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찜질방에 밀린 동네 목욕탕, 지금 이렇게 됐습니다

조회수 2020. 7. 13.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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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게 영업해 온 대구의 한 목욕탕, 현재 모습은
조선소가 카페로, 담배공장이 미술관으로
더 쓰지 않는 공간 활용해 새롭게 단장
해외에서도 흔한 공간 업사이클링

문 닫은 목욕탕, 방치된 폐공장. 사라질 수도 있었던 공간이 ‘핫플(핫플레이스)’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른바 공간 업사이클링이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제품 디자인을 다시 하는 등 활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말한다. 이 개념을 공간·건축물로 확장한 것을 공간 업사이클링이라 한다. 업사이클링으로 모습을 바꾸고 새롭게 다시 태어난 공간들을 찾아봤다.


◇가업이었던 조선소 유지하고자 카페로 탈바꿈시켜 


칠성조선소 최윤성(39) 대표는 가업으로 이어 온 공간을 카페 겸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시켰다. 강원도 속초시 청초호에 자리 잡은 칠성조선소는 1952년 문을 열었다. 약 66년 동안 3대에 걸쳐 자리를 지켜 왔지만, 영업난에 2017년 8월 영업을 종료했다. 이후 반년에 걸친 공사 끝에 2018년 2월 새롭게 태어났다. 가족들이 살던 곳은 카페 공간으로, 배를 만들던 작업장이면서 사무실이었던 공간은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출처: 칠성조선소 인스타그램 캡처, jobsN
옛 조선소 공간을 카페로 만든 칠성조선소

최 대표는 “조선소를 운영하지 않더라도, 이 공간을 유지하고 싶었다”고 했다. 공간을 지키려는 마음이 컸던 만큼, 칠성조선소 곳곳에서 옛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배를 끌어 올리고 고정해 수리하던 철길인 철까치는 이제 사람들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쉴 수 있는 의자 역할을 하고 있다. 식당으로 쓰였던 공간은 청초호를 바라보면서 앉아있을 수 있는 숨은 명당이다.


◇문화공간으로 간판 바꿔 단 대중목욕탕들 


간판을 내린 대중목욕탕은 업사이클링 소재로 사랑 받는다. 대구 중구에서 40여 년 넘게 영업해 온 대중목욕탕 청수장은 2017년 문화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광고 기획자와 건축가, 디자이너, 안무가, 바리스타 등 30대 청년 6명이 힘을 모아 목욕탕을 갤러리 카페로 변신시켰다. 광고 기획자가 컨셉을 정하고, 건축가는 공간을 꾸몄다. 문화장의 슬로건은 ‘커피와 예술로 나 오늘, 목욕합니다.’ 슬로건에 맞게 곳곳에서 사진과 그림, 조형설치물 등 신인 작가가 만든 작품을 구경할 수도 있다. 

출처: 문화장 인스타그램·유튜브 ‘대구MBC Program’ 캡처
대중목욕탕을 갤러리 카페로 개조한 문화장

서울 마포구에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뀐 목욕탕이 있다. 1958년에 지어진 후 2011년 문을 닫은 행화탕이다. 재개발 지역 지정 후 문을 닫은 행화탕은 몇 년간 방치 상태였다. 2016년 문화예술콘텐츠랩 축제행성이 행화탕을 카페 겸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목욕탕이었던 공간적 특성을 살려 쟁반 대신 바가지를 사용하고, 때수건이나 수건 등을 활용해 인테리어를 했다. 축제행성은 행화탕에서 전시나 공연, 영화 상영이나 체험 행사를 자주 열고 있다. 

아현동의 목욕탕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꾼 행화탕

◇지자체가 나서서 폐공간 변화시키기도


지방자치단체가 직·간접적으로 공간 업사이클링에 나서기도 한다. 전북 전주시는 성매매 업소가 모여 있었던 선미촌을 문화예술마을로 바꾸는 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옛 성매매 업소 5채를 사들였다. 그중 1채에 청년 예술가 7명이 서점 물결서사를 열었다. 물결서사가 문을 열기 전까지 선미촌은 시내 한복판에 있지만,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동네였다. 하지만 서점으로 다시 태어난 물결서사 덕분에 선미촌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물결서사 임주아(31) 대표는 “전주에서 30년 넘게 살면서 이 거리를 처음 걸어본다고 했던 손님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출처: 물결서사 인스타그램 캡처
옛 성매매 업소를 서점으로 만들었다.

충북 청주에서는 대표 산업시설이었던 담배공장이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광복 직후인 1964년 세워졌던 담배공장 연초제조장은 2004년 가동을 멈췄다. 한때 약 3000명이 근무했던 곳. 연간 담배 100억 개비를 생산하던 대규모 공장이었다. 하지만 옛 명성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14년 후인 2017년 청주시와 국립현대미술관이 공장을 활용하겠다고 나섰다. 미술관으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2018년 12월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수장고(소장품을 보관하는 곳)도 일부 개방한다. 유화 보존 처리실, 유기·무기 분석실 등도 공개해 작품 보존 처리 과정도 볼 수 있다.

출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70년 넘은 담배공장이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세계 3대 미술관도 버려진 역이었다


해외에서도 공간 업사이클링 사례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 센터와 함께 프랑스 파리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오르세 미술관. 이곳은 원래 버려진 공간이었다.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 개최를 맞아 건립된 철도역이자 호텔이었던 이 공간은 1939년 철도역 영업 중단 후 아무도 찾지 않던 곳이다. 40년이 지난 후인 1979년 철도역은 미술관으로 새로 태어났다. 오르세 미술관은 기존의 건물을 부수지 않고 새롭게 활용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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