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서 땀 흘리며 솥 저었더니 '뻥뻥' 20억 터졌죠

조회수 2020. 9. 2.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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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서 땀 흘리며 솥 젓다가 팝콘으로 20억 벌어요
김성수 파퍼스케틀콘 대표
미국에서 인턴하다 ‘케틀콘’ 맛봐
맥주 안주, 아이 간식으로도 인기

“가스불 위에 큰 솥을 올리고 기름, 옥수수와 설탕을 넣어요. 열심히 젓다 보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겉바속촉’ 팝콘이 쏟아져 나옵니다. 크기도 다른 팝콘보다 1.5배나 커요.”


파퍼스케틀콘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팝콘을 만드는 회사다. 2014년 8월 서울 홍대에서 7평짜리 가게로 시작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김성수(36) 대표가 패션지에서 일하다 대학교 동기 두 명과 함께 창업했다. ‘마약 팝콘’으로 이름을 알린 파퍼스케틀콘은 온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연 매출 20억원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대표의 창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파퍼스케틀콘 제공
김성수 대표.

-파퍼스케틀콘을 소개해주세요.


“파퍼(popper)는 ‘뻥뻥 소리를 내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케틀(kettle)은 솥이에요. 미국에서는 200년 전에도 솥으로 팝콘을 튀기는 케틀콘이 있었습니다. 대학교에 다닐 때 미국에서 인턴십을 했는데, 주말마다 시내에서 장터가 열렸어요. 지역 농부들이 모여 주민을 상대로 채소를 팔았죠. 행사장 한쪽에서 솥을 걸어놓고 케틀콘을 만들어 팔더라고요. 맛은 있었지만, 직접 만들어볼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이런 게 있구나’ 생각하고 말았죠.


창업을 결심한 건 교환학생 신분으로 일본에 머무를 때였어요. 도쿄 하라주쿠 시내에 팝콘 매장이 처음 생겼는데, 2~3시간씩 줄을 서서 팝콘을 먹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도 팔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일단 취업해 사회생활을 하다가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매장을 열었어요. 대출까지 받아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모았죠.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케틀콘 전문점이 없었습니다. 팝콘은 영화관이나 편의점에서 파는 게 전부였어요. 팝콘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출처: 파퍼스케틀콘 제공
처음으로 제작한 케틀콘용 솥과 설계도.

-제품 개발 과정이 궁금합니다.


“케틀콘 방식으로 팝콘을 만들려면 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기성품을 찾기 힘들었고, 도면도 없어서 서울 신당동 기계골목부터 지방까지 전국을 수소문했어요. 직경 2m 솥을 제작하는 데 수천만원을 부르는 곳도 있었습니다. 결국 부산에서 만들어 주겠다는 곳을 찾았어요. 1개월 동안 서울과 부산을 오가면서 솥 제작에 힘을 쏟았습니다. 어렵게 솥을 만들었는데, 맛을 내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어요. 홍대에서 가게 문을 열기까지 3주 이상 팝콘을 튀겨 최적의 맛을 찾았습니다. 하루에 100리터 쓰레기봉투 20개가 나올 정도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는 셈이었죠.”


-고객 반응이 어땠나요.


“기대 이상이었어요. 대형 솥에서 팝콘이 20~30kg씩 쏟아져 나오는 걸 보고 신기해하는 고객이 많았습니다. 가게 근처 온 동네에서 팝콘 냄새가 났어요. 맛도 있으니까 줄을 서서 팝콘을 사 먹었어요. 밤까지 줄을 선 광경을 보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에서도 판매한다고요.


“홍대를 시작으로 매장을 꾸준히 늘렸어요. 지금은 백화점 입점 매장이나 팝업 스토어 등을 포함해 10~15개를 유지하고 있어요. 2019년에는 한 공장과 주문자위탁생산(OEM) 계약을 맺고 온라인으로 판로를 넓혔어요. 온라인몰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가 후기를 많이 남겨요. 아이들 간식으로 많이 주문합니다. 또 집에서 맥주 마시며 영화를 볼 때 안주로도 시켜요.”

출처: 파퍼스케틀콘 제공

-공장에서 팝콘을 만들면 제조 방식도 바뀐 겁니까.


“재료, 제조 방식이나 온도 등 모두 같아요. 공장에 솥을 5~6개 걸고 대량으로 생산해요. 사람이 하던 솥 젓기만 자동화했습니다. 솥 크기도 조금 커졌어요. 홍대 매장에서 만든 것과 99.99% 똑같은 맛을 내려고 검증 과정을 여러 번 거쳤습니다.”


-파퍼스케틀콘의 경쟁력은 뭔가요.


“팝콘을 만들 때는 보통 기계 열풍이나 전자레인지를 활용해요. 케틀콘 방식으로 팝콘을 만드는 건 지금도 우리밖에 없어요. 투입하는 노동력 대비 생산량은 3분의 1도 안 나올 거예요. 그래도 맛은 보장할 수 있어요. 고객 취향을 고려해 맛 종류도 다양하게 만들었어요. 오리지널, 캐러멜 팝콘 말고도 버터갈릭·콘스프·사워크림 어니언·초콜릿·체다치즈 팝콘 등이 있습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캐릭터 ‘미스터 벤자민’을 만들고 패키징을 다양화해 고객과 소통하는 노력도 하고 있어요. 비닐백에 넣어 팔던 걸 유통하기 좋게 일반 봉투형으로 만들고, 집에서 영화를 보는 고객을 위해 영화관 팝콘 모양 패키지도 선보였어요. 시즌별로 출시하는 굿즈(goods·기획 상품)도 인기가 높습니다. 맛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캐릭터나 패키징을 활용해 선사하는 재미 덕분에 팬층도 생겼어요. 휴대폰 케이스까지 출시하고 있습니다. 작은 회사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최대한 신경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출처: 파퍼스케틀콘 제공
위탁생산공장과 계약하면서 온라인 판매도 시작했다.

-매출이 궁금합니다.


“연 매출은 20억원 좀 넘어요. 2019년까지만 해도 오프라인 매출이 80%가 넘었는데, 지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50대 50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주문이 급격하게 늘었어요. 올해 말까지 계속 온라인 매출 비중을 높일 생각입니다.”


-애로사항은 없습니까.


“이름이 알려지기 전까지 파퍼스케틀콘을 미국에서 가져온 브랜드로 생각하는 분이 많았어요. 한국에 체인을 어떻게 들여왔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고요. 일본에서 판권을 사 사업한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직접 만들었는데, 난감할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고객이 좋게 봐주셔서 그런 말이 나온 거로 생각해요.”


-앞으로 계획은요.


“유통업이나 제조업 종사자라면 다들 공감하실 거예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업계 판도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앞으로는 오프라인 소비 활동 자체가 줄어들 거라고 봐요. 판매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저희가 봉지 형태 과자 개발에 속도를 낸 이유이기도 하고요. 당분간 온라인 사업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맛과 멋으로 고객을 사로잡는 팝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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