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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브로커 판치는 한국 성형관광, 제가 바로 잡을 겁니다

조회수 2020. 9. 17. 09: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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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유명 성형외과 의사가 불법 성형브로커를 보고 열받아 시작한 이 사업

한류 열풍을 타고 성형을 하려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급격히 늘었다. 한국 연예인 외모에 대한 동경, 한국 의사의 정교하고 빠른 손기술, 높은 성공률 등이 그 이유다. 외국의 유명 연예인이나 재벌들도 성형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중국 가수 왕롱도 한국에서 성형 수술을 받았다면서 비용까지 공개해 화제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18년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 수가 38만명에 달한다. 2009년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외국인 환자 유치·알선 행위를 허용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인이 11만 8310명(31.2%)으로 가장 많았다. 성형외과를 이용한 외국인 환자의 41.6%(2만7852명)가 중국인이었다. 우리나라 의료 관광 산업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의료 관광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여러 부작용이 생겼다. 그중 하나가 불법 브로커다. 중국인 환자에게 자신과 협업 중인 병원을 소개해주고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다. 현행법상 환자 유치 수수료율은 최대 30%까지 책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는 불법 브로커는 거의 없다. 보통 50~80%의 높은 수수료를 뗀다고 한다. 병원도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불법 브로커를 찾는다. 병원이 브로커에게 거액의 수수료를 주다 보니 수술비는 비싸지고 의료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인 환자는 비싼 돈을 주고 부실한 의료 서비스를 받아도 제대로 된 사후 관리를 받지 못한다. 불법 브로커들은 보증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성형 수술이 잘못되더라도 환자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신으로 돌아왔다. 한국 의료 서비스는 돈벌이에 혈안이 돼 환자의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말도 나왔다.


성형외과 전문의로서 불법 브로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사람이 있다. 환자와 전문의 병원을 직접 연결하는 O2O 서비스인 ‘코닥&미미’를’ 만들었다. ‘코닥’은 중국인 환자와 한국의 전문의 병원을 이어주는 중개 플랫폼이다. ‘미미’는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피부과, 산부인과, 치과, 안과 등 국내 1300여개 의료기관과 전문의 2500여명의 정보를 담고 있다. 의료 서비스의 개선에 기여하고 싶다는 뷰티 의료관광 플랫폼 '코닥&미미' 신현덕(50) 대표를 만났다.

출처: ’코닥&미미’ 제공
‘코닥&미미’의 신현덕 대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코닥&미미’ 대표이자 삼성라인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신현덕입니다. ‘코닥’은 한국을 찾는 중국인 환자를 위한 의료 서비스 중개 플랫폼입니다. ‘미미’는 내국인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1997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신 대표는 2006년 ‘삼성라인성형외과’를 개원해 성형외과 전문의로 탄탄대로를 달렸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한 건물을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쓸 정도였다. 안정적인 상황에서 스타트업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한 이유는 불법 브로커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전은 만만치 않았다. 자금 문제에 시달려 병원 규모를 줄여야 했고, 중국 법인 설립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성형외과를 운영하면서 한국 의료관광 시장이 불법 브로커들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2009년 의료법 개정 후 외국인 환자 유치가 허용되자 ‘K-뷰티’ 인기에 힘입어 많은 중국인 환자들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중국인 환자들이 늘면서 불법 브로커들이 생겨났습니다. 문제는 브로커 대부분이 미등록된 상태로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불법 브로커들은 환자에게 자신과 협업 중인 병원을 소개하고 그 대가로 병원에게 높은 수수료를 요구합니다. 현행법상 환자 유치 수수료율은 최대 30%까지 책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50% 이상을 요구합니다. 중국인을 상대로 하는 병원이 대거 생기면서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졌어요. 병원들도 이익을 얻으려면 불법 브로커에게서라도 외국인 환자를 알선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출처: KBS1 방송 캡처
불법 브로커들은 환자에게 자신과 협업 중인 병원을 소개하고 그 대가로 병원에게 높은 수수료를 요구한다.

문제는 불법 브로커로 인해 수술 피해를 받은 환자들이었습니다. 비싼 돈을 들여 수술을 받아도 제대로 된 사후 관리를 받지 못합니다. 국내의 불법 브로커 문제는 중국에서도 논란이 됐어요. 경쟁 관계인 중국의 대형 성형외과들은 한국 성형에 대한 문제점, 불법 브로커의 위험성 등을 부각했습니다. 2017년 중국 사드 보복(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과 맞물려 중국인 환자가 빠르게 감소했어요. 가장 큰 시장이었던 중국인들이 감소하면서 국내 관광 의료 산업에 위기가 왔습니다. 의사로서 직접 나서서 문제점을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중국인들에게 한국 의료 서비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2015년 '코닥’을 기획했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온라인 의료 서비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20여년 전 홍혜걸 의학 전문기자 등 의대 선후배들과 함께 온라인 의료 비즈니스 포털인 ‘몸누리’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의료 상담이나 건강·의료 정보 서비스 등을 제공했어요. 그러나 온라인 의료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고 2년 만에 접어야 했습니다. 불법 브로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인 ‘코닥’ 개발에 나섰습니다.

출처: ’코닥&미미’ 제공
‘코닥’ 구동 화면
출처: '코닥&미미’ 제공
‘미미’ 구동 화면.

‘코닥’은 중국인 환자와 한국 병원을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입니다. 피부과, 산부인과, 치과, 안과 등 국내 1300여개 전문의 병원 의료기관과 전문의 2500여명의 정보를 담았어요. 한국에서 의료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외국인은 ‘코닥’에서 의료기관과 전문의 정보를 얻고, 실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관광과 숙박에 필요한 정보도 전달할 예정입니다. 또 병원에서 만든 화장품이나 의료기기 등도 판매할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미미’는 국내 환자를 위한 서비스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의 병원의 정보만을 담았습니다. 환자가 의사와 직접 소통할 수 있어요. 환자는 가짜 후기 등이 아닌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비교·선택할 수 있습니다.


창업하면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습니다. 1년 안에 앱 개발을 끝내고 서비스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계획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뒤집고 엎기를 반복했습니다. 기존 성형 앱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환자 유치를 위한 가짜 댓글과 과장 광고, 서비스 질을 낮추는 가격 경쟁 등을 없애고 정확한 정보만을 담고 싶었어요.


또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코닥’의 주요 타깃은 중국인입니다. 의료 분야로 중국 마켓에 등록하려면 중국 법인을 세워야 합니다. 중국 의료법상 외국인이 중국 법인을 설립하려면 중국인 1인이 지분 51%를 소유해야 합니다. 투자를 받기 위해 중국 기업들과 접촉하기도 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서비스 준비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자금 문제에도 시달렸습니다. 사업에 매달리면서 자연스레 본업을 소홀히 하게 됐습니다. 결국 병원 규모도 크게 줄여야 했어요. 작년까지는 정말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출처: ’코닥&미미’ 제공
2019년 중국 상하이에 ‘코닥’ 법인을 설립했다.

노력 끝에 2019년 9월 중국 상하이 펑센구 동방뷰티밸리에 있는 중한창업혁신파크의 스타트업 육성 사업 지원을 받아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했고, 중국 마켓에 코닥을 등록했습니다. 이달 안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코닥’은 의료관광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30만~40만명의 중국인 환자가 타깃입니다. 중국의 뷰티앱 시장 점유율 20%가 목표입니다. 


같은 해 국내에는 ‘미미’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 환자를 위한 서비스입니다. 환자 DB를 거래하는 불법적인 일부 성형 앱과는 달리 철저하게 의료법을 준수하는 올바른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가짜 댓글과 과장 광고,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가격 경쟁 등을 막고 싶었습니다. 현재 일부 성형 앱에서는 저렴한 시술비용을 앞세워 마케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 경쟁 과열은 결국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집니다. 신뢰도가 하락하고 의료사고 위험성을 높입니다. 실제 서비스를 받은 고객만 인증을 거쳐 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또 대형 성형외과 위주의 광고 대신 의사 이력 등 사실 기반의 정보를 담아 환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환자와 의사가 1:1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직접 소통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들끼리 정보나 후기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 방향 커뮤니티는 거짓 리뷰 등과 같은 신뢰도 낮은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상 상담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코닥&미미’는 사업성을 인정받아 한국관광공사가 개최한 '2019 스마트관광 앱 개발 공모전'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출처: ’코닥&미미’ 제공
‘코닥&미미’의 신현덕 대표.

-성형시술 정보 앱들이 성형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외모는 개인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환자가 고민하는 부분을 성형이나 시술로 해결할 수 있다면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성형시술 정보 앱은 환자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외국인들이 성형뿐 아니라 안과 시력교정, 치과 임플란트 등 국내의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데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또 한국의 좋은 의료 정보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국내 의료관광 산업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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