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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이 던진 다리미에 맞고도 끽소리 못하는 직업입니다

조회수 2020. 7. 17.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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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온 다리미에 맞았는데 직장 내 괴롭힘 맞나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1주년
여전히 직장인 절반 가까이 괴롭힘 경험
법 적용 못 받는 사례도 많아
출처: JTBC 방송화면 캡처
드라마 ‘욱씨남정기’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는 직장인 역을 연기한 배우 황보라

2019년 7월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1년. 하지만 일터에서 괴롭힘과 갑질을 당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은 7월14일 직장인 1000명에게 물어본 결과 45.4%가 최근 1년 동안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 있다고 밝혔다. 법안의 효과가 미미한 셈이다. 게다가 일터에서 갑질을 당하지만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 특정 직종에서 비슷한 갑질이 자주 일어나기도 한다.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 때문에 신고할 생각조차 못하는 피해자도 많다.


◇교사에게 외모 지적 


어린이집·유치원 보육 교사 중에는 외모 지적을 당하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이가 많다. 직장갑질119는 보육교사 2명 중 1명은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적 있다고 밝혔다. 또 10명 가운데 6명은 원장·이사장 등 어린이집 대표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출처: KBS 방송화면 캡처
드라마 ‘위대한 유산’에서 유치원 교사 역을 연기한 배우 한지민

2년째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A씨는 원장으로부터 “학부모들 보기 창피하니 살 빼라”, “화장을 제대로 하고 다녀라” 등의 인신공격성 발언을 자주 듣는다. “어떻게 들어간 곳 나온 곳이 구분이 안되냐? 너를 보면 펭수 캐릭터가 떠오른다” 같은 폭언을 들었다는 교사도 있다. 이 같은 폭언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이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하지만 교사들은 “유치원 안에서는 원장의 말이 곧 법이다”며 참고 다닐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교육 현장에서 자주 일어나는 갑질은 또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사각지대로 꼽히는 대학원생이 대상이다. 지도교수 연구실에 속한 대학원생들은 사실상 노동자에 해당한다. 돈을 받으면서 교수 업무를 보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인건비가 아닌 연구 지원비 형태로 돈을 받아 법적으로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기 어렵다.  


인권단체 대학원생 119 자료를 보면 작년부터 올해 6월까지 들어온 갑질 피해 제보만 216건에 달한다. 주로 교수가 폭언을 퍼붓거나 개인 업무를 도우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작년까지 한 대학에서 조교 생활을 한 30대 B씨는 “교수 요청으로 장례식장에서 도우미 일을 했다”고 했다. 교수 자녀의 등·하교를 돕거나 독후감 등 숙제를 대신해 주는 대학원생도 흔했다.

출처: 픽사베이 제공

◇CCTV로 감시하면서 괴롭히기도


그런가 하면 최근 새롭게 늘어난 직장 내 괴롭힘도 있다. 회사 사무실에 설치한 CCTV로 직원을 감시하는 것이다. 직장갑질 119는 올해 동안 받은 갑질 제보 가운데 CCTV를 통한 감시·부당지시 사례가 170여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아파트 청소업무를 하는 C씨는 관리소장이 CCTV를 보면서 자신이 화장실을 몇 번 가는지 감시한다고 제보했다. C씨는 "방광염으로 병원 치료를 받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CCTV로 부하 직원을 감시하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사회 통념과 맞지 않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참거나 모르는척해 


이처럼 절반에 가까운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했지만 이를 ‘회사나 노동청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3%에 불과했다. 직장갑질119 조사 결과를 보면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 방식으로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는 대답이 62.9%로 가장 많았다. 또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변화 없음’이라는 응답이 71.8%다. 


◇날아온 다리미에 맞아도 법의 보호 못 받아 

출처: SBS 방송화면 캡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스타일리스트 보조 역을 맡은 배우 김보미(우)와 연예인 역의 배우 전지현(좌)

하지만 괴롭힘 방지법의 보호마저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도 있다.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도 그 중 하나다. D씨는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를 보조하는 어시스턴트로 일한다. 그는 “상사의 강아지 수발까지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어시스턴트는 실장이라고 불리는 프리랜서 스타일리스트 밑에서 일한다. 보통 스타일리스트는 연예인 기획사와 일대일 계약을 맺는다. 어시스턴트를 고용하는 회사나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다. 대부분 구두계약으로 그때그때 일과 수당을 받는다. 언제든지 잘릴 수 있기 때문에 실장의 무리한 요구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 실태를 조사한 청년유니온은 “다림질을 빨리하지 않는다고 실장이 다리미를 집어던졌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가져온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옷걸이를 엎거나 욕설을 하는 일도 흔하다. 이는 원칙상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기는 힘들다. 괴롭힘 금지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하기 때문이다. 조사에 참여한 어시스턴트들은 실장이 “나 때도 다 그렇게 했어”라는 말로 갑질을 정당화한다고 호소했다.


글 jobsN 오서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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