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문제 생기면 미국·일본법 따르는 한국산 앱?

조회수 2020. 6. 30.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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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회사가 한국서 서비스 하는데 미국·일본법을 따르라?
네이버 카메라앱 자회사 스노우주식회사
美·日 지사서 개발한 앱 한국 서비스하면서
분쟁관할 법원을 캘리포니아·도쿄법원 지정
국내진출한 넷플릿스·유튜브 등은 한국법 적용
공정위 “국내 서비스하면서 외국법 적용은 위법”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데,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미국·일본법을 따르라는 약관을 소비자에게 강요하는 데가 있다. 해외에서 만든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기업에서 만들어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데 법은 외국법을 따르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 회사가 개발한 앱 약관에는 국내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미국·일본법을 적용한다’는 조항이 적혀있다. 

출처: 아이유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스노우 앱으로 사진 찍은 가수 ‘아이유’

이 회사는 경기 성남에 있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주식회사(스노우)다. 네이버는 2013년 자회사 캠프모바일을 설립했는데, 이 회사가 2015년 9월 출시한 카메라 앱 ‘스노우’가 인기를 끌면서 2016년 8월 캠프모바일을 분할해 새로운 자회사인 스노우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네이버가 회사 지분 70.8%를 갖고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B612·푸디·스노우·소다·라인카메라·룩스 등 6개 카메라 앱을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에서 미국·일본법 지켜라?


스노우의 카메라 앱 약관 준거법 조항을 보면 상당수가 외국법을 지키라고 적혀있다. 준거법은 법적 분쟁이 일어났을 때 어느 나라 법률로 재판할지 정하는 법이다. 이용약관을 보면 스노우·소다·B612는 미국법을 적용한다. 라인카메라와 룩스는 일본법을 준거법으로 한다. 한국에서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던 도중 피해를 보거나 분쟁이 생기면 한국 법원에 문제제기를 못하고 외국법을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이용자가 국내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셈이다.

출처: 스노우 앱 이용약관 캡처
스노우 앱의 준거법으로 캘리포니아법과 미국법을 적용하고, 분쟁 발생하면 캘리포니아법원에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이용약관

심지어 재판도 외국에서 연다. 각각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에 있는 법원과 도쿄지방법원에서 받는다고 정했다. 스노우가 만든 앱 가운데 푸디만 유일하게 한국법을 적용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받는다.

출처: 룩스·라인카메라 앱 이용약관 캡처
룩스와 라인카메라 앱 이용약관에 일본법을 적용하고 관할법원을 도쿄지방법원으로 적은 내용

◇영어 모르면 약관, 개인정보 처리방침 못 읽어


이용약관과 개인정보 처리방침이 영어로 씌여 있다는 점도 문제다. 스노우·소다·B612·푸디는 이용약관과 개인정보 처리방침 모두 영어로 기재했다. 룩스의 경우 이용약관은 한글로, 개인정보 처리방침은 영어로 적었다. 라인카메라는 반대로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한글로, 이용약관을 영어로 표시했다.


우리나라 약관법 제3조를 보면 사업자는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먼저 약관을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 또 표준화·체계화된 용어를 사용하고 약관의 중요한 내용은 부호, 색채, 굵고 큰 문자 등으로 명확하게 표시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스노우는 한글 대신 영어를 선택했다. 약관의 중요한 내용은 알파벳 대문자로 표시했다. 

소다 이용약관 캡처

개인정보 처리방침도 고객이 알기 쉽게 적어야 한다. 카메라 앱은 이용자 이메일, 주소록, 위치정보, 전화번호 등을 수집한다.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이용자 개인정보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내용을 적어둔다. 그런데 영어로 적혀있어 영어를 모르면 읽을 수조차 없다. 내 정보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고, 얼마나 보관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외국산 앱은 스노우와 반대 노선


해외 기업이 만든 앱은 어떨까. 정작 한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도 약관을 국내에 맞추는 상황이다. 과거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은 준거법을 미국, 네덜란드로 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약관 수정을 권고한 이후, 준거법을 대한민국법으로 고쳤다.

Ulike·소다·싸이메라 앱 캡처

유라이크(Ulike)는 중국 틱톡 개발사 바이트댄스가 만든 카메라 앱이다. 서비스 약관과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모두 한글로 안내하고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이 스노우처럼 두 내용을 영어로 표시한 경우는 드물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내놓은 카메라 앱 ‘싸이메라’도 약관과 개인정보 처리방침 모두 한글로 적었다. 준거법도 국내법이다. 분쟁이 발생하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받는다.


◇국내서 해외법 적용하면 ‘약관법 위반’


스노우 측은 이용약관에 대해 ‘스노우’ 앱을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캠프모바일 자회사 캠프모바일US에서 개발하는 과정에서 준거법과 관할법원을 미국으로 정했다는 입장이다. 영어로 적은 점도 미국에서 개발했기 때문에 영문으로 내용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사측은 라인카메라도 “일본에 본사가 있는 ‘라인’에서 만들면서 준거법을 일본법으로, 관할법원을 도쿄지방법원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 이태식 과장은 "앱을 해외에서 만들었더라도 국내에서 서비스하면서 준거법을 해외 법률로 정하고 해외 재판을 받도록 하는 약관은 약관법 제 6조에 위반하는 사항”이라고 했다. 약관법 제 6조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무효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스노우 앱을 미국에 법인을 둔 회사가 만들었다는 사실과 상관없이, 국내에서 서비스할 때는 준거법을 국내법으로, 관할법원을 국내법원으로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과장은 “이러한 약관은 사실상 이용자에게 소송을 걸지 말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사항을 확인해 본 후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만약 스노우가 시정명령을 받으면 60일 안에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당한다.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영어와 일본어로 적시한 것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윤리과 임종철 사무관은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한글로 적어야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용자가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알려주기 위해 제공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알기 쉽게 한글로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이용자가 많아 영어를 쓸 수는 있지만, 그런 경우에는 한글과 영어로 둘 다 적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스노우 관계자는 “내부에서 국가별 약관을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다”며 7월 중 준거법과 관할법원을 국내에 맞추고, 영문을 국문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jobsN 김하늘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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