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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렇게 입고 등산 갔다가 심한 말 많이 들었죠

조회수 2020. 9. 17. 09: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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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은 단체여행이 아닙니다. 레깅스 입고 편하게 올라보세요"
자칭 ‘등산 에반젤리스트’ 김섬주씨
IT업계 다니다 산오르기의 매력에 빠져
SNS로 산에서 휴식하는 법 전파

10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던 김섬주(39)씨는 3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 등산을 다니기 시작했다. 산행에 재미를 붙이고 인스타그램에 등산 이야기들을 올렸는데, 팔로워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SNS에 올리는 자신의 등산 이야기에 사람들이 열광하자 그는 직업을 등산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리고는 등산의 매력을 알리고 등산 문화를 개선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서 스스로 직업 이름을 '에반젤리스트'라고 붙였다. 하이킹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소개하고 등산 강의를 다니며 바쁘게 사는 그를 만나봤다.

출처: 김섬주씨 제공

- 스스로 붙인 직업명이 독특하다. '에반젤리스트'가 무슨 뜻인가?


"에반젤리스트는 1990년대 초에 미국 애플에서 만든 포지션 용어에요. 본인들이 하는 일과 가치를 대내외적으로 알리고 설득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등산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어서 스스로 '에반젤리스트'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 언제부터 등산을 좋아하기 시작했는가.


"직장 생활을 하던 때 친구의 권유로 주말마다 산행하기 시작했어요. 운동을 평소에 좋아했는데 천천히 산길을 걸으며 사색까지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제게는 너무나 매력적이었어요. 매주 토요일 산행을 기다리며 회사에 다닐 정도였으니까요. 사회와는 격리된 자연에서 생각하다 보니 복잡했던 마음이 냉정하고 차분하게 정리됐어요. 자신을 돌아보고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죠. 직장 생활에 대한 스트레스와 고민도 해결되는 것 같았습니다.” 

출처: 김섬주씨 제공

- 에반젤리스트로 일하기 전에는 어떤 일들을 했었나.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오래 일했어요. 힙합과 알앤비로 유명한 음악계 엔터테인먼트에서 음악을 배급하고 프로모션 하는 유통을 담당했습니다. 이후 IT 회사에서 일했어요. 크라우드 펀딩을 기획하는 일을 했죠. 그때부터 등산도 시작했습니다.”


- 취미로 시작한 등산을 직업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산행하며 등산 이야기를 SNS에 올렸어요. 등산하며 정리했던 생각들과 산행이 삶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풀어내다 보니 사람들이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내 이야기에 공감하고 반응하는 게 신기했어요. 그래서 개인 브랜드를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도 좋겠다는 생각했어요. 마침 직장에 대한 고민도 하던 시기였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김섬주씨

- 에반젤리스트로서 어떤 일들을 했나. SNS도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산행하면서 등산의 좋은 점들을 알리고 싶었어요. 아울러 젊은 사람들에게도 등산의 매력을 어필하고 싶었습니다. 에반젤리스트를 하나의 브랜드처럼 만들고 싶어서 일상의 나열보다는 아이템을 계획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등산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끝내는 과정이 마치 여행과 비슷해서 독립심을 가질 수 있고, 이것이 반복되면 능동적인 태도와 자신에 대한 자존감까지 가질 수 있다는 걸 강조했어요. 등산하며 만나게 되는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에 관해서도 이야기했고 자연이 왜 사람을 이롭게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많이 했습니다.”


- 처음 등산했을 때부터 의외로 패션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고.


“제가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처음부터 등산할 때 제가 가장 편한 운동복을 입고 산에 갔어요. 그게 레깅스였죠.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등산객이 중장년층이었고 모두 알록달록한 아웃도어 등산복을 입고 있었어요. 근데 저는 등산복보다는 제가 운동하는 데 있어서 가장 편하고 좋아하는 옷을 입고 싶었어요. 정형화된 틀을 깨고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레깅스에 간편한 티셔츠 하나를 입고 산에 갔어요. 제가 주로 사용했던 인스타그램이 사진 중심의 SNS이다 보니 그 이미지가 당시에는 파격적으로 생각됐나 봐요. 등산 중에 어른들이 한마디씩 하셨어요. 일부는 ‘젊은 사람이 남자 꾀러 산에 온 것 같다’며 비난하기도 했죠. 지금은 젊은 등산객들이 많이 늘었고 시중에 레깅스 등산복을 팔기도 할 정도로 이런 복장이 보편화됐습니다.”

출처: 김섬주씨 제공
등산하는 모습

- 등산하며 개선하고 싶었던 문화가 무엇이었나.


“단체 산악회 문화를 바꿔보고 싶었어요. 산악회 문화가 모두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타인은 배려하지 않고 자기 단체 위주로 관광하듯 등산하는 문화는 고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떠들거나 산을 훼손하는 음식 문화를 보며 눈살 찌푸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사실 그동안 등산에 관한 노하우나 정보가 단체 산악회 위주로 공유돼 왔어요. 대부분의 등산인이 산악회를 통해 등산에 입문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정보가 부족했던 탓이기도 해요. 제가 널리 정보를 공유하며 개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늘 개인 위주의 산행을 하자고 이야기해요. 자연을 걸으며 풍경을 보고 사색하는 시간이 많아져야 진정한 등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요즘은 산에 젊은 등산객들이 많아진 것 같다. 체감하는 변화가 있다면.


“최근 1~2년 사이에 젊은 등산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어요. 산행을 즐기던 기존 세대에 새로운 세대가 유입된 거죠. 젊은 사람들은 단체 산악회보다는 혼자 등산하거나 소수가 산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처: 김섬주씨 제공

- 산악인들의 등산과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본인 등산은 어떤 특징이 있나.


“제가 하는 등산은 도전과 모험을 추구하는 산악인들과는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요. 저는 생활 밀착형 등산이라고 보면 맞을 것 같아요. 하이킹하며 일상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산에서 휴식하는 방법을 알리고 싶어요. 그래서 저의 등산 가방은 늘 가벼운 편이에요. 1박 2일 코스로 종주를 할 때도 장비를 최소화해서 경량 하이킹을 합니다.”  

- SNS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에반젤리스트가 돈을 버는 방법도 궁금하다.


“인스타그램(@seomjoo.kim) 팔로워가 3만7000여명, 카카오스토리 스토리텔러 구독자가 8만6000명 정도 돼요.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은 주로 젊은 층이, 카카오스토리 구독자들은 어른들이 많아요. 요즘은 산행하면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고 인사를 건네요. 등산의 잘못된 문화들을 바꿔보려는 모습을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SNS를 보고 하이킹 프로그램 진행이나 강연, 방송 섭외가 많이 들어옵니다. 하이킹 프로그램은 기업이나 브랜드와 같이하는 경우도 있고 제가 스스로 기획해서 SNS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하기도 해요. 작년에는 강의만 50회 정도 했습니다.”

출처: 김섬주씨 제공
강연하는 김섬주씨 모습

- 등산을 얼마나 자주 하나.


“매주 1회 주로 주말에 등산하러 다녀요. 혼자 등산을 갈 때는 집 근처를 자주 갑니다. 북한산을 좋아해서 자주 올라가는 편이에요. 주로 국내의 구석구석 다양한 산들을 많이 돌아다녀요. 한국의 곳곳을 여행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합니다.”


- 등산 말고 취미가 있다면.


“워낙 운동하는 걸 좋아했어요. 등산한 이후로 대부분의 운동은 산을 오르는 일이죠. 등산 말고는 꾸준히 요가를 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해요. 다만 등산을 할 때는 쉴 때만 음악을 들어요. 산에서 이동하면서 외부 소음을 듣지 않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편하게 휴식을 취할 때만 듣습니다.”

출처: 김섬주씨 제공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김섬주씨. 왼쪽은 마라톤 대회 출전했을 때, 오른쪽은 서핑하는 모습이다

- 꿈이 무엇인가.


“다양한 삶을 살고 싶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등산을 하며 스스로 ‘에반젤리스트’라는 직업을 갖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쪽에서 일해보며 등산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등산 커뮤니티를 이어주는 역할도 하고 싶고, 유튜브를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기도 해요.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다양한 등산 문화가 있다는 걸 소개하고 싶어요. 아울러 기존에 고착된 등산 문화를 조금씩 개선하는 데 지속해서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글·사진 오종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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