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 보이는 종이컵, 제게 3000만원 안겨준 보물입니다

조회수 2020. 9. 5. 06: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종이컵으로 모기, 초파리를 잡는다고요?
지니컴 허정일 대표
모기, 초파리, 파리 잡는 종이컵 발명
출시 두 달 만에 3000만원 이상 판매

계절에 상관없이 피하고 싶은 '해충 3대장'이 있다. 모기, 초파리, 파리다. 동물의 피와 과일, 사람과 음식이 있다면 어디선가 윙윙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타난다. 이들을 쫓기 위해 끈끈이나 전자 모기향부터 자외선램프, 모기 채집기 등 다양한 퇴치 제품이 출시됐다. 그중 소음이나 향 없이 간단하게 설치하고 처리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 지니컴의 끈끈이컵이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해충을 잡을 수 있어 출시한 지 두 달 만에 3000만원 이상 판매했다. 지니컴 허정일 대표를 만나 개발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jobsN
허정일 대표

◇해충 쫓기 위해 만들었다가 출시까지


허정일 대표가 초파리, 파리, 모기를 잡기 위해 출시한 끈끈이컵은 언뜻 보면 일반 종이컵처럼 생겼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면 끈끈이 시트가 있는 곤충 트랩이다. 허 대표 역시 해충에 시달리다 직접 쓰기 위해 개발했다고 한다.


-제품 개발 계기는 무엇인가.


"이사 오기 전 분당에 살았다. 나무, 풀 등이 많은 자연 친화적인 곳이라 모기나 초파리가 많았다. 지금 집도 마찬가지다. 여름에 과일을 먹으려면 초파리가 꼬이지 않게 한 번에 다 먹어야 했다. 이걸 잡으려 많은 제품을 사서 써봤지만 특별히 효과가 있는 게 없었다. 가장 효과가 있는 제품이 끈끈이였지만 설치도 번거롭고 초파리가 잡힌 모습이 훤히 보여 혐오스러웠다. 


한참 고민하다가 어느 날 컵에 모여있던 초파리들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컵에 붙어있다가 내가 다가가자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컵 자체가 끈끈이였다면 도망 못 갈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끈끈이컵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들도 아이디어를 줬다고 한다.


"처음에 컵 안쪽 자체를 끈끈이로 만들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아들이 '끈끈이 시트를 만들어서 안쪽에 넣으면 되지 않냐'고 했다. 막혔던 부분을 바로 해결했다. 컵, 뚜껑, 끈끈이 시트가 한 세트인 '끈끈이컵'을 완성했다."

출처: jobsN
방 하나를 아예 연구실로 만들었다.

◇초파리는 물론 모기까지 잡는다


끈끈이컵은 끈끈이 시트를 컵 안에 넣고 해충을 유인할 먹이를 넣은 후 뚜껑을 닫으면 끝이다. 초파리 먹이는 따로 포함돼있지 않다. 실험 결과 다른 끈끈이보다 해충을 잘 잡아 제품화를 결정했다.


-초파리 유인제가 따로 안 들어있다.


“제품을 개발하면서 방 하나를 아예 연구실로 꾸몄다. 초파리를 사다가 키우면서 초파리가 어떤 먹이를 가장 잘 먹는지 등을 연구했다. 이때 우리 끈끈이컵과 다른 끈끈이 제품을 놓고 실험을 했는데, 우리 제품에 초파리가 항상 더 많이 붙었다. 이유를 찾아보니 바로 먹이 때문이었다. 어떤 먹이를 넣느냐에 따라 잘 잡히기도 하고 안 잡히기도 한다. 초파리는 포도·복숭아·사과 등 과일 껍질, 와인·맥주·요구르트 등 음료, 달달하거나 발효음식을 좋아한다. 내가 넣은 유인 먹이로 복수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소비자도 이 재미를 느껴보길 바랐다."


-초파리 유인 먹이에 모기도 꼬이나.


“집에서 실험할 때 모기도 잡혔다. 그러나 더 잘 모으기 위해 모기 끈끈이컵에는 사람의 찌든 내가 나는 유인제를 같이 보내준다.”


-끈끈이컵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친환경이다. 최근 유행했던 모기 포충제는 대부분 흡입식이다. 모기를 유인해 가까이 오면 프로펠러로 빨아들인다. 이때 모기나 다른 해충이 잡혀 가루가 되어 채집통 안에 쌓인다. 제품을 가동하면 프로펠러가 돌면서 잔해가 다시 실내로 퍼져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 끈끈이컵은 이런 위험요소가 없다. 또 소음이나 향도 없고 전기를 쓰지 않아 어디든 설치할 수 있다. 처리도 쉽다. 많이 잡히면 컵을 통째로 버리면 끝이다.”

출처: 지니컴 제공
끈끈이컵 사용 후기

◇손품, 발품 팔아 판매


-미국에 수출을 먼저 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변리사로 일하는 지인이 제품을 마음에 들어 했다. 제조 및 수출 관련 사람을 소개해줘서 많지는 않지만 미국에 먼저 납품했다. 이후 특판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님에게 ODM 발주를 받아 자신감이 생겨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부터 잘 팔리진 않았을 것 같다.


“광고도 없이 온라인 쇼핑몰에 올렸더니 하루에 40~50개 정도 팔렸다. 판매금액으로 조금씩 광고도 할 수 있었고 입소문을 타 200~300개로 늘었다. 지금은 하루 800개 정도 팔린다. 사용자 후기도 많이 올라와 소비자들이 믿고 사주시는 것 같다.”


-오프라인에서도 판매 중인가.


"오프라인은 신생기업이 자리 잡기 쉽지 않다. 대형유통점에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대형유통점은 작은 신생기업 제품을 잘 받아 주지 않는다. 직접 요식업에 종사하는 선배에게 써보라고 주면서 제품을 홍보했다. 결과가 좋아 프랜차이즈 점주가 모여있는 단체 채팅방에 후기를 올렸더니 입소문이 퍼졌다. 지금도 팔리고 있다. 가락시장, 동네마트에 가서 무료로 주면서 직접 홍보하고 다녔다. 지금 가락시장에는 하루에 50개 정도 납품 중이다. 온라인에서는 네이버, 소셜커머스 등에서 판매 중이다."

출처: 지니컴 제공
상품 구매 후기

◇“세계 해충 박멸에 기여하고 싶어…”


조금씩 제조업체 대표로서 자리를 잡아 가고 있지만 사실 허정일 대표의 본업은 따로 있다. 작은 광고회사 대표다. 미대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광고업계에서 일했다. 일을 하면서도 머릿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것을 좋아해 제품개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과거에도 제품을 출시한 적이 있다. “2008년 ‘USB 주얼리’를 만들었다. 국내 최초였다. USB를 악세서리처럼 갖고 다닐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백금을 도금해서 진짜 악세서리처럼 만들어서 반응도 좋았다. 삼성전자에서는 이 제품을 사서 VIP 선물용으로 나눠주기도 했다. 2011년까지 했다. 그 이후에는 USB 3.0 시대가 오면서 크기가 더 작아져서 사업을 접었다. 본업 일이 줄어 시간이 나면 항상 이렇게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현실화했다. 끈끈이컵도 그렇게 탄생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당장 내년에는 끈끈이컵에 해충유인등을 포함해 모기뿐 아니라 다른 해충도 잡을 수 있는 업그레이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서는 거창할 수 있겠지만 전 세계 해충 박멸에 도움이 되고 싶다. 세계적으로 72만명이 모기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빌 게이츠는 모기를 가장 치명적인 동물이라고 칭하며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우리도 조금 더 진화한 제품을 만들어 여기도 도움을 주고 싶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