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악화로 항공기 못뜨자 중국인들이 떼로 몰려와 벌인 일

조회수 2020. 9. 9.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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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초강대국이 스스로 약자·피해자라고 여기며 생긴 일

전세계인의 반중정서 극에 달했는데, 중국인들만 모르나?

아편전쟁 이후 ‘아시아의 병자’로 전락한 굴욕의 근대사

세계2위 됐는데도… 여전히 피해의식에 빠져있는 강대국


“자 우리 국가를 부릅시다. ‘일어나라, 노예가 되길 원치 않는 자들이여’” 


태국 방콕 공항에서 중국 국가가 울려퍼진다. 당시는 기상악화로 항공기 출발이 몇시간째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음날 새벽에나 출발 할 수 있다는 공항 측의 설명에 중국인 승객 수십 명이 “중국의 위엄을 보여주자”며 떼로 몰려와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비행기가 뜨지 않자 급기야 국가를 제창하며 울분을 토해낸 것이다. 2015년 실제 벌어진 사건이다.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못 뜨는 상황에서 공항에 항의를 하는 것도 웃기지만, 자국 국가를 제창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 불가다. 그런데 중국 전문가들은 이 장면을 이해해야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반중정서가 확산되는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 대유행 미안하지 않다”는 중국 네티즌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비호감도가 급상승중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코로나19 정보 은폐로 세계적 대유행을 불러왔고, 그 혼란의 와중에 홍콩을 손아귀에 넣었으며, 서구의 알짜기업을 탐냈고, 주변국에는 군사적 위협을 가했다’는 것이다. 비단 코로나뿐 아니다. 초대형 소비시장을 무기로 걸핏하면 불매운동을 벌여 다른 나라를 압박한다. 외교관들의 행태도 공격적이다. 유럽을 순방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대만을 방문한 체코 상원의장을 겨냥해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독일 외교장관으로부터 ‘협박하지 말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 세계의 반중시위. /인터넷 화면 캡처

미국 퓨 리서치센터가 최근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3%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라고 한다. 인도에서 중국·중국인은 아예 타도 대상이다. 그간 중국이 공을 들여왔던 아프리카에서도 반중정서가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의 흑인 차별 행태에 지쳐서다.


중국이 ‘글로벌 진상’이 된 근본 원인은 중국인들의 지극히 편협한 민족주의, 자국 중심주의적 사고가 있다. 지난 20여년 중국의 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중국이 무시당하고 있다. 중국인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코로나 초창기인 지난 2월 CCTV 유명 아나운서인 추멍황이 자신의 SNS에 “중국이 세계에 사과하자”는 글을 올렸다가 엄청난 비판을 받고 결국 글을 내렸다. 추멍황을 공격한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인이 미안해 할 일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그동안 중국에 수모와 시련을 준 국가들은 중국에 사과한 적 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동아병부에서 중국몽으로… ‘콤플렉스 많은 강대국’ 

동아병부를 모티브로 만든 애국영화 ‘정무문’. 오른쪽 사진은 폐허가 된 지금의 원명원. /인터넷 화면 캡처

전문가들은 오늘날 중국인들의 뒤틀어진 피해의식을 ‘굴욕의 근대사’에서 찾는다. 근대 이전의 중국인들에게 중국은 세상의 중심이었다. 중국이 중심에 있고, 주변국은 조공과 책봉을 통해 중화 질서에 편입이 된다. 그런 중국이 서구 열강의 침략에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영국·프랑스 연합군에 중국 문화예술의 보고인 원명원과 이화원이 약탈당했다. 이즈음 동아병부(東亞病夫) 라는 말이 유행했다. 동아시아의 병자라는 뜻이다. 서구 열강의 눈에 비친 중국인들은 굼뜨고 무기력한 환자의 모습이었다. 영화 ‘정무문’은 중국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시대를 상징하는 ‘동아병부’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이러한 굴욕과 좌절의 역사는 20세기 이후에도 지속된다. 중일전쟁으로 일본에 국토 대부분이 유린당했다. 현대 중국 건국 이후에도 그저 덩치 큰 빈국이었다.


그랬던 중국이 미국 턱밑까지 쫓아온 것이다.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돌려받았고, 2008년 올림픽도 개최했다. 열등감은 자부심으로 전환됐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활’이나 ‘중국의 꿈(中國夢)’ 같은 표현은 중국이 다시 세상의 중심으로 복귀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런데 피해의식은 여전하다. 오히려 심화된 측면도 있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기상악화로 항공기가 뜨지 못하는 상황을 ‘중국을 무시한다’고 연결짓는 식의 무리수를 둔다. ‘내가 경제대국 중국의 국민인데, 감히 소국의 공항 관리들이 우리를 홀대하냐’는 식이었을 것이다. 체코 정부를 ‘협박’하는 중국의 외교 수장, 한국 대학가에 붙은 홍콩 민주화시위 지지 대자보를 찢고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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