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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실패 후, 벼랑 끝에서 찾은 엄마 취미..그걸로 13억

조회수 2020. 7. 6. 17: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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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두 번 사업 실패 후 이 사업으로 13억원 벌었어요
'꽃을담다' 이인표 대표
중국에서 화장품 보따리 장사로 시작
어머니가 취미로 하던 꽃차로 세 번째 창업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대로 사업을 두 번 실패하고 삼수 끝에 연 매출 13억원 기업을 일궈낸 사람이 있다. 꽃을담다 이인표(33) 대표 이야기다.

출처: 와이낫
꽃을담다 이인표 대표

첫 출발은 화장품 보따리 장사였다. 온라인으로 중국에 한국 화장품을 팔다가 2000만원을 날리고 첫 번째 사업을 접었다. 두 번째는 직접 중국으로 갔다. 화장품 유통으로 한 달에 1000만원 벌었는데 이번엔 사기를 당했다. 연이은 실패 속에서 이 대표는 어머니가 취미로 하시던 꽃차로 눈을 돌렸다. 결과는 성공. 2016년 연 매출 4000만원이었던 매출이 4년 만에 30배 넘게 성장했다. 작년 매출액은 13억원. 올해 목표 매출액은 20억원이다.


-꽃을담다에 대해 소개해달라.


꽃을담다는 꽃차를 만들어 파는 회사다. 벚꽃, 국화, 쑥, 마리골드, 생강나무, 목련, 유채꽃 등 13가지 꽃으로 차를 만들고 있다. 현재 꽃을담다 공식 온라인몰에서 팔고, 현대백화점, 호텔, 150개 가맹 카페에 유통하고 있다. 카페 반디앤루니스, 제주 꽃썸카페, 쉐라톤서울팔래스 호텔 등이다. 

출처: 꽃을담다 제공
벚꽃 차

-이전에 사업을 두 번 실패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2015년 마스크팩, 스킨, 로션 등 국산 화장품을 중국인에게 팔았다. 중국인들이 한국 화장품을 좋아하는 점을 노렸다.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 모멘트를 활용했다. 모멘트는 카카오스토리와 비슷하다. 모멘트에 상품을 올리면 소비자가 위챗 메신저로 사고 싶은 화장품 이름과 개수를 말한다. 돈을 내면 한국에서 국제 택배로 상품을 보내주는 식이다.

그런데 수출입 관련 규제나 정책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 문제가 생겼다. 1대1 직거래를 하다 보니 택배비가 많이 들었다. 택배비를 줄여보자고 한 번에 2000만원어치 화장품을 보냈다가 세관에 압수당했다. 정리하고 나니 500만원 남았다.


남은 돈으로 두 번째 사업을 시작했다. 무작정 마스크팩을 300만원 어치 사서 중국으로 갔다. 베이징대 근처 편의점, 마트 안에 있는 화장품 가게를 돌아다녔다. 마스크팩을 여기서 팔고 수익은 5대 5로 나누자고 했다. 발품 팔아 다닌 덕에 중국 현지 판매점을 50곳까지 늘렸다. 그런데 사기를 당했다. 당시 새로 차리는 화장품 매장의 모든 제품을 맡아달라는 주문을 받고 공장에 먼저 제품값을 입금하고 물건을 준비하고 있는데, 연락이 끊긴 것이다.”


-포기할 만한데, 왜 또 창업했나.


“창피했다. 사실 중국에서 한 사업은 불법인 줄도 모르고 오로지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해 실패했다.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취업 생각은 없었나.


처음부터 사업하고 싶었다. 한 달에 3000만원 버는 게 꿈이었다. 좋은 집, 차, 결혼해서 아이 낳아 키우기까지 넉넉하게 살려면 이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장인으로 벌 자신이 없었다.


대신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싶어 대기업에 들어갔다.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현대카드 PSC 부서에서 영업일을 했다. 워낙 큰 기업이다 보니 20년은 일해야 회사 운영에 대해 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4개월 만에 그만뒀다. 회사 다니면서 모은 돈으로 화장품 구매대행 사업을 시작했다가 망했다.


-꽃차는 어떻게 알았나.


“당시 어머니께서 꽃차 소믈리에 교육을 받고 있었다. 수업을 듣고 동생과 내게 그날 배운 꽃차를 만들어 주셨다. 꽃차의 맛, 향기가 좋고 디자인도 예뻤다. 이거다 싶었다.” 꽃차 소믈리에 자격증은 한국 꽃차 협회에서 주관하는 민간 자격 제도다. 일반인에게 꽃차 만드는 방법을 강연하고, 원료를 공급·보관·관리하는 자격이 주어진다.

출처: 유튜브 티캐스트 캡처
가수 정채연이 팬에게 선물 받은 꽃을담다 ‘생강나무 꽃차’를 마시는 장면

이 대표는 당시 어머니가 다니던 꽃차 소믈리에 교실에 찾아가 꽃차를 배웠다. 찻집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 건국대 안에 있는 꽃차 카페에서 두 달 동안 월급없이 일하기도 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식용 꽃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수소문했다.


-사업 실패 후 돈이 없었을 텐데, 어떻게 창업했나.


2016년 3월 정부가 사업 실패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패키지형 재도전 지원 사업’에 뽑혔다. 정부에서 3000만원 지원받고,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창업지원금으로 4000만원을 받았다. 그해 6월 서울 성수동 지하창고에 ‘꽃을담다’를 창업하고 꽃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하는 꽃차 사업에 어려움은 없었나.


“창업 초기에 식품 관련 법령을 몰라서 홍화 차 1톤을 버린 적이 있다. 지금 팔고 있는 오리지널 꽃차가 한 병에 1만4000원으로 꽃 10g이 담겨있다. 1톤이면 10만개 만들 수 있는 수량이다. 판매가로 따지면 14억원어치를 날린 셈이다. 홍화씨는 예전부터 관절에 좋다고 알려져 한약재로 쓰였다. 꽃잎으로 차를 만들어 판매하려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팔 수 없다고 했다. 홍화씨만 가능하고 꽃잎은 차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꽃을 쓰려면 식품으로 만들어도 안전한지 서류로 증명해야 한다. 검사 비용만 2억원이 든다. 꽃잎, 줄기 등 부위 당 드는 가격이다. 꽃 한 송이에 최소 5억원 이상 드는 셈이다. 검사 한 번 하면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전에는 맛과 효능만 생각하고 꽃을 골랐는데 지금은 식용으로 팔 수 있는 꽃인지 먼저 알아보고 꽃차를 만든다. 식약처에 전초라고 쓰여 있는 꽃만 꽃차로 만들 수 있다. 전초라고 쓰여 있는 꽃은 잎, 줄기, 꽃, 뿌리 모두 쓸 수 있다.”


-꽃차를 만드는 과정은.


“꽃은 100% 국내산을 쓴다. 그래야 품질을 더 높이고 국내 화훼 농가도 살릴 수 있다. 매년 봄에 농가에 가서 농부들과 그 해 재배할 꽃과 재배 방식을 이야기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마리골드의 경우 충남 공주시 농가에서 3톤정도 받고 있다. 지방 농가에서 꽃을 받아 경기 구리 공장에서 꽃차로 만든다. 

출처: 꽃을담다 제공
목련 잎을 손으로 펴는 과정

먼저 꽃을 건조하고 볶는다. 건조한 꽃이다 보니 쉽게 망가질 수 있다. 꽃 모양이 망가지면 버려야 해서 사람이 직접 하나하나 꽃을 다뤄야 한다. 3차로 꽃에 향을 매긴다. 그다음 높은 온도로 가열한 냄비에 꽃을 넣어 5% 정도 남아 있는 수분을 뺀다. 마지막은 포장 단계다. 포장도 그냥 담으면 꽃 모양이 망가지니, 핀셋으로 하나씩 옮겨야 한다. 결국,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일반 티백 꽃차보다 2~3배 비용이 더 들어 판매가격도 비싼 편이다.”


-국내 꽃차 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는데, 비결이 무엇인가.


“꽃차는 60대 이상 연령층이 즐긴다. 꽃차를 잘 모르는 젊은 층을 사로잡으면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존 티백과 달리 디자인을 강조한 시험관 모양의 플라워티스틱을 만들었다. 국내에서 처음 나온 제품이다. 프랑스 유기농 허브티 전문 브랜드 르 베네피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곳에서도 가지까지 말린 꽃으로 꽃차를 만든다. 농장에서 꽃줄기까지 따와 가지째로 말린 꽃차를 만든다. 완성한 플라워티스틱은 시험관 안에 담았다. 따뜻한 물에 스틱을 넣으면 말라 있던 꽃잎이 생화처럼 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출처: 꽃을담다 제공
물에 넣었을 때 꽃이 핀 모습(좌) 구절초 플라워티스틱(우)

20~30대가 선물용으로 많이 산다. 주로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기념일에 가장 많이 팔린다. 올해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국화꽃차와 구절초꽃차다. 구절초꽃차는 품절이다. 국화꽃의 크롬이라는 성분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피로 해소에도 좋다. 2017년 5월 현대백화점 중동점에 입점한 후 매출이 늘었다. 현재 국내 온라인몰과 카페뿐 아니라 미국,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 해외 10개 국가에 있는 카페, 호텔에도 유통하고 있다.”


-앞으로 목표는.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꽃차 회사로 크고 싶다. 해외에도 우리나라 꽃으로 만든 꽃차를 알리고 싶어 미국 법인을 만들고 있다. 또 꽃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국화, 목련 등 꽃을 갈아 분말 형태로 만들거나, 음식에 뿌려 먹을 수 있는 꽃 플레이크 등이 있다. 최종 목표는 꽃차를 넘어 문화체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제주 오설록, 일본 라벤더 팜은 한 가지 꽃과 식물을 중심으로 꽃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꽃을담다도 이러한 형태의 꽃 테마파크를 전국에 짓고 싶다. 예를 들어 충남에서 재배하는 마리골드를 주제로 한 관광농원을 해당 지역에 짓는 식이다.”


글 jobsN 김하늘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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