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너무 힘들었던 대학생은 지금 이렇게 됐습니다

조회수 2020. 8. 19. 16: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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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만화를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책도 쓰고 방송도 진행하고 있어요"
취미 삼아 그리던 만화로 웹툰 작가까지
트와이스·있지 뮤직비디오 작업도
한달 수입 많을 땐 천만원
“만화가 진로 선생님 되고 싶어요.”

전문 만화가가 아니더라도 그림으로 유명세를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많다. 포털이나 SNS를 비롯한 인터넷 생태계가 진화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은 신인 작가도 연평균 1억원 이상의 수입을 번다고 밝혔다. 웹툰 시장이 커진 만큼 웹툰 작가를 꿈꾸는 사람도 많다. “내가 웹툰 작가가 된다면 어떨까?”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 봤을 법한 내용이다.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든 사람을 만났다. 

출처: 본인 제공
'난희'로 활동하는 표지희 작가.

표지희(25)씨는 SNS에서 활동하는 웹툰 작가다. 건국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를 졸업했다.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를 지망하던 평범한 대학생은 대학 2학년 때 우연히 올린 만화를 시작으로 웹툰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취미 삼아 올린 만화 페이지의 구독자가 8만명으로 불어났다.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 뮤직비디오 일러스트 작업도 했다. 한달 최고 1000만원을 벌기도 하고 한달 내내 수입이 거의 없는 때도 있다고 한다. 프로 만화가인 표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트랜스포머처럼 살고 있는 프리랜서 만화가 난희(본명 표지희)입니다. SNS에서 만화 그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만화 말고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 경험해보고 있어요. 책도 쓰고 방송 활동도 합니다. 새로운 웹툰도 두 작품 준비 중입니다. 웹툰은 가을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난희라는 필명은 언니가 저를 부르는 ‘망나니’라는 별명에 본명을 합쳐서 만들었어요.”


-학부 전공은 소프트웨어학과인데, 만화가의 길을 선택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가가 꿈이어서 미술을 항상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만화가는 너무 힘든 길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로 진로를 정하고 대학에 왔습니다. 만화는 2015년 21살 때부터 페이스북에 취미로 올리기 시작했어요. 주변 친구들이 제가 낙서한 만화를 보고 재밌다고 했거든요. 그렇게 ‘대학생 만화’를 처음 올렸는데 지금은 8만명이 봅니다. 잡지사에서 연재 제의도 들어왔고요.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했는데 오히려 프로그램 개발자로 취업이 안되고, 만화로 수입이 꾸준히 들어오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수입이 생기는 이 일을 하자고 결심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KT&G 상상유니브에 연재한 만화.

“비록 전공과 다른 진로를 선택했지만 학교에서 얻은 게 정말 많아요. 학교에서 고생하지 않았다면 ‘대학생 만화’도 나오지 않았을 테니까요. 낮은 학점, 교수님께 혼난 이야기처럼 어찌 보면 부끄러운 이야기도 만화로 그리면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어요.”


-만화를 시작할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우리 가족은 늘 저를 지지해 주세요. 만화가로 진로를 정하기 전까지도 만화를 통한 수입이 꾸준히 나왔어요. 그래서 부모님도 자연스럽게 응원해 주셨던 것 같아요. 그림 작업할 때 쓰는 태블릿도 선물해 주셨어요.”


-업무에 있어서 가장 힘든 점이나 요즘 일에 있어 고민거리가 있을까요.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제 재능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거니까요. 하지만 프리랜서다 보니 일을 하고 있어도 다음 일을 걱정하는 게 일상이에요. 일정을 완벽히 짜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요. 일정이 정해지지 않으면 수입의 단절로 이어지니까요. 오히려 만화를 그리는 작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덜한 편입니다.” 

출처: 'HAPPY HAPPY'·'ICY' 뮤직비디오 캡처
트와이스 'HAPPY HAPPY'(좌) 있지 'ICY'(우)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물이 무엇인가요.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Happy Happy’·‘있지’의 ‘ICY’ 뮤직비디오 일러스트 작업을 제가 했어요. 트와이스의 뮤직비디오는 멤버 채영 님의 그림도 들어갔어요. 트와이스의 멤버와 공동작업을 한 셈이니 정말 특별하게 느껴졌죠. 뮤직비디오를 작업하면서 노래도 발매 전에 미리 들어보고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한 장면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어요. 감독님과 밤새 작업하면서 그림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제가 그린 그림이 뮤직비디오에 나와서 너무 신기했어요.” 


-주로 일상을 담은 만화를 그리는데, 다른 소재로 만화를 그릴 생각이 있으신지요.

“새롭게 준비하는 웹툰에서 새로운 소재를 다룰 계획입니다. 청소년들에게 직업을 알릴 수 있는 만화를 준비하고 있어요. 2018년부터 청소년 수련원이나 학교에 진로 강연을 많이 다녔어요.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보면 아이들이 나중에 뭘 해야 할지 정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자신들의 진로에 대해 알 기회가 많지 않다고 느꼈어요. 만화를 통해 진로 선생님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학습만화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학습·교양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사람들이 모르는 직업과 진로에 관한 만화를 그리려고요.” 

출처: 조선일보(좌)·국민일보(우) 캡처
신문 지면에 실린 '대학생 만화'.

“최종적으로는 언론매체에 실리는 만평에 도전하고 싶어요. 만평은 짧은 분량 속에 전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잖아요. 첫 연재가 ‘대학내일’ 잡지 연재였는데 마지막 연재도 언론사에 만평을 연재하는 게 꿈입니다. 제가 그린 ‘대2병 만화’가 조선일보·국민일보 지면에 실린 적이 있어요. 항상 지면에 실리는 만화를 그리는 걸 꿈꾸고 있습니다.”


-최근 만화 그리기 관련 강의, 방송 등을 진행했는데 그림을 가르치는 것에 관심이 있었나요?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이 부족한 친구들을 도와주는 멘토 역할을 많이 시키셨어요. 제 지식이나 재능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걸 즐거워해요. 저는 만화를 시작할 때 주변에 가르쳐주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강의하는 만화 그리기 온라인 강좌를 수백명이 듣고 있어요. 만화 그리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느낍니다. 제가 수업하는 강좌를 듣는 분들 중에 주부 수강생이 많아요. 그분들은 가사 일과 육아를 오래하다 보니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대요. 그런데 만화를 그리고 공유하면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서 자존감이 많이 올라간다고 제게 말해주세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뿌듯합니다. 만화가는 정말 많지만 만화가가 되는 방법이나 만화를 시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SNS 웹툰 따라하기’에 대한 책도 쓰고 강연도 열심히 합니다.”


-만화가로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출처: 클래스101캡처(좌)·재능TV유튜브 캡처(우)
난희 작가가 진행하는 온라인 강좌 페이지(좌)·재능TV 출연 모습(우).

“제가 사는 곳이 부천인데, 부천은 ‘만화 도시’거든요. 부천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 만화축제에서 부천만화대상 시상식도 해요. 부천만화대상에서 입상하는 작품들은 깊이가 남달라요. 이 시상식에서 입상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글 jobsN 주성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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