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g당 100만원..저희는 '로또' 줍줍하러 돌아다닙니다
9월23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에 ‘별똥별’이 올랐다. 이날 새벽 섬광을 내는 커다란 물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별똥별 목격담이 퍼지면서 인터넷에는 떨어진 운석을 찾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운석은 별똥별으로도 불리는 유성이 대기를 통과하면서 타다 남아 지상으로 떨어진 것을 말한다. 운석은 하늘에서 떨어진 로또라고도 불린다. 2014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운석 조각 890g은 2016년 영국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5억원 금액을 제시받았다.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운석연구센터 연구 결과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 수는 1년에 약 6100개이다. 하루에 운석 17개가 지구로 떨어지는 셈이다. 운석의 소유권은 운석이 떨어진 땅 주인이 아닌 운석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 갖는다. 이 운석으로 돈을 버는 직업도 있다. 운석을 주워 수집하거나 경매에 부치는 ‘운석 사냥꾼(Meteorite Hunter)’이다.
◇ 운석 찾아 사막·남극 갑니다
운석 사냥꾼은 유성 낙하 영상 등 운석 관련 자료를 분석해 운석 파편의 개수와 예상 낙하 지점을 파악한다. 운석이 떨어지는 모양과 속도를 통해 운석의 종류와 개수를 추정하는 식이다. 해당 지역 주민의 증언도 운석이 떨어진 곳을 찾는 데 중요한 자료다.
운석은 철을 포함하기 때문에 운석 사냥꾼은 막대기에 자석을 붙인 도구나 금속 탐지기를 이용해 운석을 찾는다. 국내 유일 운석 사냥꾼 이순철씨는 “운영하는 운석 사냥 동호회 인터넷 카페 ‘별운석카페’에 운석 목격담이 올라오면 운석 사냥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여름엔 식물이 무성해 운석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을이나 겨울에 운석 사냥을 나선다. 운석 예상 낙하 지점이 바다나 강이 아니면 어디든 운석 사냥을 할 수 있다.
운석 사냥꾼은 대부분 남극이나 사막에서 활동한다. 남극과 사막에선 까만 운석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제운석학회에 보고된 운석 약 6만개중 70%는 남극에서 찾은 것이다. 모로코나 칠레 등 운석이 자주 떨어지는 곳에는 운석 사냥꾼과 여행객이 같이 운석 조각을 찾아보는 운석 사냥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우리나라엔 2014년 경남 진주에 운석이 떨어졌을 때 외국인 운석 사냥꾼이 진주에서 운석 사냥을 벌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 1g당 100만원… 하늘의 로또를 줍다
운석 가격은 운석의 크기와 나이, 구성 성분 등에 따라 다르다. 운석의 종류로는 석질운석과 철질운석, 석철운석이 있는데, 가장 흔한 석질운석은 1g당 1~2달러(약 1200~2400원) 정도다. 철질운석이나 석철운석은 상태에 따라 석질운석보다 2~3배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운석은 ‘하늘의 로또’로 불리기도 한다. 희귀한 운석은 고가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달이나 화성에서 떨어진 운석은 1g당 100만원이 넘는다. 이순철씨는 “미국 캔자스에서 발견한 운석 25kg을 3000만원에 판매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본인이 운영하는 ‘별운석카페’에서 매일 5개 운석을 경매에 부친다. 경매 낙찰가는 5000원에서 300만원 정도이다.
국내에서는 운석을 발견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운석이 더 높은 값에 팔린다. 2014년 진주에 떨어진 운석 4조각에 해외 운석 거래 사이트 ‘이베이(eBay)’가 제시한 가격은 1g당 3달러(약 3500원)였다. 4개 운석의 무게는 총 35kg 정도로 최고 가치로 계산해도 9만달러(약 1억575만원)였다. 그런데 당시 정부는 진주 운석 최초 발견자에게 3억5000만원을 제안했다. 1943년 전남 고흥군 두원면에서 발견된 운석 이후 국내에서 운석을 확인한 것은 71년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운석 소유자와 가격 협상에 실패해 아직 진주 운석을 매입하지 못했다.
◇ 운석 사냥꾼, 아직은 희귀한 직업
미국 애리조나 출신 운석 사냥꾼 마이클 파머(Michael Farmer)는 다큐멘터리 잡지인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운석 사냥꾼을 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 20명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직업과 운석 사냥꾼을 병행하는 사람들을 합해도 100명 정도라는 게 마이클 파머의 설명이다.
국내에선 운석 사냥꾼을 찾기가 더 힘들다. 운석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감정할 수 있는 국제운석수집가협회(IMCA) 회원 512명 중 한국인은 이순철씨 한 명뿐이다. 이순철씨는 “운석 사냥꾼이라는 직업의 존재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글 jobsN 최유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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