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의 제왕' 연주자→480억 사장님, 그리고 지금은..

조회수 2020. 9. 16. 17: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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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딸 때문에 연매출 480억 사업 접은 이 사람은 한국에 와서..
파이프오르간 연주하다 美서 아이스크림 창업
48개국 900개 매장 연매출 480억 글로벌 기업 키워
채식주의자 딸 때문에 식물성 대체 식품에 관심 생겨
사업 정리 후 귀국 대체육 등 개발 푸드테크 설립

환경과 건강을 생각해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작년 한국채식연합의 발표를 보면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명, 비건(Vegan·고기는 물론 우유, 달걀도 먹지 않는 완전한 채식주의자) 인구는 50만명이다.


이들을 겨냥해 국내 대체 식품 산업을 이끌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다. 건강을 생각한 무설탕 아이스크림으로 미국에서 한차례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적 있다. 푸드테크 업체 ‘바이오믹스테크’ 윤소현(49)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jobsN
바이오믹스테크 윤소현 대표.

-자기소개해 주세요.


“푸드테크 업체 ‘바이오믹스테크’를 운영하는 윤소현입니다. 설탕, 밀가루, 고기 등을 대체하는 식물성 건강식품 만들고 있습니다."


◇파이프오르간 연주자, 아이스크림에 빠지다


윤 대표는 어린 시절 명동성당의 파이프오르간 반주자였던 피아노 선생님을 보고 음악가의 꿈을 키웠다. 이화여대 음악 대학에서 파이프 오르간을 전공한 후 1995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15년간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대형 교회인 라구나 장로 교회(Laguna Presbyterian Church)에서 파이프 오르가니스트로 일했다. 연주자 생활에 무료함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이스크림이었다.

출처: 바이오믹스테크 제공
미국에서 파이프 오르가니스트로 일하던 윤 대표.

“평소 워낙 아이스크림을 좋아했습니다. 하루에 한 번은 꼭 먹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높은 칼로리와 당 때문에 먹으면서도 늘 걱정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스크림을 건강하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설탕을 넣지 않은 무지방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06년 윤 대표는 친오빠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었다. 유화제와 설탕 대신 과당을 썼고 일반 우유 대신 무지방 우유를 넣었다. 건강을 생각한 아이스크림이라는 입소문이 나 대박이 났다. 이후 ‘요플레이버(YOFLAVOR)’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아이스크림 사업에 나섰다. 글로벌 식품회사인 네슬레에서 R&D(Research and Development·연구개발) 일을 하던 직원들이 새롭게 합류했다. 

출처: 바이오믹스테크 제공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는 윤 대표.

윤 대표는 정통 아이스크림을 공부하려고 이탈리아에 가기도 했다. 이탈리아 최대의 젤라또 대학교인 깔피자나 젤라또 유니버시티(carpigiani gelato university)에서 이탈리아식 수제 아이스크림인 젤라또 제조 및 가공법을 배웠다. 또 이탈리아 젤라또 원료업체인 프리젤, MEC3 등에서 원재료 연구뿐 아니라 제조 비법을 익혔다. 이후 직접 연구 개발에 나섰고 300여가지 아이스크림, 요거트, 스무디 등을 개발·생산했다.

출처: 바이오믹스테크 제공
아이스크림 업체인 ‘투티프루티 프로즌 요거트(Tutti Frutti Frozen Yogurt)’를 론칭해 전 세계 48개국 900여개 매장을 오픈했다.

아이스크림 사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2007년 아이스크림 매장인 ‘투티프루티 프로즌 요거트(Tutti Frutti Frozen Yogurt)’를 열었다. 미국 33개 주에 300여개의 체인점을 냈다. 이후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터키, 파키스탄 등 전 세계 48개국에 900여개 매장을 오픈했다. 2015년 연매출은 4000만달러(약 480억원)에 달했다. 집안 사정으로 한국에 돌아와야 했던 윤 대표는 2015년 회사를 말레이시아의 한 기업에 일부 엑시트(Exit·투자 회수)했다.


◇채식주의자 딸 때문에 비건 식품에 관심 생겨


아이스크림에 푹 빠져 지냈던 그가 비건 식품에 관심이 생긴 이유는 채식주의자 딸 때문이었다.


“딸이 가축을 잔인하게 도축하는 비디오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더라고요. 그때부터 고기뿐 아니라 우유, 달걀도 먹지 않았습니다. 딸 때문에 비건 레스토랑을 많이 다니면서 자연스레 비건 식품에 관심이 생겼어요. 아이를 위해 설탕, 밀가루, 고기 등을 대체하는 맛있고 건강한 식물성 건강식품을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그는 미국에서의 사업 경험을 살려 푸드테크 기업인 ‘바이오믹스테크’를 세웠다. 2017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생산공장이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고 본격적으로 제품을 선보였다. 먼저 미국에서 무설탕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던 경험을 살려 천연 조미료를 만들었다. 설탕 대신 천연식물 스테비아로 만든 ‘설탕 대신 스테비아’를 출시했다. ‘제품 한 봉지를 다 먹어도 0kcal로 당 걱정이 없다’는 입소문을 타고 이마트 트레이더스, 홈플러스, GS수퍼마켓 등 전국 대형마트에 입점했다. 이어 ‘설탕 대신 마스코바도’ ‘밀가루 대신 글루텐프리 타피오카 전분’ ‘소금 대신 죽염’ 등 건강을 생각한 ‘~대신’ 시리즈를 론칭했다. 지난 4월에는 식물성 대체육 ‘고기 대신’ 시리즈 출시했다.

출처: 바이오믹스테크 제공
윤 대표는 한국에 돌아와 푸드테크 기업인 ‘바이오믹스테크’를 세웠다.
출처: 바이오믹스테크 제공
식물성 대체 식품.

“콩 단백질, 밀 단백질, 버섯, 곤약, 해초 등 식물성 원료를 이용해 대체육을 만들었어요. 고기 근조직과 비슷한 모양과 맛을 내기 위해 2년간 연구개발했습니다. 돈가스, 함박스테이크, 양념 갈빗살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메뉴로 선정했어요.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이 0%입니다.


사람들의 육류 섭취가 늘면서 대량 사육을 하면서 화학적 성장촉진제나 항생제 남용, 환경 오염 문제 등이 생깁니다. 대체육은 채식주의자들만을 위한 식품이 아닙니다.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새로운 먹거리입니다.”


지난 4월에는 ‘매직 김치’ ‘매직 코리안 BBQ’ 제품이 중소벤처기업부의 ‘브랜드 K’ 제품으로 선정됐다. 브랜드K란 혁신적인 중소기업 제품 인증 브랜드를 말한다. ‘매직 김치’는 김치 양념 믹스파우더다. 무, 배추, 오이, 양배추 등을 김치 파우더와 버무리면 된다.


“전세계에 김치를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미국 뉴욕 팬시 푸드 쇼’에 갔을 때 김치 관련 부스에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김치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해외 교포나 한국 김치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김치를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김칫국물을 건조해 양념을 만들었습니다. 고춧가루, 소금, 마늘, 생강, 멸치액젓 등을 곱게 갈아 채소에 빨리 배어들게 했어요. ‘매직 코리안 BBQ’는 불고기 파우더입니다. 미국, 중국 수출용으로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출처: jobsN
바이오믹스테크 윤소현 대표.

대체 식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매출도 오르고 있다. 2017년 연매출 5억8000만원에서 2018년 18억6000만원, 2019년 43억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2020년 목표 매출은 190억원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지금까지는 제품 개발·생산, 오프라인 판매에 집중해왔습니다. 앞으로는 온라인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입니다. 또 좋은 제품을 만들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요. 미래 식품 산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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