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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게스·지그재그,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사랑하는 기술입니다"

조회수 2020. 8. 2.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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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온라인 쇼핑몰에 없으면 장사 안 된다는 이것?
“이상한 생각 마라” 주변 반대에도 창업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 알아서 추천
CJ·지그재그 등 200여곳 쇼핑몰에서 이용

직장인 A(32)씨는 회사에서 입을 얌전한 스타일의 가디건을 사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갔다. 적당해 보이는 상품을 하나 클릭했는데 재질이 별로다. 다른 옷을 보기 위해 목록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바로 아래에 비슷한 디자인의 상품들이 보인다. 그중에 마음에 드는 옷을 하나 고르자 이번에는 가디건과 같이 입을만한 티셔츠에 바지까지 추천해 준다. 이것저것 클릭해 구경하던 A씨는 결국 그 쇼핑몰에서 옷을 4벌이나 사고 말았다. 

출처: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캡처

오드컨셉 김정태(39) 대표가 만든 픽셀(PXL)은 AI가 이미지 분석을 통해 소비자가 지금 보고 있는 옷과 비슷한 추천 상품을 찾아 보여준다. 소비자는 원하는 스타일을 찾기 위해 쇼핑몰 안을 떠돌 필요가 없다.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직접 골라주는 오프라인 매장 직원 역할을 AI가 한다. 상의를 보고 있으면 해당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에 이 옷과 어울리는 하의와 신발까지 코디해 준다. CJ, 지그재그를 포함해 200여곳의 온라인 쇼핑몰이 픽셀을 이용한다.

출처: 오드컨셉 제공
오드컨셉 김정태 대표

-원래 창업에 뜻이 있었나.


“특허나 개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컴퓨터 프로그래밍 공부를 했을 정도였죠. 대학을 다닐 때도 매일 특허 자료나 논문을 찾아 읽고 다녔어요. 졸업 후에는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기업들의 중장기 전략개발을 맡았어요. 그런데 경영 컨설팅은 제 에너지를 써서 남 좋은 일을 해준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습니다. 이렇게 힘을 쏟을 거면 나의 일을 해보고 싶었죠. 회사를 다니면서 창업 준비를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다니던 회사나 잘 다녀라”고 전부 말렸어요. 이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오드컨셉’이라는 회사 이름도 여기서 따왔습니다. 말 그대로 odd(이상한) concepts(생각)이라는 뜻이죠.” 


-시작은 이미지 검색 서비스였다고. 


“회사 특성상 발표를 할 일이 많았습니다. PT 자료를 항상 이미지 위주로 준비했어요. 그런데 텍스트로 검색해서 원하는 이미지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말이 필요 없는, 이미지로 이미지를 검색하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2008년 회사를 나와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친구 2명과 셋이서 동네 꽃집 옆에 작은 사무실을 구해 연구실처럼 썼죠. 1년 정도 연구 끝에 이미지 검색 기술을 개발해 2009년 특허를 냈습니다. 특허 시장에서 수요가 많았어요. 출원을 내기 전에 이미 시장에 나온 상표나 도면이 아닌지 검색해봐야 하니까요. 조금씩 자본금을 모아 2012년 법인으로 전환했습니다.”

출처: 오드컨셉 제공
픽셀은 지금 보고 있는 옷과 비슷한 스타일의 상품을 바로 아래에 추천해 준다

-픽셀은 어떻게 시작했나.


“처음에는 개발한 이미지 분석·검색 기술을 기업이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 주는 라이센싱 사업을 했습니다. 패션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 패션 쪽에서 이미지 분석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식품이나 가전제품은 맛이나 기능을 말로 설명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옷은 눈으로 보고 느껴야만 구매로 이어집니다. 말로 설명하면 와닿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지가 중요하죠. 고민을 거듭하다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지금의 픽셀 상품 추천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기능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 


“쉽게 말해 소비자가 지금 보고 있는 옷과 비슷한 스타일의 다른 옷들을 자동으로 추천해 주는 기능입니다. 보통 옷을 사기 위해 쇼핑몰에 들어가면 하나의 상품을 클릭해서 봅니다. 그리고 또다시 페이지를 나가 비슷한 다른 상품이 있는지 찾아보고 또 클릭해야 합니다.  


픽셀은 이 과정을 줄여줍니다. 소비자가 옷을 하나 클릭하면 AI가 해당 상품의 재질, 색깔, 패턴, 길이 등을 분석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바로 아래에 추천해 줍니다. 소비자가 그중에 하나를 클릭하면 또 그 옷을 분석해 비슷한 다른 상품들을 더 보여주는 식입니다. 고른 옷과 잘 어울리는 코디 상품도 추천해 줍니다. 상의를 고르면 어울리는 하의, 신발, 가방까지 모두 나오죠. 소비자는 모든 페이지를 하나하나 찾아다닐 필요 없이 한 페이지에서 여러 개의 비슷한 상품을 볼 수 있습니다.

출처: 오드컨셉 제공
보고 있는 옷과 어울리는 코디도 같은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상품으로 제안한다

보통 쇼핑몰에서 많이 쓰는 상품 추천 기능은 ‘이 상품을 본 고객이 함께 본 상품’이나 ‘베스트 상품’을 보여주는 식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사는 옷을 너도 똑같이 사라’는 제안이죠. 개개인의 취향과는 상관없는 추천입니다. 픽셀은 소비자가 고른 그 상품의 이미지를 분석해 비슷한 상품을 추천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그 사람이 원하는 느낌과 스타일의 상품만 눈앞에 계속 가져다주는 거죠.”


-구매 전환율은 얼마나 높아지나. 


“보통 쇼핑몰은 방문객이 사이트 안에 머무르는 평균 시간이 2분 24초입니다. 한 번 방문했을 때 구매 전환율은 0.6%에요. 전체 지출액과 방문객 수를 고려했을 때 방문객 1명당 평균 매출이 377원입니다. 이걸 이커머스에서는 세션 가치라고 불러요. 


픽셀 상품 추천 기능을 사용할 경우 방문객 체류시간은 2.4배, 구매전환율은 3.2배, 세션 가치는 3.6배 높아집니다. 방문객 1명이 쇼핑몰에 머무르는 시간은 평균 5분 48초로 늘어나고요. 방문객의 1.9%가 실제 구매를 합니다. 세션 가치는 1362원으로 올라가죠. 이 정도 세션 가치는 보통 쇼핑몰 VIP 등급 회원들 수치와 비슷합니다. 픽셀을 사용하면 처음 방문한 고객에게도 VIP 회원만큼의 지출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죠.”

출처: 오드컨셉 제공
김 대표와 오드컨셉 직원들

-수익구조는.


“업체마다 과금 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추천을 1번 할 때마다 비용을 받는 곳도 있고, 추천을 통해 발생한 매출의 비율로 비용을 매기는 곳도 있습니다. 중소형 쇼핑몰에는 동일한 기준으로 합리적인 비용을 매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과가 궁금하다. 


“2017년 1월 출시한 뒤 3년 동안 100여곳의 이커머스 업체가 픽셀을 도입했습니다. 올해 들어 성장폭이 확 커졌어요. 2020년 상반기에 픽셀 서비스를 새로 이용하기 시작한 곳이 100곳입니다. 3년 동안 이뤄낸 성과를 6개월 만에 낸 셈이죠. CJ몰 같은 대기업부터 한성, 게스, 지그재그 등 패션 전문 이커머스, 그리고 중소형 쇼핑몰까지 총 200여곳이 픽셀을 사용합니다. 개인 소비자에게 픽셀이 추천을 해준 횟수는 올해 5월 기준 1달 약 5억회입니다.” 


-앞으로 목표는. 


“일단 올해 말까지 픽셀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를 400곳까지 늘리고 싶습니다. 최종 목표는 패션 쇼핑 자체를 대신해 주는 기술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이 쇼핑을 위해 시간을 쓰는 행위 자체를 없애는 것입니다. AI 스타일리스트가 각자 개인 취향에 맞게 쇼핑을 하고 장바구니를 채워옵니다. 그러면 소비자는 구매 여부만 결정하면 되는 형태의 플랫폼으로 픽셀을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글 jobsN 오서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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