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평생 약 발라야 했던 금쪽같은 딸, 지금은..

조회수 2020. 9. 1. 15: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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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도 못 입을 정도로 심했던 딸아이 아토피, 제가 잡았습니다
비케이수 김기범 대표
창업 위해 제주도로 귀촌
제주화장품인증 받은 마유크림

비케이수 김기범 대표(47)는 제주도로 귀촌하기 10년 전만 해도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배합사료를 수입·수출하는 무역업에 10년간 종사하던 김 대표를 창업의 길로 이끈 건 바로 금쪽같은 딸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아토피가 심했던 딸아이는 평생 보습제를 발라야 했다. 내 아이의 피부를 위해서 아무거나 바를 수는 없었다. 결국 회사를 정리하고 직접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제주도로 귀촌했다. 김기범 대표를 만나 제주도에서의 창업 과정을 들어봤다.

출처: 본인 제공
비케이수 김기범 대표

- 제주도로 귀촌하기까지가 쉽지 않았을 텐데.


“창업을 결심한 것 것만큼 제주로의 귀촌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토박이었던 가족들과 함께 아무 연고가 없는 곳으로 이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특히 제주도에는 흔한 친인척도 없어 더 생소했다. 하지만 당시 아이의 피부 상태가 안 좋았고 평생 바를 제품을 찾아다니는 것보다는 직접 만드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실제 로컬인 제주에서 어떤 천연물질을 같이 활용해야 좋은 효과가 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2년 동안 아내를 설득해 2011년 제주도로 내려갔다.”


- 직접 화장품을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는.


“딸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갈 때쯤 아토피 증상이 더 심해졌다. 어렸을 때는 아토피를 유발하는 음식을 조절해 먹였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먹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엄마도 먹는 것을 통제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면서 피부는 더 심각해졌다. 피부가 짓무르고 빨갛게 부어올라 옷을 못 입을 정도였다. 외출마저 힘들어지자 유치원 등록을 포기했다. 아토피에 효능이 있다는 약과 보습제를 모두 구해 써봤지만 효과는 잠시뿐이었다. 특히 약은 부작용을 동반할 수도 있어서 안심하고 바를 수 있는 보습제가 필요했다.


우연히 제주도로 출장 갔을 때 지인의 추천으로 마유를 접했다. 마유는 말 지방육에서 추출한 말기름이다.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비타민E가 들어있어 피부의 수분을 유지해 준다. 속는 셈 치고 딸아이에게 발라줬더니 다른 보습제보다 훨씬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말기름 특유의 불쾌한 냄새와 겉도는 발림성 때문에 아이가 더 이상 바르기 싫어했다. 두 가지만 해결하면 아이는 물론 피부에 고민 있는 사람들도 편하게 바를 수 있는 천연 보습제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출처: 김기범씨 제공
옷을 못 입을 정도로 아토피가 심했던 딸의 어릴 적 모습과 현재 모습. 김 대표는 진료를 위해 사진을 찍어두었다

- 화장품 제조사 자격증도 취득했다고.


“아이한테 바를 제품을 찾다 보니 웬만한 화장품 성분과 특징을 알았다. 좋은 성분이 들어있어도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보존제도 함께 있거나 단가를 줄이기 위해 저렴한 원료를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제주도로 귀촌하며 천연 화장품과 천연비누 제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생물학과 등 다양한 학과의 교수님들과 연구과제를 진행하면서 제주 천연소재와 활용에 대해 연구했다. 이외에도 제주도의 특성화된 교육과 테라피나 화장품 제조에 대한 교육도 800시간 이상 수료하며 좋은 원료로 좋은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 피부에 말의 기름을 바른다는 게 생소하다.


“말은 사람처럼 피부로 땀을 배출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사람의 피부 구조와 매우 비슷하다. 특히 리놀산과 리놀레산, 팔미톨레산 등의 불포화 지방산 비율이 높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의 피부에 적합하고 일반 동물성 오일보다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 2004년 농촌진흥청 난지농업연구소에서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제주 조랑말의 말기름이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또 말은 광우병이나 돼지 열병처럼 동물성 유행병이 나타난 사례가 거의 없다. 그만큼 말에서 나온 부산물이 가장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동물성 원료를 쓴 많은 화장품 중에서도 마유를 주원료로 선택한 이유다. 

출처: 비케이수 홈페이지 캡쳐
(왼) 제주도 마 방목지 고수목마, (오) 비케이수 수마유 제품

제주도에서는 마유를 가정상비약처럼 쓰기도 했다. 마유의 정제방법을 고민하고 연구해 제주 서귀포시청 창업아이디어 공모전에 나가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후 서귀포시청과 제주대학, 제주테크노파크 등에서 창업 지원을 받아 사업을 시작해 2014년 초부터 제주산 마유를 99.97% 함유한 ‘수마유'를 출시했다. 현재까지도 R&D 과제를 수행하며 제품을 여러 번 업그레이드 해왔다. 원액 함량이 높아 수마유 한 병(50ml)으로 일반적인 마유 크림을 적게는 30개, 많게는 100개까지 만들 수 있다.”


- 마유 크림의 불쾌한 냄새를 어떻게 없앴나.


“마유를 정제하면 말기름의 특유의 불쾌한 향이 난다. 보통 냄새를 없애려고 화학 성분이나 흡착제 역할을 하는 활성탄을 사용한다. 또 장시간 보관하는 숙성을 통해 냄새를 없애기도 한다. 하지만 냄새를 없애려고 딸아이가 직접 바르는 제품에 화학물질을 넣을 순 없었다. 냄새를 줄이는 방법으로 제주도 특산물인 귤을 활용했다. 제주도에서 귀농귀촌 교육을 받으면서 귤 가공 후 버려지는 부산물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귤껍질에는 산화를 방지하는 폴리페놀 성분 외에 여러 가지 좋은 성분이 있다. 이를 활용한 정제 방식을 생각했다. 감귤 박(감귤을 착즙한 후 나오는 부산물)과 감귤 미숙과(풋귤)를 원료로 사용해 냄새를 잡는 것은 물론 제주의 이미지도 담았다.


또 마유를 오랫동안 보관하면 층 분리가 생긴다. 무거운 지방인 포화지방산은 가라앉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액상 지방인 불포화지방산은 위로 뜬다. 이런 층 분리된 마유는 100%라도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러 실험을 통해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을 조절하며 말 지방의 순수 지방산들을 그대로 정제하는 노하우를 쌓았다. 한국 기업데이터에서 기술역량 우수기업으로 기술등급T4 인증을 받기도 했다. 현재도 표준화와 품질 향상을 위해 꾸준히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출처: 김기범씨 제공
고객들이 직접 후기 사진을 보내주기도 한다

- 제주화장품인증도 받았다고.


“제주화장품인증은 제주친환경 제품임을 제주도가 증명해 주는 공식 인증 제도다. 제주산 원료를 10% 이상 함유하고 있어야 한다. 피부에 자극을 주는 화학물질이 들어가서도 안 된다. 용기까지도 규제가 있다. 폴리염화비닐(PVC)이나 폴리 스티렌폼 용기 및 포장재도 사용할 수 없다.


제주산 마유만 고집하고 사용하다 보니 인증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처음 준비단계에서는 원산물 증명서나 공인된 서류 등을 준비해놓지 않아 업무가 늘어났다. 이를 보완하고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도축증명서도 항상 확인한다. ‘수마유'는 100% 제주에서 도축된 말의 지방을 정제해 만들기 때문에 생산된 제품마다 도축증명서가 있다.”


- 현재 딸아이의 피부 상태는 어떤가.


“시제품을 포함해 8살 때부터 발라 왔다. 17살인 지금까지도 매일 꾸준히 바른다. 지금 아이의 모습을 보면 아토피가 있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피부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트러블이 생길 때 더 꼼꼼히 바르고 있다. 그만큼 아빠의 제품에 대한 신뢰가 크다. ”

출처: 김기범씨 제공
건강한 피부를 갖게 된 딸의 모습

- 매출은.


“그동안 상품개발과 R&D에 집중해 매출 쪽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매출을 밝히기 어렵지만 2019년 12월에 중국과 약 5억원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제주도화장품회사 최초로 벤처창업혁신제품에 선정되어 조달청 벤처나라에 입점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올 하반기에는 미국과 베트남 등 해외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작년보다는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 앞으로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기존에 선보인 제품들을 핵심 제품으로 간소화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이 구매하는데 거부감이 없는 가격대로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 코로나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피부, 턱, 목에 트러블이 생기는 소비자들이 많다. 언택트 시대에 맞게 어디서나 셀프케어할 수 있는 제품으로 키트를 구성해 선보이려고 한다.


전 세계에 피부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 의약품이 아니어서 우리 제품을 바른다고 무조건 낫는다고 말하진 않는다. 딸아이처럼 보습만 잘해줘도 피부가 좋아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케이스도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약을 구하기 어렵고 치료가 힘든 나라와 지역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글 jobsN 정혜인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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