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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에 나온 안마의자, 340만원 주고 샀다가 분통

조회수 2020. 7. 23.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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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전에 나온 기술 갖다 쓰고 '세계 최초'?
아이들 키 크게 해준다는 안마의자
주름 펴주고 여드름 없애준다는 LED 마스크
기업 허위·과장 광고, 분명한 제재 수단 없어
출처: JTBC 방송화면 캡처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PPL로 등장한 바디프랜드 안마의자

초등학생 아들을 둔 주부 A씨는 작년 5월 큰마음을 먹고 청소년용 안마의자를 샀다. 유독 키가 작아 학교에서 놀림당하는 아들 걱정 때문이다. 가격은 340만원. 100만원대에 살 수 있는 다른 안마의자도 있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아이의 키를 크게 해준다’는 광고에 혹했다. 브레인 마사지 기능이 있어 기억력과 집중력도 끌어올려 준다고 했다. 고민을 하던 중 똑같은 제품이 인기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나오는 걸 보고 결국 결제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지 않아 A씨가 산 안마의자 광고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TV를 틀면 줄기차게 나오던 CF도 사라졌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A씨가 구매한 제품이 허위 광고로 고발 당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키가 큰다’, ‘기억력이 좋아진다’ 모두 거짓이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리콜이나 환불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기업들 과장·허위 광고, 과징금만 내면 끝? 


공정위는 안마의자가 키 성장과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거짓 광고한 바디프랜드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7월17일 밝혔다. 바디프랜드는 작년 1월 청소년용 안마의자 ‘하이키’를 광고하면서 “사랑하는 아이에게 키와 성적을 선물하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임상시험 결과 뇌 피로 회복 속도가 8.8배, 집중력 지속력은 2배, 기억력은 2.4배 늘어난다는 표현도 썼다. 

출처: 바디프랜드 홈페이지(좌) 공정거래위원회(우)
바디프랜드 하이키 제품(좌) 바디프랜드 허위광고 예시(우)

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 키 성장 효과를 증명하는 시험 결과는 없었다. 또 인지 기능 임상시험도 회사 직원을 상대로 했다. 공정위는 바디프랜드에 과징금 2200만원을 부과했다. 과징금이 적다는 지적에는 “2019년 8월에 광고를 고친 만큼 위법 기간이 길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거짓 광고에 당한 소비자를 위한 조치를 찾아볼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기업의 거짓·과장 광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기업도 가짜 광고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작년 9월 LED 마스크 온라인 광고 8000건을 점검한 결과 허위·과대광고 943건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LG전자 ‘프라엘’, 삼성전자 ‘셀린턴’도 있었다.  


◇안전 검사 대상도 아닌 170만원 LED 마스크 


LED 마스크는 얼굴에 쓰는 가면 모양 피부미용기기다. 피부에 직접 쏘는 LED 조명이 주름을 피고 여드름을 없애며 심지어 피부질환도 치료한다고 광고한다. 가격은 적게는 30만원대에서 100만원을 넘는 제품도 많다. 삼성 셀리턴 프리미엄 모델의 경우는 175만원대이다.  

출처: CF화면 캡처(좌) 셀린턴 홈페이지(우)
LG전자 프라엘 마스크(좌) 셀린턴 마스크(우)

하지만 식약처 조사 결과 해당 제품들은 효과를 검증받지 않은 일반 공산품이었다. 그러나 마치 피부 치료 효과가 있는 의료기기처럼 홍보했다. 이렇게 광고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 인증을 통과해야 하지만 온라인과 홈쇼핑에서 인기 있는 제품 대부분은 관련 허가를 받지 않았다. 심지어 2018년에는 한 중소기업 LED 마스크를 사용한 다음날 안구 화상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소비자도 나왔다. 하지만 식약처는 광고 문구를 고치라는 명령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LED 마스크는 피부미용기기이기 때문에 의료기기와 달리 안전성에 대한 특별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올해 7월 12일에서야 LED 마스크, 두피관리기 등 가정용 미용기기도 식약처 안전 확인 검사를 의무로 받도록 법안을 고쳤다.


◇자일리톨 껌 하루 28개 씹어야 충치 예방 


십여년 넘게 먹어온 식품 중에도 과장 광고가 있었다. 충치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자일리톨 껌이다. 감사원은 2017년 자일리톨 껌으로 이가 썩는 것을 막으려면 하루에 껌 12~28개는 씹어야 한다고 밝혔다. 과장 광고를 한 제품은 11개. 이들은 껌 포장지에 마치 2~3개만 씹어도 충치를 막을 수 있는 것처럼 표시했다. 또 ‘예방’이라는 단어를 쓰려면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이를 받은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감사원은 식품 광고를 관리해야 할 식약처가 이를 알면서도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150년 지난 기술 ‘세계 최초’라고 자랑 

출처: 귀뚜라미 보일러 공식 페이스북
귀뚜라미 보일러 광고

국내 대표 보일러 제조업체 귀뚜라미도 2015년 거짓 문구를 남발한 광고로 망신을 당했다. 귀뚜라미는 2012년 제품 카탈로그에 자사 열교환기와 콘덴싱 보일러 기술이 ‘세계 최초’, ‘세계 최대 생산’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조사 결과 귀뚜라미가 광고한 열교환기 기술은 150여년 전부터 사용해온 기술이었다. 콘덴싱 보일러도 1978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개발했다. 또한 2012년 기준 귀뚜라미는 연간 43만여대의 보일러를 만들었다. 하지만 광고에서는 자신들이 연간 100만대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보일러 회사라고 과장했다. 게다가 보일러 제품 사고가 여러 번 있었지만, ‘국내 유일의 무사고 안전보일러’라는 문구까지 사용했다.


◇사전 검증 거치지 않아 문제 


허위·과장 광고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것이다. 공정위 표시광고법을 보면 기업은 과장·허위 광고를 하면 안 된다고 나와있다. 하지만 광고에 거짓이나 과장이 담겨 있는지 사전에 검열하는 과정이 없다. 일단 광고가 소비자에게 나가고 난 뒤 문제가 생길 경우에만 공정위가 사업자에 사실 증명을 요구한다.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소비자만 제품에 돈을 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광고를 사전에 검열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 공무원만으로는 모든 광고를 다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문제가 생겼을 때 더 빠르고 적극적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공정위가 명확한 행동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속는 사람이 바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소비자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업이 광고 기획 과정에서 ‘아이들 키 성장’, ‘여드름 치료’처럼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취약한 부분을 집중 공략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를 막기 위해 공정위에만 모든 걸 맡길 것이 아니라 산업자원부가 제품 판매 허가를 낼 때 광고에 표시할 효과도 함께 검증하는 등 엄격히 관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글 jobsN 오서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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