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룸메이트가 건넨 소주 1잔, 미국인 인생 바꿨다

조회수 2020. 7. 18.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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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배웠다. 제대로 만들겠다"..소주 빚는 푸른 눈의 청년
한국 전통 방식으로 미국서 소주 빚어
뉴욕 여행 인증 술로 뜬 ‘토끼소주’

한국의 전통 방식 그대로 소주를 빚는 미국인이 있다. 토끼소주 대표 브랜 힐(Bran Hill·36)이다. 브랜 힐 대표는 2011년 경기대학교 수수보리 아카데미에서 전통주 교육을 받았다. 전국 양조장을 돌아다니며 한국 전통주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도 했다. 그 후 5년 뒤, 뉴욕에서 찹쌀과 9일 동안 발효시킨 누룩, 물을 이용해 소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출처: 토끼소주
토끼소주 브랜 힐 대표

입소문이 나면서 ‘정식’을 비롯해 ‘모모푸쿠’, ‘카페 볼루드(Cafe Boulud)’ 등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도 음식과 곁들여 토끼소주를 팔기 시작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뉴욕에 가면 사 와야 하는 ‘뉴욕 여행 인증 술’로 통했다. 뉴욕에서만 만날 수 있던 토끼소주가 이제 한국으로 거점을 옮겼다. 브랜 힐 대표에게 한국 전통 방식으로 소주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2011년 한국 방문해 전통주 교육받아 


-소주 만드는 법을 배웠던 이유는. 


“우리 가족은 직접 술을 빚어서 마셔왔어요. 무화과를 사용해 와인과 증류주를 자주 만들었습니다. 저도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 술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생 때 맥주를 만들면서 술 빚는 매력에 푹 빠졌어요. 20대 중반 즈음부터는 증류주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양조장에서 일했습니다. 모든 증류주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대학 시절 한국인 룸메이트 덕분에 알게 된 소주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2011년 전통주 교육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습니다.”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16년이라고. 


“제가 전통주 교육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알던 한 친구가 2016년 뉴욕에서 한식당을 열면서 소주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소주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점점 인기가 늘었고, 다른 식당에서도 소주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해 제조법을 다듬고 아예 토끼소주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출처: 토끼소주
토끼소주. 라벨지 디자인은 브랜 힐 대표가 직접 했다.

-이름은 왜 토끼소주라고 지었나.


“소주 만드는 법을 배웠던 2011년이 토끼의 해였어요. 이를 살려서 이름을 토끼소주로 지었습니다. 토끼가 한국에서 제 경험을 잘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아름다운 걸 좋아하기 때문에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품질만큼 디자인이 매력적이어야 눈길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직접 라벨을 디자인했고, 친구의 도움도 받았어요. 한국 민화에서 흔히 보이는 흑백 색감에 빨간 도장으로 포인트를 살렸습니다.” 


◇한국 재료로 소주 만들고자 지난해 한국으로 옮겨 


-지난해 한국 충주로 증류소를 옮겼다. 


“지난해 한국 충주로 자리를 옮겼고, 6월 말 한국에서 첫 제품이 나왔습니다. 소주를 만드는 재료인 찹쌀과 물, 누룩이 가장 중요한데요. 여러 지역을 고민하다가 찹쌀 생산량이 많고 품질이 우수한 충주를 선택했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온 이유는 주류시장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예요.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고, 주류 시장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소주가 탄생한 뿌리인 한국에서 한국 재료를 사용해 소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출처: 토끼소주
충주에 새로 지은 토끼소주 증류소

-대표적인 전통 소주인 안동소주는 45도다. 토끼소주는 몇 도인가.


“화이트 라벨은 23도, 블랙 라벨은 40도에요. 늘 알코올 도수를 높게 유지하려고 하고 있는데요. 물로 희석하지 않은 고도주가 더 풍미 있기 때문입니다. 시중에서 흔히 접하는 소주는 매년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학첨가물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요. 저희는 찹쌀과 물, 누룩 외에는 첨가물을 넣지 않고 전통 제조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토끼소주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을 추천한다면. 


“화이트는 실온에 보관한 후 그대로 드시거나 차게 해서 드시는 걸 추천해 드려요. 블랙도 실온 그대로 드시거나 칵테일로 만들어 마시면 좋습니다.”

출처: 토끼소주
찹쌀과 누룩, 물만 이용해 전통 방식 그대로 소주를 만든다.

◇증류주인 소주 우수성 전 세계에 알리는 게 목표


-매출도 궁금하다. 


“이제 막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해서 구체적인 판매 수치 등은 없습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생산 설비를 늘려 뉴욕에서의 25~30배 정도 생산할 계획이에요. 현재 신세계백화점 본점·강남점·대구점 전통주 전문 매장인 우리술방에 입점했습니다. 와인 전문점인 와인 앤 모어에도 입점 중이고, 곧 GS 슈퍼마켓에서도 토끼소주를 만나보실 수 있어요. 가격은 화이트 라벨 1만8000원, 블랙 라벨 4만2000원입니다.”

출처: 토끼소주 인스타그램 캡처
뉴욕의 한 식당에서 최강창민과 함께 촬영한 브랜 힐 대표(왼쪽). 최강창민은 촬영 후 인스타그램에 토끼소주를”최고의 소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오른쪽)

-목표는.


“세계적으로 한국 증류주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습니다. 품질 좋은 전통 소주를 계속 만들어 전 세계인들에게 다가가는 게 목표에요. 일본의 사케처럼 소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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