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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이 없어서.." 19학번 '장학생 치어리더' 근황

조회수 2020. 10. 17.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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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찬 관중석이 그리웠어요"..KIA 타이거즈 이다혜 치어리더
코로나로 경기 취소되자 수입 줄어 아르바이트도
팬들과 소통 위해 유튜브 채널 만들기도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 일용직 노동자 등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장의 꽃’이라 불리는 치어리더들도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응원 단상에 서는 일이 줄었기 때문이다.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을 닮아 ‘전주 아이린’으로 불리는 치어리더 이다혜(21)씨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덕분에 강제 휴가도 갔다 오고 아르바이트도 했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장학금 받는 대학생 치어리더

출처: 이다혜씨 인스타그램 캡처
치어리더 이다혜씨는 2019년 5월부터 KIA 타이거즈 치어리더로 활동 중이다.

“작년 5월 치어리더로 데뷔했습니다. 7살에 밸리댄스 학원에 다니면서 춤에 재미를 느꼈어요. 댄스 공연이나 대회에도 꾸준히 나갔죠. 어느 날 가족들과 KIA 타이거즈 야구 경기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치어리더들을 보고 치어리딩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마침 치어리더를 공개 모집 중이던 KIA 타이거즈 치어팀에 지원해 오디션을 통과했고, 지금의 소속사인 에이펙스 커뮤니케이션즈에 들어갔습니다. 에이펙스 커뮤니케이션즈는 KIA 타이거즈와 청주 KB스타즈 치어리더를 관리하는 스포츠 마케팅 업체입니다.”


KIA 타이거즈 소속 치어리더들은 경기 중에 배트와 공을 나르는 배트걸 역할도 한다. 이다혜씨는 2019년 5월 24일에 배트걸로 팬들 앞에 처음 나섰다. 다음날 응원단상에 올라 치어리더로 정식 데뷔했다. 현재는 KIA 타이거즈, 청주 KB스타즈,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치어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이다혜씨는 한국관광대학교 관광중국어과에 19학번으로 재학 중이기도 하다. 중학생 때부터 중국어를 배운 그녀는 지난 학기엔 장학금도 받았다. 치어리더를 시작한 뒤 학교 측의 제안을 받아 학교 특별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처음에는 일과 학업을 같이 하려니 많이 힘들었어요. 집과 학교, 연습실, 경기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녹초가 됐죠. 그런데 곧 익숙해지더라고요. 요즘은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어서 일과 학업을 같이 하기에 더 수월해요.”

◇ 무관중 경기에서 치어리딩해 보니

출처: 이다혜씨 인스타그램 캡처
이다혜씨가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치어리더는 대부분 특정 구단이 아니라 기획사 소속이기 때문에 야구·축구·농구·배구 등 여러 종목을 응원한다. 구단 유니폼을 입고 일을 하지만 사실상 파견 직원인 셈이다. 이 때문에 구단은 기획사를 외주업체라고 부른다. 여러 경기를 응원하다 보니 치어리더들에겐 쉬는 날도 별로 없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올해 운동 경기 대부분이 취소되거나 관중 없이 진행되면서 치어리더들도 응원 단상에 서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이다혜씨도 데뷔 10개월 만에 강제 휴가를 갔다 와야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단체 모임을 할 수 없어 응원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3~4월엔 운동 경기가 없어서 집에만 있었어요. 무기력했죠. 안무 연습을 하려면 모든 단원이 서울에 있는 소속사 연습실에 모여야 하니까 연습도 한동안 진행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5월부터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면서 치어팀 활동을 다시 시작했어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는 단원들과 매주 모여 연습을 했었는데, 요즘은 한 달에 두 번만 연습하고 있어요. 올해는 원정 경기 응원에도 들어가지 않고, 경기 중에 배트나 공을 가져다주는 배트걸 역할도 안 해요. 치어리더의 활동 범위가 많이 줄었죠.  


무엇보다 힘든 건 경기장에 관중이 없다는 거예요. 텅 빈 관중석을 보며 안무를 하니 민망하고 허전했어요. 아무도 없는 관중석에서 응원하는 일이 점점 익숙해지는 것도 무서웠어요. 이러다 꽉 찬 관중석이 어땠는지 잊어버릴까봐 걱정이에요.” 


줄어든 수입도 문제다. 치어리더 대부분은 월급이 아닌 일당을 받는다. 연차에 따라 다르지만 치어리더 일당은 15~20만원 정도다. 경기 취소로 사실상 무급휴가를 보내는 날들이 많아지다 보니 생계를 위해 새벽 배송 등 아르바이트를 하는 치어리더들도 있다고 한다. 이다혜씨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올해 3~4월에 모든 운동 경기가 취소됐을 땐 치어리더 활동을 할 수 없으니까 수입이 없었어요. 무관중 경기 이후에도 원정 경기 응원을 나갈 수 없으니 작년보다 수입이 줄었죠. 치어리더는 월급이 아니라 일당을 받거든요. 코로나19 유행 전에는 한 달에 7~8경기에 들어갔는데 요즘은 한 달에 4~5경기밖에 안 해요. 줄어든 수입을 보충하려고 올해 4월부터는 피팅모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 랜선으로 만나는 관중

출처: 유튜브 채널 '다혜하다' 캡처
이다혜씨는 무관중 경기로 팬들을 만나기 어려워지자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이다혜씨는 SNS를 통해서도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편이다. 직접 만날 수 없는 관중과 소통하기 위해 올해 3월부터는 유튜브 채널도 만들었다. 걸그룹 안무 커버 영상이나 브이로그 등 직접 만든 영상을 올리다 보니 구독자 수 5000명을 넘겼다. 팬들이 남긴 댓글에도 매번 답글을 남긴다.


“올해는 관중을 만나지 못했잖아요. 매일 제 출퇴근길을 지켜주시던 팬분들이 그리워서 이렇게라도 소통하고 있어요. 경기장엔 못 가지만 제 영상을 보고 힘을 얻는다는 댓글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요. 현장에선 만나기 어려웠던 분들과 꾸준히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온라인 소통의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랜선으로 관객들과 경기를 즐기는 새로운 응원법도 등장했다. 어플에 접속한 관중과 치어리더가 경기 영상을 보며 함께 응원하고 감상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이다혜씨는 “처음엔 관중 없이 카메라를 보고 응원을 하거나 댓글로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게 낯설고 어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실시간으로 관중들과 함께 응원할 수 있으니까 감사하다”고 했다.  

◇ 꽉 찬 관중석을 기다리며

출처: 이다혜씨 인스타그램 캡처
"더 많은 분께 긍정적인 에너지를 드릴 수 있는 치어리더가 되고 싶다"는 이다혜씨.

10월 11일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낮췄다. 이제 관중들이 운동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게 다시 가능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서는 관중이 경기장 수용 규모의 30%까지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13일 프로축구는 16일 경기부터다.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할 때 경기장에 가서 응원하고 싶다는 팬분들의 문자를 많이 받았어요. 저만 경기를 직접 보는 게 죄송하기도 했죠. 그런데 이제는 관중분들과 함께 응원을 할 수 있어서 기뻐요. 아직 모든 관중분을 만날 수는 없지만, 경기장에 못 오시는 분들도 집에서라도 다 같이 열심히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더 많은 분께 긍정적인 에너지를 드릴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글 jobsN 최유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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