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부터 화사까지..이 사진 본 당사자 반응

조회수 2020. 8. 11.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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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과 이효리, 펭수가 한자리에 모인 이곳은?
“여기에 없으면 올해 화젯거리 아니다”
의정부 고등학교 졸업앨범
학교와 학생 간 갈등 겪기도

소년이 청년으로 변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식이 그런 날입니다. 이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졸업 앨범도 만듭니다. 졸업 앨범으로 해마다 화제에 오르는 학교가 있습니다. 바로 경기도 의정부 고등학교입니다. 실제 같은 분장과 재치 있는 컨셉으로 찍는 졸업 사진은 2009년부터 내려온 학교 전통입니다. 의정부고 졸업 사진을 보면 그 해의 이슈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올해는 논란 생기기도


의정부고 졸업앨범은 올해도 어김없이 화제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관짝소년단’ 패러디 사진이 흑인을 비하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관짝소년단은 아프리카 가나의 한 장례식에서 상여꾼들이 춤추며 관을 옮기는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나온 단어입니다. 가나인들은 흥겨운 분위기로 장례를 치러야 고인이 좋은 곳에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독특한 장례식 영상이 SNS를 통해 유행하면서 네티즌들은 이들에게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에서 따온 관짝소년단이라는 이름을 붙여 불렀습니다. 하나의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모방 콘텐츠)으로 자리 잡은 셈이죠.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좌) 의정부고 학생자치회 페이스북(우)
관짝소년단으로 불리는 가나 장례식 영상(좌) 의정부고 학생들이 패러디한 사진(우)

의정부고 졸업앨범에도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한 사진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일부에서 학생들이 영상을 따라 하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한 것이 블랙페이스, 즉 흑인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외국에서는 백인이 흑인처럼 보이기 위해 얼굴을 어둡게 칠하는 것을 인종차별적인 행동이라 생각하고 금기시합니다. 여기에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당 학생들의 사진과 함께 저격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한층 커졌습니다. 오취리는 “흑인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한 행동입니다”라는 글을 썼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유튜브 영상을 단순 패러디한 것으로 인종차별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독립운동가들 재현한 뜻깊은 사진도 


논란이 된 사진 외에 올해도 다양한 패러디가 있었습니다. 올 한해 우리나라에서 화제에 오른 각종 인물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EBS 수능특강 표지를 차지한 캐릭터 펭수와 깡 열풍을 일으킨 가수 비, 비와 유재석 그리고 이효리가 모인 싹쓰리도 있습니다. 

출처: 의정부고 학생자치회 페이스북
출처: 의정부고 학생자치회 페이스북

뜻깊은 사진도 있습니다. 학생 10명이 모여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운동가들을 재현했습니다. 이들은 백범 김구, 안중근 의사, 이봉창 의사 등으로 분장하고 진지하게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에 쓰인 태극기 역시 당시 사용하던 태극기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역사박물관에 직접 문의해 이미지를 받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재용부터 곱창 대란 화사까지 


한 해 동안 화제에 오른 인물이나 사건은 뭐든지 다루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한곳에 모입니다. ‘의정부고 졸업사진에 등장하지 않으면 화젯거리라고 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2019년에는 영화 주인공들이 많았습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알라딘’의 여주인공 자스민 공주와 ‘토이스토리4’ 주인공 우디가 눈에 띕니다. 

출처: 유튜브 채널 '경기도교육청TV' 캡처
자스민공주와 우디를 따라한 의정부고 학생들
출처: 유튜브 채널 '경기도교육청TV' 캡처
남북정상회담을 재현한 의정부고 학생들

2018년에는 평창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으로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와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 선수 등 운동선수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역사적인 사건이었던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도 빠질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 분장한 두 학생은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같이 넘는 장면을 재현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MBC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처(좌) 유튜브 채널 '경기도교육청TV' 캡처(우)
가수 화사(좌) 화사를 패러디한 학생(우)
출처: 유튜브 채널 '경기도교육청TV' 캡처(좌)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우)
이재용 부회장을 패러디한 학생(좌) 청문회장에서 이 부회장(우)

그 전에는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곱창 먹방을 선보인 가수 화사를 따라 하기 위해 식당 테이블부터, 불판, 곱창까지 준비한 학생도 있습니다. 당사자인 화사가 직접 “나를 따라 해 주다니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죠. 또 2016년 국회 청문회에서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립밤을 바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치 있게 따라 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학생과 학교 간의 갈등 겪기도


의정부고 졸업앨범은 나올 때마다 화제입니다. 의정부고 졸업사진을 보려고 매년 이맘때를 기다리는 팬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때는 이 행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한 적도 있습니다. 2014년 당시 의정부고 교감 선생님이 분장 사진은 학생답지 않다며 반대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에 학생들이 졸업사진 촬영 자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결국 학교와 학생회가 협의를 거쳐 일반 사진과 분장 사진을 모두 촬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패러디한 학생들

2017년부터는 정치 풍자를 금지하고 미리 학교에 촬영 컨셉을 심의 받는 절차도 생겼습니다. 전년도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 굵직한 정치적 사건이 터지면서 이를 풍자한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일부 보수단체에서 이 학생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해 교사와 학생이 경찰 등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면서 조사를 받는 일이 생긴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빗발치는 항의 전화로 학교 업무에 지장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학교가 컨셉을 미리 제출받아 논란의 여지가 있는 아이템은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이윤금 의정부고 교사는 2018년 의정부고 졸업사진 촬영 현장을 생중계한 경기도교육청 유튜브 채널 방송에서 “아이들이 많이 준비한 만큼 오늘만큼은 촬영을 즐기고, 앞으로는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의정부고 학생들이 인종차별적인 의도를 담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학교 측도 의정부고 학생들은 매년 유행했던 인물과 캐릭터를 따라 할 뿐 어떤 의도를 가진 풍자는 하지 않으니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학생들도 세상은 넓고 문화는 다양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행동을 어떤 사람들은 원래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글 jobsN 오서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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