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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아니면 운영자 퇴사" 8000억 기업 SNS에 무슨 일이?

조회수 2020. 9. 17. 09: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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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만 추종자 거느린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를 아시나요?
기업 공식 계정에 튀어나온 B급 감성 캐릭터
순정만화 말투에 빙그레 제품으로 치장
탄탄한 세계관으로 MZ세대 취향 저격

“안녕?”, “내가 누군지 궁금하오?”, “이 글을 보고 있는 그대… My sweet 바나나맛우유..♡”

출처: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빙그레우스 첫 게시물

올해 2월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에 알 수 없는 캐릭터의 셀카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이다. 팔로워들은 계정이 해킹당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빙그레 계정에는 별다른 설명 없이 같은 캐릭터의 셀카 사진이 6장 연달아 올라왔다.


머리에는 ‘바나나맛우유’ 왕관, 귀에는 ‘빙그레 로고’ 귀걸이, ‘빵또아’ 바지를 입고 ‘메로나’ 지휘봉을 든 이 캐릭터의 이름은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말투에 온몸을 빙그레 제품으로 치장한 그는 자신을 빙그레 왕국의 왕위 계승자라고 소개했다. 빙그레 인스타그램을 운영해 팔로워 수를 늘리면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빙그레우스의 말 ‘엔초 잘-팔리리’, 비서인 ‘투게더리고리경’, 공작 ‘옹떼 메로나 부르쟝’ 등 다른 빙그레 왕국 캐릭터들도 등장했다. 기업 공식 계정에 어울리지 않는 B급 감성 캐릭터들은 순식간에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팔로워는 3주 만에 1만7000명이 늘었다.

출처: 본인 제공
빙그레우스를 함께 기획한 빙그레 미디어전략팀 유화진 사원(좌)과 조수아 차장(우)

이런 파격적인 마케팅을 기획한 사람은 빙그레 미디어전략팀 조수아 차장. 2003년 빙그레에 입사한 그는 제품 브랜드 홍보를 전담해왔다. 지금은 빙그레 기업 브랜드 광고와 인스타그램 운영을 담당한다. 조수아 차장을 만나 빙그레우스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빙그레우스의 인기를 예상하셨나요.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요. 


“콘텐츠에 자신은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빨리 반응이 올 줄은 몰랐죠. 빙그레우스 첫 게시물을 올리자마자 고객센터에 이게 뭐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날 바로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차트에 오를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죠.  


요즘은 브랜드 로고나 상품명을 숨기고 고객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는 것이 마케팅 트렌드입니다. 그런데 빙그레우스는 빙그레 로고와 제품을 온몸에 휘감고 있죠. 다소 충격적인 외모의 캐릭터가 갑작스럽게 기업 공식 SNS에 등장한 것이 임팩트가 컸던 것 같아요. 솔직한 캐릭터 컨셉이 고객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셈이죠.

출처: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빙그레우스 캐릭터 설명

또 빙그레우스 게시물 하나하나는 모두 제품 홍보입니다. 하지만 연결해보면 빙그레우스의 왕위 계승이라는 하나의 스토리가 이어지죠. 생각보다 디테일하고 탄탄한 세계관을 갖고 있다는 점도 젊은 소비자가 좋아해 주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기업 캐릭터를 만들려고 한 건 아니에요. 인스타그램 운영을 위한 ‘화자’를 만들기 위해 시작했죠. 소비자들이 기업 계정을 팔로우하게 하려면 확실한 자아를 가진 화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제품 소식 등을 공지사항처럼 올리는 게 아니라 이야기로 전달하고 팔로워들과 쌍방향 소통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출처: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 붕어싸만코, 메로나 등 유명한 제품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막상 고객은 이 제품들이 ‘빙그레’ 제품인지 잘 모르세요. 제품 하나하나의 브랜드 이미지는 강하지만 빙그레라는 기업 브랜드와 이어지지는 못했죠. 빙그레라는 기업과 여러 제품 브랜드 간의 연결고리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게 빙그레 왕국 왕위 계승자 빙그레우스에요. 빙그레우스는 아주 직관적으로 빙그레라는 브랜드와 빙그레 제품들의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죠. 3달간 캐릭터, 그림체, 스토리 수정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빙그레우스를 완성했습니다.


또 대부분 고객이 빙그레 브랜드에 대해 ‘올드하다’, ‘변화가 없다’ 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어요. 빙그레우스를 통해 빙그레라는 기업이 젊고 변화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기성세대와 MZ세대(1980~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빙그레 제품들은 다양한 고객층을 타깃으로 해서 모두가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캐릭터여야 했죠. 그래서 기성세대들에게도 익숙한 그림체와 캐릭터 명을 사용했습니다. 


물론 이런 콘텐츠를 빠르게 퍼뜨릴 수 있는 건 MZ세대입니다. 이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요소를 넣는 게 중요했어요. 또 요즘 MZ세대는 모두가 불편해하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캐릭터 설정도 왕자나 공주가 아니라 ‘후계자’라는 표현을 사용했죠.”

출처: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비비빅군 캐릭터

-반응은 어땠나요.


“올해 2월 첫 업로드 이후 3달 만에 계정 팔로워가 약 3만5000명 늘어 13만명을 달성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등에도 여러 번 올라왔고요. 특히 빙그레 제품을 구매하고 빙그레우스를 태그해서 SNS에 사진을 올리거나, 빙그레우스 계정에 찾아와 댓글을 남기는 고객이 많았습니다. 빙그레우스 마케팅이 실제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고 뿌듯함을 느꼈죠. 


또 회사 내부적으로도 많은 응원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기업 SNS 계정은 유관부서가 아닌 이상 같은 기업 직원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런데 빙그레우스 이후로 많은 직원이 “계정을 팔로우했다”, “콘텐츠 또 언제 올라오냐” 등 말씀해 주셔서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죠.” 


-인스타그램 운영은 담당 부서에서 직접 하나요. 


“이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데요. 사실 SNS 채널 운영 관련 실무진이 저 포함 2명뿐입니다. 그래서 운영 자체는 대행사인 ‘스튜디오좋’에서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웃음’, ‘B급 감성’ 컨셉의 화자를 통한 인스타그램 운영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스튜디오좋에서 상세기획과 제작을 대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빙그레 왕국의 다양한 캐릭터

-비비빅군, 호위단장 더위사냥 등 새로운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추가되나요.


“빙그레우스의 왕위 계승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주변 인물뿐 아니라 적대 관계를 가진 캐릭터도 등장할 것 같습니다. 아이스크림·음료·디저트 등 빙그레의 다양한 제품을 캐릭터화해 빙그레 왕국 세계관을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려고 합니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다가오면 더 다양한 제품 캐릭터들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사실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고객만 볼 수 있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그래서 빙그레우스를 더 많은 고객에게 알리기 위해 SNS 외에 노출 채널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기획 중입니다. 또 7월쯤에는 빙그레우스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글 jobsN 오서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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