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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인들 중 한국인들이 유독 더 예민한 이유는.."

조회수 2020. 8. 13.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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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간 1만명 상담한 우울증 전문가 "한국인이 예민한 이유는.."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전 세계 인구 15~20% ‘예민한 사람’
성격 잘 다스리면 무기로 쓸 수 있어

“예민한 성격은 양날의 칼이에요. 통제하지 못하면 병이지만, 잘 다스리면 얼마든지 재능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20년 넘게 우울증을 연구한 사람이 있다. 전홍진(49)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전 교수는 1만명 넘는 환자를 만나면서 우울증, 스트레스와 자살 예방 등에 관해 공부했다. 하버드대 부속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한국과 미국 우울증 환자 증상을 비교하는 연구도 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의 특성과 예민한 성격 연구를 정리해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을 펴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연구실에서 전 교수를 만났다.

출처: jobsN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우울증과 예민함에 관해 오래 연구했어요. 삼성서울병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보건복지부 위탁 중앙심리부검센터 센터장도 맡고 있습니다.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자살한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을 알고 고통받는 유가족을 돕기 위해 만든 기관입니다. 자살을 예방할 방법도 고민해요.”


-우울증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나요.


“1990년대 후반, 레지던트 때였어요. 그때는 정신질환이라 하면 대부분 조현병(사고 장애·망상·환각 등 기이한 행동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나 양극성 장애(조울증)를 떠올렸습니다. 저는 사회현상과 보통 사람의 정신건강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자연스럽게 우울증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게 됐죠.


지금은 우울증에 관한 인식이 널리 퍼졌어요. 우울증 때문에 병원을 가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아요. 그런데 2008년 삼성서울병원에 들어올 때만 해도 증세가 아주 심한 분만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러다 병원에서 잘리는 게 아닐까 걱정할 정도로 환자가 없었어요. 그런데 진료한 지 1년쯤 지나 한 유명 연예인이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어요. 그 후 병원을 찾는 우울증 환자가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우울증 연구를 더 파고들었어요.”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의 특징이 ‘예민함’이라고요.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니 증세가 심한 우울증 환자를 주로 만났어요. 성격이 굉장히 예민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병원을 찾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도 공통으로 예민한 성격을 갖고 있더라구요. 우울증이 전혀 없는데도요. 예를 들면 보는 눈이 매우 섬세하고 아주 집요하게 파고드는 면이 있어요. 어떤 이야기를 한다고 믿는 게 아니라 철두철미하게 사실관계를 따져요. 가족도 환자처럼 예민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출처: KBS Entertain 유튜브 캡처

왜 그럴까 생각하던 중 2012년 미국 보스턴으로 연수를 떠나 3년 동안 한국과 미국 우울증 환자를 비교하는 연구를 했어요. 동아시아 환자들은 유난히 신체 감각을 예민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밤에 잠을 못 자거나 매사에 불안하고 우울한 사람이 많아요. 문제는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그렇다는 거예요.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 스스로 심각한 병에 걸렸다고 걱정하는 건강염려증을 가진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병원도 자주 가고요. 전 세계 인구 10명 중 2명이 예민한 기질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보다 심한 편이에요.”


-성격이 예민하면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예민한 성격을 아이디어를 내는 데 활용하거나 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크게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성격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사회생활이 힘들어요. 에너지를 빼앗겨 자기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작은 일로 분노하거나 다른 사람과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뭔가요.


“대인관계에서 성격이 드러나요. 예를 들어 예민한 사람은 상대방과 대화하면서 굉장히 많은 정보를 얻어요. 상대방의 머리 모양, 옷차림, 말투 등을 보면서 ‘혹시 나를 싫어하거나 무시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요. 정작 상대방은 아무 생각 없이 말하고 있는데, 이 사람만 과민하게 반응하는 거예요. 집으로 돌아와서는 오전에 했던 대화를 떠올리면서 실수한 게 없나, 상대방의 말뜻은 뭘까 고민하며 에너지를 소모해요. 이런 사람들은 한 달 전에 만난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합니다.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니 사람을 잘 만나지 않게 되고, 직장에서 외톨이로 지내기도 해요. 증세가 심해지면 우울증이나 불면증도 찾아오고요. 심지어 걸을 때 발바닥이 땅에 닿는 걸 아프다고 느껴 집에만 있는 사람도 봤습니다.”

출처: 삼성서울병원 유튜브 캡처

-예민한 성격을 반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중 성격이 아주 예민한 인물이 많았어요. 애플의 전성기를 이끈 스티브 잡스도 지나칠 정도로 감각이 예민했죠. 아이작 뉴턴, 로베르트 슈만, 윈스턴 처칠 등 세계 명사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들은 예민한 성격을 무기로 삼아 성공했어요. 양날의 칼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었죠.”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극복해야 합니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작은 변화부터 시도해야 해요. 스스로 어떤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관찰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정신과 의사를 만나 상담받을 수도 있지만, 먼저 본인이 무슨 걱정을 하고 사는지 노트에 적어 분석해보기를 권해요. 또 본인이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생각해보면 예민한 성격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메시지를 보내듯 대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남의 말이나 행동을 신경 쓰지 말고, 팩트만 주고받는 거예요. 만일 상대방 표정이 어두워도 ‘저 사람이 어제 피곤했구나’ 하고 넘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꾸준히 연습하면 예민한 성격 탓에 낭비하는 에너지가 줄고, 다른 일에 쓸 힘이 늘어요. 그러면 사람을 더 건강하게 만날 수 있고, 일이나 운동도 집중해서 할 수 있어요. 결국에는 정면 돌파해야 할 문제입니다. 스스로 굉장히 많이 노력해야 해요.”


-예민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예민한 성격은 병으로 남을 수도 있고, 재능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어요. 본인 하기에 달렸죠. 예민한 사람 가운데 일을 잘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스스로 변하려고 애쓰다 보면 섬세하고 창의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어요. 의사는 옆에서 거들 뿐이에요. 앞으로 예민한 성격에 관해 누구나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좋겠습니다. 외면하지 않고 문제를 직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말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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