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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때문에 모텔 생활하는 여학생이 당근마켓에 올린 글

조회수 2020. 8. 4.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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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계약 해지할 때 같이 갈 무서운 아저씨 구해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온 글이 화제를 모았다. 어린 여학생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작성자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모텔을 전전하고 있다”고 했다. “옆집 화재로 인한 화장실 그을림, 천장 누수 등으로 거주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작성자는 “임대인을 찾아가 삼촌 역할을 해줄 외관이 무서운 아저씨를 구한다”고 했다. 작성자가 내건 수고비는 10만원이었다.


누리꾼 반응은 뜨거웠다. “이 정도면 꿀알바”라는 말부터 “마동석 같은 아저씨가 재능기부를 해야 한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 이런 순기능이 있을 줄 몰랐다”는 등 다양한 반응을 내놨다. 당근마켓에는 거래 글 말고도 ‘문 앞에 고양이가 물어다 놓은 쥐 사체를 치워주면 5만원을 주겠다’, ‘화장실 벌레를 잡아주면 3만원을 주겠다’는 등 소소한 용역을 의뢰하는 글이 올라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동네 주민끼리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는 품앗이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이 도시화로 단절된 이웃을 다시 연결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출처: tvN D ENT 유튜브 캡처

◇온라인 중고 거래 시장 활성화한 중고나라


스마트폰 시대가 오기 전까지 온라인 중고 거래는 주로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를 통해 이뤄졌다. 2003년 12월 문을 연 중고나라는 회원 수 1830만명인 대형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한 해 중고나라에서 사고파는 물건값만 3조4000억원에 달한다. 2016년에는 전용 애플리케이션도 선보였다.


온라인 중고 거래는 당사자끼리 직접 만나거나 구매자가 입금하면 물건을 부치는 방식으로 물건을 사고판다. 직거래가 아닌 이상 판매자가 올린 글이나 사진만 보고 돈을 보낸다. 전적으로 믿음에 기반한 거래 방식이다. 커뮤니티 몸집이 커지자 이 같은 구조를 악용해 사기를 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자제품처럼 거래가 활발한 인기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올리고, 구매자가 입금하면 잠적한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남의 명의를 빌려 불법적으로 개통한 휴대폰이나 대포통장을 쓴다. 2018년에는 한 LG전자 연구원이 직원가로 가전제품을 사주겠다고 사람들을 속여 1억5000만원 상당 금전 피해를 준 사례도 있었다.


‘벽돌 택배’ 일화도 유명하다. 구매자가 물건을 샀는데, 택배 상자에 물건 대신 벽돌이 들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후기는 온라인에서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라는 제목으로 퍼져 나갔다. 벽돌은 그 뒤로도 대표적인 중고 거래 사기 유형으로 악명을 떨쳤다.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중고나라는 서울 강남 본사에 ‘적벽대전’이라 이름 지은 빨간 벽돌을 전시해 놓았다. “오늘도 벽돌(사기)과 전쟁 중이며, 반어법이 아닌 진짜 의미를 담은 ‘평화로운 중고나라’를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중고나라는 그동안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 중고 거래 플랫폼이었다.

출처: 중고나라 제공
중고나라 본사에 전시된 벽돌 ‘적벽대전’.

◇스마트폰 보편화 이후 번개장터·당근마켓 부상


PC에서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번개장터가 중고나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번개장터는 2010년 중고 거래 앱을 선보인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다. 2019년에는 처음으로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다. 이용자 80%가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에 태어난 MZ세대일 만큼 이용자층 연령대가 낮은 편이다. 중고 거래뿐 아니라 개인거래 전용 보험, 안심간편결제 서비스, 안전송금 서비스 등 거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도 개발했다.


최근에는 2015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발주자 당근마켓이 중고나라와 번개장터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뜻을 담은 당근마켓은 동네 기반 거래 플랫폼이다. 거주지 기준 반경 6km 이내 이웃과 교류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사는 이용자와 직접 만나 거래한다는 점을 활용해 신뢰를 높였다.


당근마켓은 5년 만에 월간이용자(MAU) 89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4월 기준 일간이용자(DAU)는 약 156만명이다. 쇼핑 앱 가운데 쿠팡(397만명)에 이어 2위다. 11번가(137만명), 위메프(109만명)보다 높다. 성숙기에 접어든 다른 두 중고 거래 플랫폼보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2020년 3월 기준 월간이용자 수는 1년 전보다 65.7% 증가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무서운 아저씨를 구하는 당근마켓 글.

레드오션이었던 중고 거래 시장에서 당근마켓이 성공한 이유는 동네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기 위험이 적어 신뢰 기반 서비스가 가능하고, 이용자가 모이면 커뮤니티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에서는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 주거나 안 쓰는 육아용품을 물려주는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찾아보기 힘든 훈훈한 에피소드가 종종 나온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사용자가 늘면 6km인 동네 반경을 4km까지 줄일 계획”이라고 했다. “고객들은 거래 범위를 넓혀 달라고 하지만, 동네 마켓이라는 콘셉트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중고 거래를 넘어 동네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앱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어 “배달 서비스·동호회·돌보미 서비스 등 생활권 반경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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