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수·유재석·비·조진웅이 반한 '400년' 가게

조회수 2020. 7. 24.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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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경력 모두 합쳐 400년, '싹쓰리' 멤버 비·유재석도 찾는다는 이곳
한국서 만든 수제 양복으로 해외 진출 목표
30세 청년 대표와 평균 경력 55년 양복 장인 7명
인천 유일 수제 양복 테일러샵

직원 7명의 평균 업무 종사 기간이 55년인 회사가 있다. 10년 경력을 가진 대표까지 모두 더하면 대략 400년. 인천의 유일한 수제 양복 테일러샵 ‘김주현 바이각’이다. 당시 24살이었던 김주현(30) 대표가 수제 양복 장인 7명과 함께 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만을 위해 몸 한 곳 한 곳 치수를 재고 바느질을 해 양복을 만든다. 사라져가는 장인들의 기술을 지키고 젊은 기술자도 키운다. 최민수, 비, 유재석 등 유명 연예인도 이곳에서 양복을 맞춘다. 한국에서 만든 양복으로 전 세계에 진출하고 싶다는 김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바이각 제공
김주현 대표

-원래 옷에 관심이 있었나요.


“대학은 공대를 나왔습니다. 평범한 회사 생활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원래 옷 입는 걸 좋아했습니다. 직접 옷을 만들어 보고 싶었죠. 일단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오전에는 서울 동대문 원단시장에서 판매 일을 했어요. 저녁에는 명동에 있는 서울패션전문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학교에서 수제 양복을 전문으로 배울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몸을 완벽하게 감싸주는 수제 양복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사실 양복 테일러링(재봉·양복 제조)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곳이 잘 없어요. 대학 패션학과에도 관련 수업이 거의 없죠. 하던 일을 그만두고 무작정 수제 양복점에 막내로 들어갔어요. 공방에서 심부름이나 이니셜 새기는 잔업 등을 하면서 양복 테일러링을 배웠습니다.” 


-바이각을 창업한 계기는요. 


“서울 양복점에서 3년 정도 일을 배우고 고향 인천으로 돌아왔습니다. 인천에는 수제 양복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없었어요. 처음에는 혼자서 수제 양복점을 운영했습니다. 수제 양복을 만드는 곳이 많지 않아 입소문이 꽤 났죠. 가게를 운영한지 2년쯤 지났을 때 MBC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 의상팀에서 옷을 만들어 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주인공인 배우 최민수 씨가 수트를 자주 입고 나오는 역할이었죠. 최민수 씨가 드라마에 입고 나온 옷을 제가 모두 만들었어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제가 만든 양복도 같이 관심을 받았습니다. 저희 가게에 옷을 맞추러 지방에서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었죠. 손님이 늘수록 더 완성도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양복을 오랫동안 만들어온 장인분들과 함께 일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출처: 바이각 제공
김 대표가 만든 양복을 드라마에 입고 나온 배우 최민수(좌) 최민수 씨와 김 대표(우)

인천 경동에 서울 명동 양복거리와 비슷한 싸리재 거리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 거리에서 활동하는 수제 양복 장인분들을 무작정 찾아가 함께 일하자고 부탁드렸어요. 다들 40년 넘게 양복점을 운영하고 계신 분들이었죠. 처음 보는 24살짜리 애가 찾아와 같이 일하자고 하니 다들 황당해 하시면서 거절하셨어요. 3달 넘게 매일 같이 찾아가서 계획을 설명하고 설득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분들이 한 분씩 생겼죠. 다른 장인 분들을 소개해 주시기도 했어요. 그렇게 7분을 모아 2014년 바이각을 열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장인 분들을 소개해주세요.  


“총 7분입니다. 사이즈를 재고 옷의 설계도와 디자인을 그리는 재단사 분이 1명, 손 바느질로 상의 자켓을 만드는 분이 2명, 하의 바지를 만드는 분이 2명 있습니다. 또 옷에 자수를 넣거나 단추 구멍을 내는 등 마무리 단계를 책임지는 피니셔 분이 2명입니다. 모두 60세가 넘으셨어요. 다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유행을 따라가기 어렵다보니 가게 손님이 줄고 있었습니다. 일을 그만둘 생각을 하시던 분도 있었죠. 바이각에서 일하면서 손자·손녀 용돈을 마음대로 줄 만큼 수입도 늘고 삶에 활력이 생겼다고 좋아하세요.”

출처: 바이각 제공
함께 일하는 시니어 양복 장인들과 바이각 직원들(좌) 바이각의 재단사 이철호 장인(우)

-바이각 수제 양복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수제 양복하면 다들 맞춤 양복을 생각하세요. 대부분 맞춤 양복점은 이미 모양이 정해진 기성복을 사이즈에 맞게 수선하는 수준입니다. 기성 양복 브랜드에서 맞추는 거랑 똑같은 셈이죠. 바이각은 재단사가 30곳이 넘는 몸의 사이즈를 재고 고객 한 사람만을 위한 설계도를 짭니다. 몸의 모양에 맞는 디자인을 직접 그리죠.  


재단사와 공방, 매장까지 한 곳에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맞춤으로 양복을 만드는 곳은 전국에 저희를 포함해 5곳 뿐입니다. 일반 양복보다 완성도가 높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몸의 모양이 다 다릅니다. 어깨 수평이 안 맞거나 양팔의 길이가 다를 수도 있죠. 수제 양복은 그런 점을 모두 고려해 만들기 때문에 체형 보정에도 탁월합니다. 쉽게 말해 옷 입은 태가 훨씬 멋있죠. 상담과 가봉, 피팅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옷을 만드는 데 3~4주 정도 걸립니다.

출처: 바이각 제공
수제 양복을 만드는 과정과 바이각에서 만든 옷

일반 양복은 원단을 이어 모양을 만들 때 접착제를 씁니다. 수제 양복은 원단과 원단 사이에 단단한 심지를 넣고 직접 바느질을 해서 연결합니다. 심지가 뼈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옷이 단단하고 입었을 때 남성스러움이 잘 드러납니다. 접착제로 붙인 옷은 곰팡이나 습기에 약하지만 수제 바느질로 만들면 수명도 훨씬 길죠.”


-양복 가격과 매출이 궁금합니다. 


“양복 한 벌(자켓과 바지) 기준 60만원 대에서 시작합니다. 100만원 대로 맞추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셔츠나 타이는 추가로 주문해야 합니다. 매출은 인천 제물포 본점과 송도점 두 곳을 합쳐 1달에 약 1억원입니다.” 


-주로 어떤 고객이 찾아오나요. 


“가격이 높은 편이다 보니 사업가 분들이 많습니다. 결혼 예복을 맞추러 오시기도 하고요. 또 연예인 분들도 많이 찾아오는 편입니다. 가수 비 씨, 방송인 유재석 씨, 추성훈 씨, 조진웅 씨 등이 바이각에서 양복을 맞췄습니다.”

출처: 바이각 제공
바이각 양복을 입은 방송인 유재석, 배우 장혁, 가수 비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라고요.


“수제 양복 제작 과정이나 옷 입는 방법 등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 ‘아름다운 양복’이라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입니다. 의미있는 사연을 받아 1달에 1분씩 수트를 맞춰 드립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의료 현장에서 고생하신 의사 분께 수제 양복을 만들어 드렸습니다.”  


-앞으로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요. 


“그동안 시니어 고용 창출 우수 사례로 뽑혀 인천시와 지역 연계 사업을 많이 했습니다. 최근에는 테일러 아카데미를 만들어 젊은 기술자를 키우는 프로그램도 시작했어요. 인천에 패션 디자인학과가 있는 중·고등학교 및 대학과 산학협력을 맺고 바이각의 시니어 장인 분들이 강사로 테일러링 수업을 합니다. 양복 제작을 하다가 세탁소 등으로 넘어간 기술자 분들을 모아 강사 일자리를 제공할 수도 있죠. 또 기술을 배운 청년들의 창업을 도와주거나 저희 매장에 채용하는 등 청년 일자리도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의 양복 기술은 세계적 수준입니다. 세계기능올림픽 양복 부문에서 1967년부터 1983년까지 12년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죠. 한국만 계속 우승하니까 다른 나라들이 불참을 선언해 대회가 없어졌어요. 그때 양복 장인분들의 기술이 지금까지 이어져왔죠. 하지만 높은 기술력에 비해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있습니다. 홍콩·상해·일본 등은 수제 양복 1벌에 1000만원 가까이하기 때문입니다. 바이각에서 만든 수제 양복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도 목표입니다."


글 jobsN 오서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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