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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6시간 걷는 아이들 구한, 한국인의 '최고 발명품'

조회수 2020. 9. 17. 09: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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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 선정 '최고 발명품' 만든 한국인이 아프리카서 하는 일
아프리카·동남아 오지에 태양광 충전소 설치
휴대폰 충전에 4~6시간 걷는 아이 학교로 불러
보조배터리 충전하는 동안 수업 듣고 귀가해

6월12일은 세계아동노동반대의 날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아동노동을 없애기 위해 2002년 지정한 기념일이다. ILO가 2017년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5~17세 아동 1억5000만여명이 노동을 강요받는다고 한다. 이 가운데 절반은 11세 이하 어린이다. 한창 학교에 다닐 나이에 교육의 기회를 빼앗기고 노동 현장으로 내몰리는 셈이다. 

출처: 요크 제공
장성은(38) 요크 대표.

장성은(38) 요크(YOLK) 대표는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개발도상국 어린이를 돕는다. 아이들은 돈벌이에 필요한 휴대폰을 충전하려고 매일 학교 대신 유료 충전소를 찾는다. 도보로 왕복 4~6시간을 걸어 충전소에 다녀오면 하루가 끝난다. 장 대표는 아이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태양광 패널을 소처럼 생긴 조형물에 달아 학교에 설치했다. 아이는 학교에서 태양광 에너지로 보조배터리를 충전하고, 그동안 수업을 듣는다. 요크가 만든 ‘솔라 카우(Solar cow)’는 2019년 11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최고의 발명품’으로 뽑혔다. 장 대표가 아프리카로 발걸음을 돌린 이유를 들어봤다.


-디자인을 배워서 태양광 스타트업을 차렸다. 창업 계기는.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 시카고 예술대학(School of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생각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수업이 많았다. 대학을 졸업한 뒤 이탈리아에 가서 디렉팅에 관해 더 공부하고 창업했다. 태양광에 디자인을 접목하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출처: 요크 제공
요크의 휴대용 태양광 충전기 ‘솔라 페이퍼’

-요크는 어떤 회사인가. 


“태양광 에너지와 디자인을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다. 지금은 에너지 보급을 통해 개발도상국 아동노동을 멈추게 하는 ‘솔라 카우 프로젝트’를 한다. 태양광 제품을 처음 만든 건 2014년이다. 2015년에는 태양광 충전기 ‘솔라 페이퍼’가 미국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킥스타터에서 100만달러(약 12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17년 솔라 카우 프로젝트 기획을 시작했다. 2018년 8월 아프리카 케냐에 처음 솔라 카우를 설치했다.”


-아동노동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나.


“솔라 페이퍼 등 태양광 제품을 만들면서 기획·제조·유통·광고 등 사업 전반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실적도 좋았다. 하지만 시장 확장성이 약했다. 조금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니 태양광이 가장 필요한 곳은 개발도상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지금도 아프리카에는 태양광 패널이 많다. 그래서 다른 회사처럼 패널만 만드는 것은 정체성과 맞지 않고 경쟁력도 없다고 생각했다.


유엔(UN) 보고서를 보니 2049년에야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전기를 보급받는다고 한다.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는 평생 전기를 못 써보고 죽는 사람이 있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에너지 사용에 제약이 많다. 그래서 교육에 주목했다. 우리나라도 교육 덕분에 발전한 부분이 크지 않나. 아프리카는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각양각색이다. 누구는 첫째라, 누구는 둘째라 학교에 못 간다. 여자라서 학교를 안 보내고, 남자는 가축 기르는 일을 도와야 한다고 배움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교육을 못 받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없다. 또 가난하니까 자식이 어릴 때부터 일을 시킨다. 이런 악순환은 대를 이어 되풀이된다.” 

출처: 요크 제공
소 조형물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만든 ‘솔라 카우’.

-이 문제를 태양광으로 풀 수 있나. 


“에너지와 교육 문제를 연결 지었다. 말로만 설득하려 해서는 변화를 끌어낼 수 없다. 이전에도 세계은행 등 여러 기관에서 아동 교육을 위해 손 내밀었다. 현지인에게 직접 돈이나 식량을 나눠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돈이나 식량이 떨어지면 부족한 부분을 계속 채워 넣어야 한다. 그래서 돈이 들지 않는 태양광을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케냐는 가난하지만, 휴대폰 보급률이 90%에 달한다. 먹고 살려면 휴대폰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기 수요가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 주민은 자식을 하루에 도보 4~6시간 걸리는 유료 충전소에 보낸다. 그래서 전기라는 경제적인 보상을 통해 부모가 자발적으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구조를 만들었다.”


-솔라 카우 프로젝트는 어떤 구조로 진행되나.


“전기가 보급되지 않는 지역 주민에 가정에서 쓸 수 있는 보조배터리를 나눠준다. 보조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태양광 충전소를 학교에 설치하면 아이는 매일 학교에 나와야 한다. 배터리를 충전하는 동안 수업을 듣게 하는 것이다. 배터리 용량이 너무 크면 굳이 매일 학교에 나올 필요가 없다. 그래서 3000mAh 정도로 배터리 용량을 정했다. 휴대폰을 한 대 충전하고, 5~6시간 불을 켤 수 있는 양이다.” 

출처: 요크 제공
솔라 카우로 충전한 보조 배터리로 휴대폰을 충전하는 모습.

-그럼 주민들에게 돈을 받지 않는 건가.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지속가능성에 관해 오래 고민했다. 공짜로 주면 주민 입장에서는 고맙다. 그런데 이 사업을 확장하려면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고객이 돈을 내야 좋은 제품이라는 걸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아프리카에 태양광 패널이 많다. 그런데 관리 문제가 있다. 고장 나서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기부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떠난다. 고장 나면 고쳐야 하는데, 돈이 든다. 그 돈은 누가 내나. 고칠 생각조차 못 한다.


솔라 카우도 관리하는 사람이 있어야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2년마다 배터리도 교체해야 한다. 그래서 가입비로 1명당 3달러를 받는다. 또 배터리 한 대를 쓰는데 매월 2달러를 받는다. 사용료는 지역이나 나라마다 다르다. 사설 충전소 요금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한 편이다.”


-사용료만으로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B2B(기업 간 거래)나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규모를 키우려 한다. 비정부 기구(NGO)나 공기관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데 돈을 쓰는 집단이 있다. 세계은행처럼 개도국 어린이를 학교에 보내려고 돈을 주는 곳도 있지 않나. 이런 곳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려 한다. 또 현지 회사가 할부로 제품을 구입하고 할부금을 갚아 나가는 개념도 고려하고 있다.”  

출처: 요크 제공
집에서 전기 등불로 밤에 공부하는 어린이들.

-솔라 카우는 어디에 얼마나 있나.


“아프리카 케냐·탄자니아와 동남아시아 캄보디아 등에 8대를 설치했다. 수혜자 수는 가족을 포함해 5000여명이다.”


-앞으로 계획은.


“솔라 카우에 라디오 기능을 넣을 생각이다. 아프리카는 전염병이 돌거나 내전이 발발하면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없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도 2년 동안 휴교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처럼 온라인 교육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만일 라디오 기능을 넣으면 학교에 가지 않아도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아동노동률을 낮추는 게 목표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아프리카는 일하는 어린이 비율이 20% 정도다. 적어도 10%까지 내려가게 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가 하는 일이 ‘나와 관련 없는 문제’로 느껴질 수도 있다. 사정은 딱하지만, 아프리카는 너무 먼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에 관한 관심이 뜨겁지 않나. 아프리카 13억 인구가 등유를 쓴다. 전기가 없으니 나무를 베어서 불을 밝히는 재료로 사용한다. 그러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고, 전 세계인이 함께 피해를 본다. 결국 같은 지구에 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 관심을 조금 더 많이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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