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에 데뷔한 '빠른 45년생' 여가수, 알고보니..

조회수 2020. 9. 17. 09: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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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이모 김다비와 유산슬이 성공한 이유, 멀티 페르소나
연예계와 가요계에서 부는 ‘부캐’ 바람
부캐는 멀티 페르소나 중 하나
현대인도 SNS로 멀티 페르소나 만들어
출처: 네이버 음악 서비스 VIBE 홈페이지
개그맨 김신영이 만든 부캐, 트로트 가수 '둘째 이모 김다비'가 5월1일 발매한 '주라주라' 앨범 커버

“김신영씨 닮은 것 같은데요?”

“그런 말 하면 나 섭섭해.” 


개그맨 김신영 ‘부캐’인 ‘둘째 이모 김다비’는 김신영과 닮았다는 말을 여유롭게 받아친다. 부캐는 ‘부 캐릭터’를 줄인 말이다. 원래 게임을 할 때 주로 쓰는 캐릭터 이외에 추가로 만든 캐릭터를 부캐라고 불렀다. 그러나 요즘 부캐란 단어가 좀 더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김신영이 트로트에 도전하면서 만든 가수 캐릭터도 부캐다. 김다비는 5월1일 근로자의 날에 노래 ‘주라주라’로 데뷔했다. 김다비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이다. 똑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는 부캐가 연예계와 가요계에서 뜨고 있다. 


◇‘둘째 이모 김다비’부터 BTS 슈가까지

출처: 다음 홈페이지 캡처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프로그램 소개에 유재석 '부캐'가 '본캐'와 동등하게 출연진으로 자리잡고 있다

부캐 열풍은 언제부터 불기 시작했을까. 김태호 PD가 만든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부터다. 트로트 신인가수 ‘유산슬’·드럼 연주자 ‘유고스타(유재석+링고스타)’·라면 요리사 라섹(라면 끓이는 섹시한 남자)·하프 연주자 ‘유르페우스(오르페우스). 거기다 라디오 DJ ‘유DJ뽕디스파뤼’와 치킨 튀기는 ‘닭터유’까지. 모두 개그맨 유재석이 ‘놀면 뭐하니?’에서 보여준 부캐다. 


‘놀면 뭐하니?’ 이전에도 부캐로 사랑받은 연예인이 있다. 바로 래퍼 ‘마미손’이다. 마미손은 래퍼 매드클라운 부캐다. 그는 분홍색 복면을 쓰고 2018년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777’에 나왔다. 복면 사이로 보이는 눈매와 랩 스타일 때문에 매드클라운 같다는 의심이 이어졌다. 마미손은 강력하게 부인하며 대중에게 웃음을 안겼다. 사람들은 둘이 같은 사람 아니냐는 지식인 질문에 다른 사람이라는 답을 달며 부캐 콘셉트를 하나의 유머로 소비했다. 대중과 마미손이 함께 부캐 세계관을 만든 셈이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에게도 부캐가 있다. 슈가는 솔로 믹스테이프를 낼 때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이름을 쓴다. 믹스테이프는 CD나 음원 유통 사이트가 아니라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한 노래나 앨범이다. 슈가는 지난달 22일 발표한 믹스테이프 ‘D-2’에서도 가수명 어거스트디를 사용했다. 그는 이번 대표곡 ‘대취타’ 가사에서 “꺾인 적이 없는 매출출출출출출출”이라며 회사 매출에 관해 말했다. “우리 방시혁 피디는 매일 춤춤춤춤춤춤춤”이라며 소속사 대표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이돌 슈가로서는 할 수 없는 말을 어거스트디라는 부캐로서 얘기했다는 해석이 있다. 

출처: 빅히트 유튜브 계정 'Big Hit Labels' 캡처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가 부캐 '어거스트 디'(Agust D)로 5월 22일 발매한 'D-2' 대표곡 '대취타' 뮤직비디오 장면

◇부캐의 다른 이름, ‘멀티 페르소나’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매년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소개하는 책 ‘코리아 트렌드’를 낸다. 올해 트렌드 중 하나가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다. 페르소나는 ‘가면’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다.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가 사용하는 가면이나 역할을 뜻한다. 심리학에서 타인에게 보여주는 외적 성격을 말하기도 한다. 멀티 페르소나는 자아가 여러 개라는 뜻이다. 개인이 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으로 변해 다양한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둘째 이모 김다비는 김신영이 가진, 어거스트 디는 슈가가 가진, 그리고 유산슬은 유재석이 가진 페르소나 중 하나다. 


사람들이 멀티 페르소나 혹은 부캐란 콘셉트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멀티 페르소나는 연예계나 가요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김난도 교수는 “현대인은 정체성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직장에서 근무할 때와 퇴근 후 정체성이 다르다. 평소와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와 관련된 것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것)할 때도 다르다. 자신도 모르게 멀티 페르소나를 만들고 있었던 셈이다. 멀티 페르소나를 지닌 현대인들은 ‘부캐’ 콘셉트에 공감했다. 유산슬이 유재석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러면서도 ‘진짜’를 찾아내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보여주는 자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긴다. 

출처: 네이버 영화 홈페이지
감독 4명이 페르소나 가수 겸 배우 이지은(아이유)을 다른 시선으로 풀어내 시리즈 4편을 만든 영화 '페르소나' 스틸컷(해당 사진은 본문 내용과 무관함)

◇SNS에 존재하는 여러 자아들


현대인이 가진 멀티 페르소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사람들은 한 SNS에서 여러 자아로 활동하기도 한다. 이들은 부캐와 비슷한 ‘부계정’을 만든다. 대표적인 SNS가 인스타그램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쉽게 계정을 여러 개 만들 수 있다. 즉 공개 계정과 비공개 계정을 만들어 계정별로 다른 내용을 게시할 수 있다. 공개 계정을 ‘린스타(진짜 계정·real instagram account)’라 부르고, 비공개 계정을 ‘핀스타(가짜 계정·fake instagram account)’라 부른다. 린스타는 모두가 게시글을 볼 수 있도록 전체 공개로 설정한다. 핀스타는 친구를 맺은 사람만 게시글을 볼 수 있도록 설정해 사적인 내용을 올린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최근 들어 방송가에 부캐가 트렌드로 자리한 건 우리네 생활 방식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취미 생활이 가능해졌다. 사람들은 일의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신을 찾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전에 부캐는 말 그대로 부차적인 캐릭터였다. 하지만 요즘 부캐는 다양한 내 모습 중 하나다. 부캐로 살아가는 시간이 늘면서 부캐도 본캐 못지않은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 능력으로 사람들은 또 다른 성장을 한다. 이들은 김다비와 유산슬의 성장을 응원하며 그 속에서 자신의 또 다른 삶이 성장할 가능성을 보고 있는 셈이다. 


글 jobsN 장민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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