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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때문에 잠 못자는 사람들에게..삼성맨이 전한 희소식

조회수 2020. 9. 19.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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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보다 빠르다..20년 삼성맨이 아들 위해 만든 이 제품은?

세계 최고 수준의 노트북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삼성전자에서 20여년간 일하면서 40여개의 전문 개발팀을 이끈 사람이 있다. 당시 출시된 노트북 중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 없을 정도였다. 그랬던 그가 안정적인 대기업을 나와 창업에 나섰다. 아들 때문이었다. 공부할 때마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수시로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를 마셨고, 낮에 섭취한 카페인 때문에 밤엔 숙면을 하지 못했다. 그런 아들을 보면서 부작용이 없으면서도 안전하게 각성 효과를 낼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빛으로 생체리듬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집중 및 이완 효과를 내는 조명 개발에 나섰다. 인공지능(AI) 조명 스타트업 ‘루플’의 김용덕(47) 대표를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AI양재허브에서 만났다.

출처: 루플 제공
‘루플’의 김용덕 대표.

-자기소개해 주세요.


“인공지능(AI) 조명 스타트업 ’루플’을 운영하는 김용덕입니다. 빛을 이용해 생체리듬 조절을 돕는 조명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20여년간 일하면서 엔지니어링, 경영혁신 분야 업무를 맡았다. 가장 오랜 시간 각고의 노력을 쏟은 분야는 노트북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얇고 가벼우면서도 성능 좋은 노트북을 개발하는 것에 집중할 때였습니다. 10년 넘게 노트북 개발 부서에서 일하면서 어떻게 하면 얇고 가벼우면서 세계 최고 품질의 노트북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키보드, 안테나,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40여개 전문 개발팀을 이끌면서 노트북 초기 설계 단계를 주도했습니다. 그때 당시 삼성에서 나온 노트북 중 제 손을 거쳐 가지 않은 제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또 개발전략기획 부서에서도 일하면서 경쟁사 분석, 제품군 기획 등을 했어요. 시중에 나온 노트북 중 안 뜯어본 제품이 없었습니다. 전사 가치혁신업무를 맡아 PC뿐 아니라 휴대폰, 세탁기, 프린터, 의료기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컨설팅하기도 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던 그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아들 때문이었다.


“아이가 공부하면서 잠을 깨기 위해서나 집중 효과를 내기 위해 커피, 에너지 드링크 등 고카페인 음료를 수시로 마셨습니다. 낮에 섭취한 카페인 때문에 밤엔 푹 자지 못했어요. 두통, 불면증 등에 시달렸고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주변을 보니 같은 고민을 하는 학부모가 많았습니다.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각성 효과를 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빛이 생체리듬에 큰 영향을 주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빛을 이용해 사람들의 삶의 질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2018년 삼성전자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선정됐고, 2019년 5월 ‘루플’을 창업했습니다.”

출처: 루플 제공
제품을 살펴보는 김 대표.

-사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빛은 생체리듬에 큰 영향을 줍니다. 낮에 햇볕을 충분히 쬐어야 수면에 영향을 주는 생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나와 밤에 숙면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현대인들 대부분 인공조명 아래에서 생활하면서 생체리듬이 불균형해집니다. 야간근무, 교대근무 등을 하면서 몸이 망가지는 경우도 많아요. 카페인을 섭취해 억지로 몸을 깨우고, 인공조명으로 수면을 방해받는 등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생체시계가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직결되기 때문이에요. 생체리듬이 깨지면 호르몬 분비량 조절과 관련한 내분비계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빛의 파장을 이용해 각성과 이완을 돕는 조명 제품 '올리'를 개발했습니다. 인체 내 멜라토닌 분비량을 조절하는 파장대 영역의 빛을 내보냅니다. 보통 카페인 50mg이 들어 있는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면 각성 효과가 나타나는 데까지 30분 정도 걸립니다. ‘올리’는 20분 만에 동일한 효과를 내요.

출처: 루플 제공
빛의 파장을 이용해 각성과 이완을 돕는 조명 제품 '올리'.
출처: 루플 제공
데이, 나이트 두 가지 버전이 있다.

‘데이’와 ‘나이트’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올리데이는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는 파장대 영역의 빛을 내보내 생체리듬을 활성화하고 집중력을 높여줍니다. 낮 시간대 집중 효과를 내거나 각성이 필요할 때 사용합니다. 카페인을 섭취했을 때와 같은 효과를 내면서 커피를 마셨을 때보다 더 빠르게 집중력을 높여줍니다. 올리나이트는 멜라토닌 분비를 도와 생체리듬을 안정시켜 숙면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신체를 이완하는 데에 도움을 줘요.


제품 개발에 1년 정도 걸렸습니다. 카이스트와 진행한 공동 연구 및 실험을 진행해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카페인 50mg을 마셨을 때와 올리를 이용했을 때 뇌파를 측정해 비교했어요. 커피보다 30% 빠르게 각성 및 집중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합니다. 조명을 30cm 정도 떨어진 곳에 두고 빛을 쬐면 됩니다. 30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집니다. 밝기를 조절할 수도 있어요.” 

출처: 루플 제공
김 대표는 생체 리듬이 깨져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올리’는 최근 킥스타터(Kick Starter·미국의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에서 한달 만에 매출 1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오는 11월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라이트 테라피 시장에 익숙한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에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전체 판매량 중 45%가 미국에서 팔렸어요.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최근 미국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입니다. 향후 1년간 목표 매출은 10억원입니다.”


-창업 후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였나요.


“우울증, 불면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최근 킥스타터에서 제품 구매한 사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중 한 외국인 고객은 자신이 SIDS(영아돌연사증후군·sudden infant death syndrome 건강해 보이던 영아가 갑자기 사망하는 증후군)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올리를 이용해 도움을 받고 싶다고 했어요. 직접 개발한 제품이 힘든 상황을 겪는 사람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뭉클하면서도 보람을 느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어려움을 겪지만 창업하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것 같아요. 업계에 오랜 시간 몸담았던 사람을 자주 만나보면서 조언을 구하면 실패 확률을 줄이는 데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시니어들이 새로운 시작을 하는 창업가에게 조언해주는 문화가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현대사회에 살면서 생체 리듬이 깨져 신체적·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사람에게 빛을 이용해 도움을 주는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생체 리듬에 맞게 자동으로 빛을 내보내는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양질의 잠을 자고 활기찬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돕고 싶습니다. 빛을 이용해 안전하고 빠르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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