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서 쉰 냄새 폴폴 나던 사람들에게 날아든 희소식

조회수 2020. 8. 10.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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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때문에 자주 빨아야 하는 수건 보고 만들었죠"
이태성 더뉴히어로즈 대표
은(銀) 섬유로 더 오래 쓰는 친환경 의류 제작
“자주 빨고 버리는 의류 소비 바꾸고 싶어요”

‘1년에 티셔츠 7억장.’


환경부 조사 결과(2016년 기준) 우리나라 하루 평균 의류 폐기물 양은 259톤이었다. 2008년 162톤에서 8년 만에 1.6배 늘었다. 저렴한 옷을 사 한 철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유행하면서 연간 티셔츠 7억장에 해당하는 8만톤의 의류 쓰레기가 나온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수출길에도 오르지 못한 헌옷은 모두 소각장으로 향한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연구 결과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물 2700리터가 필요하다고 한다. 무분별한 의류 소비를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태성(37) 더뉴히어로즈 대표는 지속가능한 의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2011년 창업 후 생분해성 옥수수 섬유로 만든 양말 ‘콘삭스’를 선보였다. 2020년 6월 콘삭스는 우리나라 최초로 국제환경상 에너지 글로브 어워드(ENERGY GLOBE AWARD)에서 국가상을 받았다. 작년부터 이 대표는 항균·살균 작용이 있는 은 섬유에 주목했다. 자주 빨지 않아도 쾌적하게 입고 사용할 수 있는 수건, 티셔츠(bit.ly/3a0iiLe) 등을 제작했다. 2019년 은사(銀絲)로 만든 ‘실버라이닝’ 제품군을 출시한 뒤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3억원을 냈다. 자주 빨고 쉽게 버리는 의류 소비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더뉴히어로즈 제공
이태성(37) 대표.

-이력을 소개해주세요.


“대학에서 역사와 문화기획을 배웠어요. 졸업하고 독립영화 촬영이나 연출·제작 등을 했습니다. E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조연출로 일한 적도 있고요. 마지막 직장은 홍대 KT&G 상상마당이었습니다. 이후 강원도 춘천으로 내려와 2011년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환경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나요.


“처음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니에요. 대학생 때 역사 공부를 하면서 소외당한 사람과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좋은 일을 하면서 돈 버는 사회적기업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우연히 구멍 난 양말을 토시로 재사용하는 아버지를 보고 쉽게 버려지는 의류를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없을까 고민했죠. 10년 전만 해도 친환경이나 윤리적인 패션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드물었어요. 맨땅에 헤딩하는 셈이었습니다.


외국 사이트에서 자료를 검색하다가 친환경 의류 소재 옥수수 섬유를 찾았습니다. 양말은 재활용이나 재사용이 불가능해 대부분 불태우거나 땅에 묻어요. 실험실 테스트 결과 옥수수 섬유로 만든 양말은 땅에 묻으면 6개월에서 1년 안에 생분해 과정을 거쳐 퇴비화했습니다. 그래서 콘삭스를 만들었어요. 지금도 계속 팔고 있습니다.”

출처: 더뉴히어로즈 제공
와플 형태로 조직을 짠 실버라이닝 핸드타월.

-콘삭스를 만들다가 은사(銀絲)에 주목한 이유는요.


“지속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어요. 유니클로, 자라 등 SPA 브랜드는 옷값이 저렴한 대신 인체나 환경에 유해한 소재를 많이 써요. 또 생산비를 줄이려고 제3세계 국가 등 인건비가 저렴한 곳에 공장을 짓고 옷을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인권 문제가 많아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의류 소비문화가 달라져야 합니다. 의류의 상품 수명을 분석하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 가운데 70~80%는 세탁, 건조 등 의류를 사용하면서 발생한다고 해요. 그래서 자주 안 빨아도 괜찮은 옷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은을 사용하면 세탁이 덜 필요합니까.


“옷을 빠는 이유는 오염 물질이 묻어 더러워지거나 냄새가 나기 때문이에요. 하루 입고 바로 세탁하지 않아도 옷이 더럽거나 냄새가 나지 않으면 매일 빨지 않아도 괜찮죠. 세균 번식을 막는 효과가 있는 은으로 옷을 만들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은사는 땀을 통해 번식하기 쉬운 박테리아의 세포벽을 무너뜨려 악취를 없애고 상쾌한 느낌을 유지하게 돕거든요.


그전에도 은 나노 섬유로 만든 제품은 있었어요. 은 나노는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한 은 알갱이를 말합니다. 그런데 인체 유해성 논란이 있어서 은 나노가 아닌 순도 99.99% 은으로 만든 실을 외국에서 들여왔어요. 원단을 구매해 우리나라에서 재단·바느질·가공 과정을 거쳐 의류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2019년 실버라이닝 브랜드(bit.ly/3a0iiLe)가 나왔어요.”


-어떤 제품을 만드나요.


“냄새나 세균에 취약한 의류가 양말·수건·속옷·티셔츠입니다. 그래서 4가지 제품을 먼저 만들었어요. 수건을 예로 들면 냄새와 세균 걱정 없이 기존 제품보다 2배가량 길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탁 빈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죠. 은 소재로 만들었지만, 촉감이 아마사로 짠 리넨보다 부드럽고 가벼워요. 앞으로는 침구류처럼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지만 자주 세탁하지 않는 제품군도 은사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출처: 더뉴히어로즈 제공
실버라이닝은 수건·양말·속옷·티셔츠 4개 은사 제품을 판매한다.

-얼마나 팔리는지 궁금합니다.


“2020년 상반기 실버라이닝 제품 매출은 3억원입니다. 4가지 제품 가운데 수건(bit.ly/3a0iiLe)이 가장 잘 팔려요. 매출 비중이 50%에 달할 정도입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수건은 손을 네 번만 닦아도 변기보다 많은 세균이 증식합니다. 집이나 회사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수건은 세균이 더 많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실버라이닝 제품은 핸드타월용으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고객이 남긴 리뷰 가운데 ‘냄새가 나지 않는 수건은 처음 써본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은 수건은 도톰하고 돌기가 난 일반 수건과 달리 와플 형태로 조직을 짰습니다. 공기가 쉽게 통해 건조가 빠르고, 단일면적 대비 수분 흡수율도 높아요.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고객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8점이 나왔어요.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고객에게 친환경 성과를 돌려주는 캠페인도 한다고요.


“환경을 위해 세탁을 절반으로 줄일 것을 권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 제품을 산 분들은 이런 취지에 공감했다고 보고 제품을 살 때 쓸 수 있는 포인트를 매월 지급해요. ‘실버코인 프로젝트’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대한민국 4인 가족이 한 달에 세탁하면서 발생하는 평균 수도·전기요금을 환산해 아낀 비용만큼 포인트(1744원)로 돌려 드리고 있습니다.”

출처: 더뉴히어로즈 제공

-애로사항도 있나요.


“아직은 은사로 의류를 만들 수 있는 국내 제조공장이 거의 없어요. 특수 기계로 만드는데, 우리나라에 있는 2대 모두 실버라이닝에서 쓰고 있습니다. 시장이 커지면 따라 만드는 회사가 나올 수도 있어요. 대형 수건 제조 회사에서 제조 방식을 참고하려고 공장에 찾아온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요. 비슷한 제품이 나온다면 그만큼 우리가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뜻이니까요. 제품이 비슷해도 회사가 고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같을 수 없다고 봐요. 하드웨어가 같아도 소프트웨어는 다른 셈이죠.”


-앞으로 계획은 무엇입니까.


“지금은 대부분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나은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 수 있게 돕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어요. 항균, 그리고 친환경 분야를 이끄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글 잡컴퍼니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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