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공직자로 살다 퇴직한 경찰들, '이 시장'으로 몰린다

조회수 2020. 7. 29.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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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도 셜록홈즈가 될 수 있다

8월5일부터 ‘탐정사무소’ 문 열 수 있어

퇴직경찰, 취준생 등 대거 탐정업 진입할 듯

업무의 기준, 자격제도 미비… 정착까지 시간 걸릴 듯


‘셜록홈즈’, ‘명탐정코난’, 그리고 신(新) 초통령이라 불리는 ‘엉덩이탐정’까지... 각족 소설과 영화·드라마 속에서 탐정(探偵)은 경찰관·소방관만큼이나 익숙한 직업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탐정을 본 적 있나? 없을 것이다. 한국에선 탐정이란 명칭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8월5일부터 탐정사무소 개업이 가능해진다. 정확히는 그동안 사용할 수 없었던 ‘탐정’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국회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의 탐정명칭 사용금지 조항을 삭제했다. 이젠 소설·영화 속 뿐 아니라 현실에서 탐정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탐정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것일까. 또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을까. 


◇퇴직 앞둔 경찰관 “탐정으로 인생2모작

소설, 만화영화 등의 단골 소재인 탐정. /인터넷 화면 캡처

탐정은 의뢰자의 요청에 따라 사건·사고 정보 등을 조사하는 민간 조사원이다. 경찰관의 업무가 떠오른다. 다만 탐정은 장기 미제사건 등 공권력이 해결하지 못하거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사건을 주로 해결한다. 업무는 다양하다. 일본 탐정업체 홈페이지를 토대로 살펴본 탐정의 업무는 사람찾기, 교통사고 조사, 보험사기 조사, 해외도피자 소재파악, 기업부정 조사,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 학교폭력·왕따 해결, 불륜 조사, 잃어버린 반려동물 찾기 등이다.


실제 탐정 명칭 사용을 가장 반기는 이들은 퇴직을 앞둔 형사·수사 파트 경찰관들이다. 퇴직 경찰이 과거 이력을 살려 재취업을 할 수 있는 곳은 보험사와 경비업체 정도다. 그나마도 교통·경비 파트 경력자에게나 돌아오는 자리다. 서울 시내 한 경찰서 형사과에 근무하는 A씨는 “퇴직 후 젊은 시절 공들여 쌓은 업무 노하우를 전혀 활용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퇴직을 앞두고 우울해 하는 동료들이 많았다”며 “최근엔 민간조사원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전현직 경찰 동료가 많다”고 했다. 


청년들의 취업 통로로도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흔히 탐정하면 강력범죄를 해결하는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실제 해외 탐정들은 보험사기, 특허침해 등 기업에서 일어나는 부정이나 지적재산권 침해 등을 더 많이 다룬다. 유우종 한국민간조사중앙회 회장은 “공권력의 사각지대가 있음에도 탐정업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탐정업이 허용되면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공인탐정제 도입 전까진 혼선 불가피할 듯

/인터넷 화면 캡처

8월5일부터는 탐정이라는 간판을 내걸 수 있다. 그러나 이게 곧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인탐정제도 도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탐정 명칭은 허용되지만 공인중개사·공인회계사처럼 공인된 자격증 제도는 도입되지 않았다. 한동안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탐정이란 명칭을 쓸 수 있도록 했지만 탐정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사실 영화에서 탐정이 하는 일 상당수가 우리 나라에선 불법이다. 예컨대 일반적인 탐정 업무인 잠복·미행은 당하는 입장에선 스토킹과 마찬가지다.


그래도 그동안 음성적으로 활동해왔던 심부름센터, 흥신소 등이 탐정사무소로 이름을 바꾸고 영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PIA(민간조사) 민간 자격증 등을 취득한 이들, 수사 경험이 풍부한 퇴직 경찰관 등이 ‘공신력 있는 탐정’이라며 시장에 뛰어들 것이다.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뒤섞여 경쟁을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탐정 업무의 범위와 권한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는 상태다. 탐정 업무를 위해 과도한 미행을 하는 등 사생활을 침해했을 경우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아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퇴직을 앞둔 한 경찰관은 “30년간 공직자로 살았는데 노년에 흥신소 직원 취급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정부가 탐정이란 명칭을 쓸 수 있게 열어주면서 탐정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적으로 명확한 권한을 정해주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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