2015년 거제도에서 살던 부부는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에 있던 매장 1분 거리에 집을 구했다. 부부가 합류했을 때 소미노 통장에 있던 잔고는 350만원 뿐이었다. 정량화된 제품 레시피나 생산 공정 없이 직감과 경험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었다. 서 대표는 바로 어머니와 함께 재료도 나르고 제품을 만드는 등 실무를 맡았고, 정 대표는 회사 형태로 바로 세우자는 마음가짐으로 경영 공부를 시작했다.


(서) “제품력만 믿고 소미노를 맡아보자고 제안했지만, 체계가 잡힌 게 거의 없었어요. 그때 신랑이 어머니가 아닌 우리가 이끌어갈 소미노를 재정립하자고 제안했죠. 그러면서 자신이 공부해보겠다고 했어요. 하루하루의 생존이 급급했지만, 그래도 일단 신랑을 믿고 기다렸습니다.”


◇패키지 디자인, 공정 체계화 등 사업화 기반부터 다져 


4개월 후 정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디자인을 바꾸는 작업이었다. “기업 형태로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회사의 방향이 뭐고, 지향점은 뭔지 등 경영 철학을 다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문 산업디자이너한테 맡겨 새 술을 새 포대에 담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CI부터 BI, 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싹 바꿨어요.” 


이와 함께 내부적으로는 생산 공정을 체계화했다. 정량화되어 있지 않은 어머니의 레시피를 체계적으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이후에는 식품 품질 전문가, 발효식품 전문가, 디자이너, CS 전문가 등 외부 인력을 채용하기 시작했고, 달맞이를 떠나 기업 부설 연구소와 HACCP 인증을 받은 생산 공장을 만들어 개발부터 생산·판매까지 할 수 있는 종합 기업 형태로 소미노를 탈바꿈시켰다.

출처: 소미노
서 대표가 신제품 테스트를 하고 생산된 제품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현재는 기업 부설 연구소에서 제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고.


(정) “어떤 제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면 바로 연구소에서 식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바로 붙어 있는 공장에서 시제품을 만들어보고, 레시피가 확정되면 특허를 출원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아버지를 위한 식품을 만들었던 게 소미노의 시작이라는 점을 항상 떠올리면서 우리 가족, 직원이 먹지 않는 식품은 만들지 말자는 생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주 제품군은 어떻게 되나. 


(정) “콩을 발효해서 만든 요거트 제품과 아미노산 음료 등 다양한 유산균 음료류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외에 식사 대용식도 있고, 생낫또를 과자처럼 만든 제품도 있어요.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은 약 13가지입니다.” 


(서) “제품 판매는 온라인으로 하고 있는데요. 주로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고자 하는 마음으로 소미노 제품을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업 현황도 궁금하다. 


(정) “아직도 더 성장해야 할 작은 기업이라 정확한 매출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지난 5년간 소미노는 계속 성장했습니다. 어머니와 저, 아내 이렇게 3명이 시작했지만, 현재는 직원이 13명입니다. 종종 백화점 팝업 행사를 열기도 하는데요. 롯데백화점 명동점·잠실점에서 열렸던 비건 관련 기획전 행사 당시 전체 브랜드 중에서 매출 1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소미노
백화점 팝업 스토어 행사에 참여해 전체 브랜드 중 매출 1위를 하기도 했다.

◇“고객이 실망하게 하지 말자”는 신조로 임해


정 대표는 기존 고객분들 한 분 한 분에게 최선을 다한 결과 소미노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새 고객에게 매력적인 브랜드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고객이 실망하게 하지 말자는 게 저희 브랜드의 모토에요. 저희의 능력 부족이기도 하겠지만, 광고나 마케팅으로 신규 고객을 늘리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광고를 하는 대신 기존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비용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배송받는 분들에게 전달하는 매거진을 만들고, 기존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거나 하는 방식으로요. 덕분에 고객분들 중에서 두 번 이상 제품을 구매하는 분들이 67% 정도로 높은 편입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소미노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도 점차 늘리고 있다. 현재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과 협업해 식품코너 내에서 두부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출처: 소미노
서 대표는 직접 제품 모델을 하기도 한다.

(서) “저희가 콩을 발효시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다 보니까 신세계에서 두부도 한 번 만들어 볼 수 없겠냐고 제안이 왔어요. 사실 전혀 생각 못 했던 제품이라 처음에는 우리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또 동시에 좋은 기회인 것 같아 꼭 해보고 싶었어요. 현재는 제품을 다 완성했고 10월 말쯤 출시 예정입니다.”


-부부가 함께 사업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 


(정) “많았습니다. 집에서도 일 이야기를 하다가 언성이 높아질 때도 있었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부부라서 힘들다기보다는 사람과 사람이기 때문에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둘 다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 불만이 생길 수도 있고, 마찰이 생기기도 하는 거죠. 그래도 부부이기 때문에 이 사람은 사업적으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사람이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집에서는 최대한 일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목표는. 


(정) “소미노라는 식품 브랜드를 국민의 자부심이 될 수 있는 브랜드로 키우는 게 가장 큰 소망입니다. 당장의 큰 꿈은 고객분들의 자부심이 될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저희가 더 알려졌을 때 이미 저희 브랜드를 알고 계셨던 고객이 ‘나는 옛날부터 알던 브랜드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소미노의 슬로건은 ‘소년의 아름다움을 노년까지’인데요. 단순히 식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웰에이징 할 수 있다는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출처: 소미노
소미노 제품 중 하나인 두유 100상자를 부산 지역 결식우려가정을 위해 기부했다.

(서) “이와 별개로 저희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신랑은 공대생이었고, 저는 무용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전혀 관련이 없는 식품 사업을 하고 있죠. 저희처럼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하더라도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와 마음가짐만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고,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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