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 칠판에 버젓이 문제가.."이게 무슨 국가시험이냐"

조회수 2020. 10. 7.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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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에 시험 문제가 왜 있죠" 한 문제 때문에 수만명 눈물짓는다

최근 경찰공무원 공채 시험에서 문제 유출 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20년 하반기 경찰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이 9월19일 전국 94개 시험장에서 치러졌다. 그런데 일부 시험장에서 감독관의 실수로 문제가 유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시험을 시작하기도 전에 칠판에 문제를 떡하니 적은 것이다.


이날 필기시험 선택과목 중 하나인 경찰학개론 9번 문제 인쇄가 잘못돼 각 시험장 현장에서 문제정정이 이뤄졌다. 일부 시험장의 감독관이 시험 시작 전 정정된 문제를 칠판에 적어두면서 문제가 생겼다.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걷기 전이었고, 일부 응시자들은 참고서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답을 확인했다. 또 칠판에 미리 적힌 문제를 찍어 다른 응시자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이 사실이 수험생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경찰은 시험이 치러진 2684개 교실 중 25개 교실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출처: TV조선 방송 캡처
경찰공무원 순경 공채 필기시험이 치러진 9월19일 일부 시험장에서 선택과목 ‘경찰학개론’의 정정된 문제가 시험 시작 전 칠판에 미리 적혀 있었다면서 한 경찰공무원 수험 관련 카페에 올라온 사진.

이날 순경 채용 필기시험 응시자는 5만1419명으로 경쟁률은 18.8대 1이었다. 높은 경쟁률이었던 만큼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이에 경찰청은 9월20일 “시험관리상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면서 사과했다. 경찰은 결국 필기시험 합격자 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유출된 한 문제로 인해 시험 당락이 정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경찰청은 “유출된 경찰학개론 9번 문제 정답을 4번으로 확정한 후 채점해 필기 합격자를 먼저 선발하겠다. 이후 필기시험 불합격자에게 한 문제(5점)에 해당하는 점수를 부여해 추가 합격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9번 문제를 맞혔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한 문제 차이로 필기시험에 떨어진 모든 응시자를 우선 합격시키는 방안이다. 이는 경찰학개론을 선택하지 않은 응시자에게도 해당한다. 경찰학개론을 선택한 응시자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형평성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출처: TV조선 방송 캡처
시험문제 사전 유출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청은 9월20일 사태 파악에 나섰다.

추가 필기시험 합격자가 발생하면서 2~4차 시험전형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경쟁률 상승 등 피해를 막기 위해 기존 합격자와 추가 합격자의 2~4차 시험전형을 분리해서 진행한다고 했다. 기존 합격자 중 당초 선발인원을 그대로 뽑고, 추가 합격자 전형은 따로 진행해 최종 선발인원을 추가로 뽑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최종 선발 인원은 애초 계획했던 2735명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청의 이러한 조치에도 수험생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한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시험관리도 제대로 못 하는데 이게 무슨 국가시험이냐” “몇 년 동안 죽어라 공부하면서 준비해온 사람들한테 이게 할 말인가” “다 맞게 해주는 게 어떻게 불이익이 없는 건가” “문제가 유출된 것부터 이미 불공정하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또 “차라리 재시험을 보는 게 더 공평하다” “어떤 시험장에서는 시험종료 이후에 1~2분 시간을 더 준 곳도 있다고 한다. 오래 준비한 시험인데 허탈하다”고도 했다.

출처: TV조선 방송 캡처
응시생들은 재시험을 봐야한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경찰공무원 공채 시험의 공정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경기 의정부시 신곡중학교에서 치러진 순경(일반 여자) 필기시험에서 답안지가 잘못 배송돼 시험이 40분이나 늦어졌다. 또 시험지를 배부한 이후 화장실에 다녀오도록 하고, 한 고사장에서는 시험을 먼저 시작하는 등 공평성 논란이 일었다. 이에 경기북부경찰청은 시험 재실시를 결정했다. 당시 이승철 경기북부경찰청장은 사과문에서 “더욱 공정해야 할 경찰공무원 채용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것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험관리 과정의 전반을 재검토해 미비점을 확인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이번 경찰학개론 문제 유출 사건에 대해 종합교육기업 에듀윌 관계자는 “2017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일부 수험생은 시험 주관기관인 경찰청에 대한 수험생들의 신뢰가 상당 부분 훼손됐다면서 시험 출제 및 주관 등을 인사혁신처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시험 문제 오류 등 자체 문제가 아닌 시험장 운영 관리 미숙으로 생긴 문제여서 시험 운영 주관 기관의 교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YTN 방송 캡처, 네이버 카페 캡처
2018년 우정공무원 시험문제 유출 의혹이 일었다.

공무원 시험 문제 유출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8년에는 우정9급(계리) 공개채용 필기시험 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일었다. 당시 한 공무원 시험 준비 인터넷 커뮤니티에 "우정 공무원 시험 출제위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내면 시험문제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내용을 보면 시험문제 판매를 제안한 이는 지역별로 1~2명에게만 문제를 판매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톡이 왔는데 기분이 싸하더라”면서 같은 내용의 문자를 공개하기도 했다. 어떤 응시생은 “출제 문제를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시험지를 제공하는 대가로 2000만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시험지 판매를 제안한 사람이 사기꾼일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시험문제가 실제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반응도 많았다.


논란이 커지자 우정사업본부는 시험을 이틀 앞두고 새 문제로 시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당시 우본은 기존 필기시험 문제를 폐기하고 새 문제로 우정9급(계리) 공개채용 필기시험을 치른다고 했다. 또 “공무원 채용 시험문제 유출 의혹과 관련해 전국의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공개채용시험의 출제·편집·인쇄·행정 등 모든 관련자는 별도의 장소에서 합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부 보안업체의 통제하에 시험 관련자의 휴대폰, 인터넷 등 모든 통신수단을 쓸 수 없도록 통제·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통 국가공무원 시험은 수만명에서 수십만명이 응시하는 만큼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수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준비하는 시험이기에 관리·감독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에듀윌 관계자는 “한 문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 국가시험인 만큼 시험 관리·감독과 보안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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