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가 방송에서 받았던 검사도 가짜였다는데..

조회수 2020. 8. 17.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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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폭발인 MBTI 검사가 가짜라구요?
MBTI 검사 결과서 요구하는 회사도 생겨
온라인 무료 검사는 이니셜만 갖다 쓴 가짜

“너 MBTI가 뭐야? E야? I야?” “나 ESFP.” “왠지 그럴 것 같았어. 딱 맞네.”


언뜻 들으면 암호 같지만, 익숙하게 알파벳 네 글자를 말한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받아봤을 법한 MBTI 검사가 요즘 대유행이다. 온라인에서 10분 내외로 할 수 있는 무료 검사 사이트가 그 중심에 있다. 친구들과 함께 검사하고 서로 결과를 공유한다. 유형별 특징, 궁합 등 관련 콘텐츠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직원을 채용할 때 이력서·자기소개서와 함께 MBTI 검사 결과지를 요구하는 회사도 생겼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많은 젊은이들이 열광한 무료 MBTI 검사가 사실은 ‘가짜’였다. 15년 동안 한국 MBTI 연구소에서 근무한 김재형(45) 연구부장에게 MBTI에 대해 들어봤다.

출처: 본인 제공
한국 MBTI 연구소 김재형 연구부장

◇검사 진위 여부 떠나 MBTI 유행 자체는 긍정적


-온라인 MBTI 검사가 가짜라고. 


“해당 검사는 정식 MBTI 검사가 아닙니다. MBTI 지표를 이용해 유사하게 만들었지만, 정식 검사와 동일한 문항이 단 1문항도 없어요. 검사 방식도 다릅니다. MBTI 검사는 하나의 문항에 대해 두 개의 답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강제 선택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무료 검사는 해당 질문에 해당하는 정도를 선택하는 리커트 척도로 구성되어 있어요. 문항부터 검사법, 개념이 전혀 다릅니다. 실제 MBTI 검사처럼 신뢰도나 타당도, 검증 작업도 거쳤다고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MBTI 이니셜만 갖다 쓴 가짜 검사입니다.”

출처: MBC 방송화면 캡처
방송에서 MBTI 무료 검사를 하는 이효리. 알고 보니 이 검사가 가짜였다.

-그런데 이 가짜 검사가 크게 유행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검사의 진위 여부를 떠나 MBTI가 유행하는 현상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들이 자신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일종의 놀이 문화 중 하나로 MBTI가 자리 잡았는데, 거기에 대고 가짜 검사니까 하지 말라고 문제를 제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나의 놀이로 즐기되, 정밀 검사를 원하신다면 전문가들을 찾아 검사를 받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청소년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큰데요.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 공개한 MBTI 유형에 자신을 맞추고자 하는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유형에 맞게 본인을 끼워 맞추려고 하면 정체성에 혼란이 올 수 있어요. 올바른 방향으로 쓰지 못하고, 본인을 코드 속에 묻혀버리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출처: MBC·유튜브 ‘한예슬 is’ 캡처
방송에서 MBTI 유형을 공개한 비와 유재석(위) 한예슬(아래). 김재형 연구부장은 연예인들의 MBTI를 보고 그 유형에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시도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실정에 맞게 검사 표준화하는 한국 MBTI 연구소


-그렇다면 MBTI는 뭔가. 어떤 기준으로 성격을 나누나. 


“MBTI는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 Briggs)와 그의 딸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 Myers)가 만든 성격 유형 검사 도구입니다. 스위스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Carl 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만들었어요. 외향-내향(E-I), 감각-직관(S-N), 사고-감정(T-F), 판단-인식(J-P)이라는 네 가지 반대되는 선호 지표를 조합해 성격 유형을 열 여섯 가지로 분류합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를 외부 대상에 더 많이 쓰느냐 자기 내면에 더 많이 쓰느냐를 바탕으로 외향과 내향을, 정보를 수집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을 바탕으로 감각과 직관을 구분합니다. 이렇게 나온 네 개의 코드를 합쳐서 유형으로 만든 게 MBTI에요.” 


-검사 때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검사를 할 때 자신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성격 유형 검사라고 하지만, 사실상 선천적인 선호 경향, 타고난 선호도를 알아보는 검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행동을 선호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죠. 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직장에서의 모습과 집에서 모습, 또 친구들 사이에서의 모습이 다를 수 있어요. 그 때문에 직장에서 하는 검사와 친구들과 하는 검사가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현재 자신이 가장 편하게 느끼는 것을 고르기 때문입니다. 만약 검사 때마다 결과가 너무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하면 전문가에게 검사 결과를 해석 받으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MBTI 16가지 유형(왼쪽)과 유형별 궁합(오른쪽). 이처럼 MBTI 관련 콘텐츠를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MBTI 연구소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MBTI 검사는 미국에서 만들어졌고, 1990년부터 한국에 들어왔는데요. 미국 도구이다 보니 한국인에 맞게 일종의 표준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단순히 문항을 번역하는 수준이 아니라 여러 차례 각 분야 전문가에게 검수도 거쳐야 하고, 한국인을 모집단으로 한 통계 처리도 해야 하고, 검사 도구에 대해 검증도 해야 합니다. 검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와 타당도 검증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이 검사 도구를 쓸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양성한 전문가들이 MBTI 검사 결과를 해석하고, 연구와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스펙’이 된 MBTI, 채용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해 


-채용에도 MBTI 검사 결과서를 요구하는 회사가 있다. 무료 검사 사이트 주소를 올려놓고, 심지어 1차 면접을 MBTI 결과로 대체하기도 한다. 

“MBTI를 채용 기준으로 삼는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학벌·스펙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이 등장한 시대에 특정 유형에 맞는 사람을 뽑겠다는 시도는 시대착오적이고, 위험한 생각입니다. MBTI가 16개 유형으로 구분되긴 하지만, 같은 유형 안에서도 사람마다 특성이 달라요. 또 유형별로 잘하는 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간과 효율의 차이는 조금 있지만, 모든 유형은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어요. 또 MBTI 검사지를 제출하라고 하면,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맞게 얼마든지 검사를 조작해 해당 유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도 문제죠.”

출처: 사람인 캡처
채용 공고에서 제출 서류로 MBTI 검사 결과서를 요구하거나 1차 면접을 MBTI로 대체하는 회사가 있다.

-기업에서 MBTI를 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지원자를 이해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는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미국에서는 팀 간의 갈등을 조정할 때 MBTI를 쓰고 있어요. 갈등의 원인을 성격 유형 검사를 통해 도출해내고, 앞으로 어떻게 소통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죠. 또 팀을 구성할 때 한 유형으로 구성하기보다는 다양한 유형으로 구성하기 위해 MBTI를 보조 지표로 쓰고 있습니다. 같은 유형끼리 있으면 상호작용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어요. 그래서 동일 유형끼리 있는 팀보다 다양한 유형이 있는 팀이 효율이나 결과가 더 좋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름이 존재하는 세상을 만들자. 몇 년 전 미국에서 열린 MBTI 학회에 쓰여 있었던 캐치프레이즈가 생각납니다. MBTI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형별로 사람들을 구분 짓는 게 아니라, 각자의 유형을 존중해주고 다양성을 인정해주자는 것입니다. MBTI를 활용해 나 자신뿐만이 아닌 타인에 대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어요.”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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