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자동차 100대로 시작해 9년 만에 1조 '초읽기'

조회수 2020. 9. 22.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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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째 유니콘 등극 앞둔 쏘카, 한국 유니콘 뭐가 있나
투자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인정받은 쏘카
타다 서비스 중단했지만, 모빌리티 시장 기대감 높아
가맹택시·대리운전 중개·중고차 시장 진출 앞둬

국내 1위 카쉐어링(차량공유) 기업인 쏘카가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유니콘이라고 표현한다. 쏘카는 최근 500억원대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며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로써 이번 투자가 마무리되면 국내 12번째이자 모빌리티 업계 최초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다.


◇제주에서 차량 100대로 시작, 현재 1만2000대 수준으로 성장 


쏘카는 2011년 제주도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제주도 렌터카 업체들은 비수기에 차량을 주차장에 방치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쏘카 창업주 김지만 전 대표는 방치된 차를 여러 사람이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대중교통이 부족한 제주도민 사이에 하루 24시간이 아닌 30분, 1시간 등 원하는 시간 단위로 차를 빌릴 수 있는 쏘카 서비스가 입소문 나기 시작했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출처: 쏘카 인스타그램 캡처

쏘카가 제주를 넘어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한 건 2년 후인 2013년이다. 쏘카는 2013년 서울시 차량공유 지원사업에 쏘카가 선정된 후 서울에 진출했다. 이후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초기 100대였던 차량은 2018년 1만대를 넘어 현재 약 1만2000대 수준이다. 매출액은 2014년 146억원에서 2019년 2566억원으로 5년 사이 20배 가까이 늘었다.


유니콘 반열에 오를 정도로 쏘카의 성장을 이끈 건 포털사이트 다음의 창업자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다. 이 전 대표는 2011년 사회적 벤처투자사 소풍(SOPOONG)을 통해 쏘카에 투자한 초기 투자자였다. 이후 2018년 쏘카 창업자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며 직접 경영권을 잡았다. 그해 커플 메신저 ‘비트윈’ 개발사 VCNC를 인수했고, 렌터카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를 선보였다. 

출처: 쏘카
이재웅 전 쏘카 대표

◇타다 금지법 통과되며 서비스 중단하기도


유니콘 반열에 오르기까지 쏘카가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3월 국회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켜 타다 베이직은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번 신규 투자 유치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력 서비스 중 하나가 중단된 상태에서도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여전히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타다 베이직은 11인승 승합차(흰색 카니발 차량)와 운전기사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택시보다 한층 강화된 편의성과 서비스를 앞세운 타다에 대한 시장 반응은 좋았다. 이용자가 목적지를 밝히지 않고 차량을 호출하기 때문에 승차 거부가 발생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고, 운전기사가 승객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는 내부 규칙도 있었다. 이외에도 와이파이와 스마트폰 충전 서비스, 승하차 시 자동으로 문을 여닫아주는 서비스 등을 앞세워 소비자를 공략했다. 그 결과 서비스 개시 6개월만에 회원 50만명을 유치했고, 차량 대수도 1000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택시업계를 중심으로 “타다가 법망의 허점을 이용해 편법으로 택시 운송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택시 조합이 유상으로 여객 운송업을 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면허를 받고 등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택시 운전사의 자격이나 요금 체계 등에 대해서도 각종 규제를 받는다. 그러나 타다는 규제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유상 운송 면허를 받지 않아도 된다. 형식상 여객 운송업이 아니라 이용자에게 렌터카를 빌려주고 운전기사를 알선해주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VCNC
박재욱 VCNC 대표

올해 3월 6일 국회가 타다 서비스를 규제하는 내용이 골자인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켰고, 결국 타다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재웅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찌 됐든 저는 졌고 뭘 해도 안 됐다”고 적으며 “책임을 지고 쏘카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대표의 뒤를 이어 현재는 박재욱 VCNC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아 쏘카를 이끌고 있다.


◇가맹택시·대리운전·중고차 등 신사업 시작할 예정 


쏘카는 이번 투자금을 신규 사업에 쓸 예정이다. 이미 연내 가맹택시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가맹택시는 택시업계와 플랫폼 기업의 공생 모델이다. 법인·개인택시를 기반으로 운영하되 플랫폼 기업이 호출 서비스의 품질을 관리하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 시스템이다. 타다 베이직을 서비스했던 VCNC는 7월 가맹 참여를 원하는 개인·법인택시에 제공할 정보공개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한 상태다. 


4분기에는 대리운전 중개 서비스 ‘타다 대리’도 출시할 예정이다. 타다는 9월 16일 대리 드라이버 1000명 사전 모집을 시작했다. VCNC는 투명한 요금과 수수료 정책, 경유지 설정 등 그동안 타다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타다 대리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출처: 정보공개서 캡처, VCNC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정보공개서와 타다 대리 드라이버 사전 신청 안내물

중고차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쏘카는 6월 타다 베이직 서비스 운영에 쓰이던 하얀색 11인승 카니발 일부를 중고로 판매했다. 판매 시작 90분 만에 내놓은 물량이 모두 예약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쏘카는 온라인 중고차 판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8월에는 특허청에 온라인 중고차 판매 서비스에 대한 상표를 출원하기도 했다.


◇국내 유니콘 커머스·유통 비중 높은 점은 아쉬워 


쏘카 이전까지 국내 유니콘 기업은 11개였다. 1호 유니콘은 e커머스 기업인 쿠팡이다. 2013년 창업한 쿠팡은 2014년 5월 90억달러(10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같은 해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인 옐로모바일도 2호 유니콘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약 3년 가까이 국내 유니콘 기업은 2곳에 불과했다.  


2017년에 들어서야 화장품 제조·유통기업인 L&P 코스메틱이 세 번째 유니콘 반열에 올랐고, 2018년 게임 제작사 크래프톤, 핀테크 기업 비바퍼블리카, O2O 플랫폼 우아한형제들이 차례로 기업가치 1조원을 인정받았다. 2019년에는 야놀자·위메프·지피클럽·무신사·에이프로젠이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쏘카는 에이프로젠 이후 약 9개월 만에 12호 유니콘 반열에 합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니콘의 특징은 커머스·유통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옐로모바일·야놀자 등 O2O 플랫폼 업체는 오프라인 상품을 온라인에서 중개한다는 점에서 넓게 보면 커머스로 분류된다. 쏘카를 제외한 11개 유니콘 중 크래프톤·비바리퍼블리카·에이프로젠 제외한 나머지 8개 기업이 커머스·유통 기업에 속하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가장 많은 유니콘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이다. 210곳의 유니콘 중 e커머스 계열은 17개사에 불과하다. 반면 클라우드(32), 핀테크(21), 인공지능(20) 등 기술 기반 유니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중국도 핀테크·모빌리티 관련 유니콘이 각각 27개, 26개에 달해 강점을 보인다. 한국에서도 기술 기반 유니콘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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