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전직원 원격근무 시작했던 한국 회사의 근황

조회수 2020. 9. 15. 16: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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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원 원격근무, 우리는 이미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교육콘텐츠 스타트업 '스터디파이'
캐나다, 서울, 광주 등 지역 상관없이 채용
슬랙·줌·구글로 출근없는 ‘슬기로운 직장생활’

사무실 없이 1년 10개월째 잘 굴러가는 회사가 있다. 직원 15명 모두 원격근무 해도 문제없는 이 회사는 바로 온라인 교육 콘텐츠 회사 ‘스터디파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근무 하는 기업이 늘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원격근무를 도입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회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8년 9월부터 지금까지 모든 직원이 원격근무로 일하고 있다. 스터디파이 김태우(33) 대표를 만나 원격근무하는 이유와 스터디파이 창업계기를 들어봤다.

출처: 와이낫
김태우 대표(33)

◇"미국은 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못해?"


원격근무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출퇴근이 힘들었던 경험 때문이다. 김 대표는 창업 전 교육 관련 회사에 다녔다. 회사와 집과의 거리는 왕복 2시간. “아침, 저녁 출·퇴근 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어요. 또 사무실에 9시간 동안 앉아서 일할 때보다 집에서 편하게 1시간 동안 일할 때 집중이 더 잘됐어요. 어차피 스타트업은 원래 남들이 하지 않는 사업을 하니까 원격근무에도 도전했죠. 두려움은 없었어요.” 

출처: tvN 제공
tvN 드라마 '김비서는 왜 그럴까'에서 출근하는 장면

그는 미국 워드프레스, 길랩, 인비전 등 규모가 큰 회사가 전 직원 원격근무 형태로 운영하는 모습을 보고 원격근무를 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격근무 형태로 매출 몇백억원 내는 큰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입사하면 300만원 준다


스터디파이는 사무실이 필요 없기 때문에 임대료나 사무실 관리비용이 안 든다. 대신 그 비용을 다른 곳에 쓴다. 입사하면 원격근무에 필요한 장비를 준비하는 비용 300만원을 준다. 그 밖에 청소비용, 인터넷 비용, 헬스 비용, 카페 음료비 등을 지원한다. 1년에 두 번씩 해외 워크숍도 간다. 2019년 1월에는 호주, 올해는 부다페스트에 갔다. 

출처: 스터디파이 제공
유럽 부다페스트로 워크숍 간 스터디파이 직원들

직원들은 근무시간도 자유롭게 정한다. 대신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마다 전체 회의를 하고 팀별로 팀회의가 있다. 다 같이 일해야 하는 경우 ‘캠온 시간’을 정한다. 캠온 시간에는 다 같이 화상카메라를 켜놓고 일한다. 개인적으로 회의가 필요할 때마다 요청할 수 있다. 


원격근무에는 다양한 툴이 필요하다. 직원들은 ‘슬랙’ 메신저로 대화한다. 업무 채팅방 외에 고양이방, 영화방 등 잡담할 수 있는 방도 있다. 업무 상황 보고, 업무 진행 상황을 기록할 때는 ‘아사나’ 앱을 쓴다. 회의록·기획서·개인 문서는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관리한다. 화상회의는 ‘구글 MEET’나 ‘줌’으로 한다. 툴 이용법과 회사 복지 등 회사 전체 매뉴얼은 노트 앱 ‘노션’에 기록한다.  


◇원격근무 장단점


원격근무를 하면 임대료가 0원이다. 또 채용할 수 있는 사람도 많아진다. 실제로 스터디파이에서 일하는 직원 한 명은 캐나다에 산다. 김 대표도 전라남도 광주와 서울을 오가면서 일한다. 전 세계에 능력 있는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단점도 있다. 소통이 어렵고 직원끼리 친해지기 어렵다. “하지만 회사에 출근해도 대부분 메신저로 소통해요. 회사 건물이 생긴다고 소통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요. 원격근무만의 단점이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보다 회사 직원이 몇 명이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스터디파이도 지금은 직원이 15명뿐이지만 더 많아질 때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또 해외 워크숍이나 국내 워크숍으로 직원들끼리 친해져요. 매달 팀원끼리 밥 먹는 시간도 있죠.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못 만났어요. 그래서 서로 화상캠 켜놓고 밥 먹는 모습 보여주면서 놀았는데 직원들 반응이 좋았어요.” 


◇원격근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인재 채용'


모든 회사가 그렇지만 원격근무 하는 회사는 인재 채용이 더 중요하다. 사무실에서는 누가 일을 안 하는지 알 수 있지만 원격근무 회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스터디파이가 직원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점은 원격근무에 맞는 사람인지다. 지금은 코로나19로 화상 면접을 보는 기업이 늘었지만, 스터디파이는 원래 모든 면접을 화상으로 했다. 면접부터 원격으로 해서 업무에 맞는 사람인지 확인한다. 


또 메신저로 소통하기 때문에 글을 잘 써야 한다. 스터디파이 지원서는 1500자 이상 에세이 형식으로 써서 제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기 인생에 적극적인지,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인지 본다. 예를 들어 자신이 속한 단체에서 가만히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보다 아무도 찾지 못한 불편한 점을 발견하고 개선한 사람을 선호한다. 합격 후에도 3개월 수습 기간을 통해 회사와 맞는 사람인지 파악한다. 


◇전공 못 살리는 취준생을 위해 창업


스터디파이는 성인에게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사다. 해당 분야 전문가가 스터디장으로서 학습자를 모아 강의하고 스터디를 꾸리는 식이다. 외국어와 글쓰기부터 블록체인, 웹툰, 웹소설까지 다양한 주제의 강의가 열린다. 교육 콘텐츠 회사를 차린 이유는 한국 입시제도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었다. 

출처: 스터디파이 홈페이지 캡처
스터디파이 강의

“아직 사람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막상 대학 졸업하고 나서 전공 살려 일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어요. 공부 말고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어른이 많아지면 아이들이 보고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또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잖아요. 한 가지 일만 잘해서는 살아남기 힘들어요.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해서 스터디파이를 창업했어요.”


◇'의지 부족' 수강생 붙잡는 비결


김 대표는 온라인 강의 장점은 살리면서 완주율도 높이는 방법을 고민했다. 온라인 강의는 오프라인 강의와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고,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강의를 끝까지 듣는 사람이 적다.

출처: 스터디파이 제공
코치와 수강생 스터디 모임

스터디파이는 온라인 강의에 ‘과제, 코치, 팀원, 보상’을 추가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과제를 제출하고 슬랙(메신저 앱) 모임에 참여해야 한다. 슬랙 모임에서 코치가 과제에 대해 피드백 해 준다. 수강생은 모르는 부분을 코치에게 질문한다. 모임은 기수제로 운영한다. 예를 들어 같은 달에 수강 신청한 학생들이 한 기수다. 기수당 8명에서 10명 정도다. 수업을 끝까지 들은 학습자에게는 수강료의 절반을 환급해준다. “스터디파이 학습자 평균 완주율은 55%에요. 온라인 강의 평균 완주율이 4%대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죠. 학습권을 팔고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학습자가 강의를 끝까지 수강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취미에서 취업까지


“성인들이 공부하는 이유는 취미로 즐기고 싶거나 배운 걸로 돈 벌고 싶어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강의 제공뿐 아니라 실제로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예를 들어 웹툰 강의 마지막 과제는 ‘연재 3회분, 연재 제안서 쓰기’다. 스터디파이에서는 웹툰 플랫폼 ‘포스타입’과 제휴를 맺어 수강생들이 실제로 연재해볼 수 있도록 연계해주고 있다. 원래 카카오나 네이버는 심사를 받고 자격을 얻어야 웹툰을 올릴 수 있다. 포스타입은 창작자 누구나 계약, 심사 없이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웹소설은 카카오페이지 자회사 출판사와 제휴를 맺었다. 온라인 커머스 강의의 경우 커머스를 할 때 필요한 툴을 제공해준다.  


“단순히 학위 받으려고 하는 공부가 아니라, 실제로 내 삶에서 써먹을 수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또 1년 10개월 동안 해 본 원격근무는 아주 괜찮았어요. 원격근무가 무조건 낫다고 말하는 건 아니에요. 이 회사가 원격근무에 맞는 회사인지 아닌지 잘 생각해보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해요.”


글 jobsN 김하늘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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