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구찌'로 불리다가 요즘엔 '인간샤넬'로 불립니다

조회수 2020. 9. 17. 09: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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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설명보다는 뇌리에 박히는 문구가 더 효과를 발휘하기도
출처: 제니 인스타그램 @jennierubyjane
블랙핑크 제니

‘인간 구찌’, ‘인간 샤넬’.


인터넷 검색창에 인간 구찌나 인간 샤넬을 넣은 다음 결과물을 보면 걸그룹 ‘블랙핑크’의 제니가 보인다. 제니가 명품 브랜드 ‘구찌’의 여러 옷들을 멋지게 소화한다는 의미다. 걸어다니는 구찌라는 말도 나왔다. 제니가 2018년 샤넬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인간 샤넬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많이 알려진 명품 브랜드가 제니의 별명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를 모르는 대중에게까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었다. 제품 뿐 아니라 제니도 홍보 효과를 누린 셈이다.


만약 인간 구찌나 인간 샤넬 대신 ‘고급스러움이 잘 어울리는 아이돌’, ‘명품 모델에 제격인’, ‘명품 브랜드를 잘 소화하는’ 등 구체적으로 그의 이미지를 설명하는 수식어가 붙었다면 어땠을까. 인간 구찌, 샤넬보다는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연예인들 가운데 한 명이라는 느낌이 더 들지 않았을까.


가끔 긴 설명보다는 영향력 있는, 뇌리에 박히는 문구가 더 효과를 발휘할 때가 있다. 매번 혁신적인 제품으로 전세계인들의 지갑을 털어가는 애플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황당한 물건을 파는 데 성공했다. 

출처: 애플 제공
아이팟 셔플과 아이팟 나노

2005년 애플은 신제품 MP3를 출시했다. MP3 기계들에 당연하게 들어가는 화면이 없는 제품이었다. 디스플레이가 없으니 현재 재생 중인 노래는 물론 다음 나올 곡목조차 확인할 길이 없었다.


불편하고 황당하기까지 한 이 상황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애플은 이 제품에 ‘셔플(shuffle, 마구잡이로 뒤섞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신 카피 한 줄로 고객들을 빨아들였다. ‘Life is Random(인생은 어차피 예측불허)’.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 인생인데 다음에 무슨 노래가 나올 지가 뭐 그렇게 중요하냐는 은유였다.


젊은이들은 이 카피에 열광했다. 아이팟 셔플은 2017년 단종했지만 아직까지 중고 시장에선 인기다. 거래가 일어날 정도로 매니아층이 굳건하다. 올해 초에는 전세계적인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아직까지 사용하는 제품으로 매스컴을 타기도 했다.

출처: 조선DB
2019년 5월 서울 성수동 ‘블루보틀’ 1호점 건물 앞 풍경. 블루보틀을 방문한 고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다

애플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다. ‘커피계의 애플’, ‘전자담배계의 애플’ 이런 표현이 자연스럽다. 커피계의 애플은 스페셜티 커피 매장 ‘블루보틀’을 말한다.


국내 1호점을 차릴 당시 이런 은유적 표현으로 관심을 끌었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카페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대한민국이다. 블루보틀에선 애플만큼 특별한 커피를 만날 수 있고 그 커피를 마시면 마치 애플 유저만큼이나 쿨해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1호점은 오픈 첫 날부터 줄이 매장 밖까지 길게 늘어섰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출처: 조선DB
이탈리아 치약 마비스

명품은 그 자체로 최고의 은유다. ‘치약계의 에르메스’, ‘치약계의 샤넬’이라고 불리는 마비스 치약도 마찬가지다. 사실 치약이 좋아봤자 얼마나 좋을 수 있을까. 근데 이 치약은 유럽여행에서 돌아오는 이들의 캐리어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제품이다. 그 먼 곳에서부터 싸 짊어지고 올 정도니 얼마나 유명한 지는 말다했다. 주로 선물용 많이 쓰인다고 한다. 명품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호감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지 않을까.

출처: 출판사 더퀘스트 제공
도서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표지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상대방이 이해하기 어려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설명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이럴 때 은유를 사용해보는 건 어떨까.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상대방의 머리에 개념을 더 확실하게 꽂아줄테니 말이다.


조금 더 예를 들어보자. 청년들이 기회의 불균형으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당신이라면 어떻게 드러내겠는가. ‘청년들은 불공평한 기회 때문에 힘들어한다’ 정도로 정리할까. 직설적인 이 문구도 좋겠지만 이건 어떨까. ‘청년들은 지금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다’. ‘체육계에 적극 후원을 하겠다’는 내용보다는 ‘제2의 김연아, 손흥민을 키우겠다’는 문구가 목적을 더 분명하게 드러낸다. ‘판교에는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입점해 있다’ 보다 ‘판교는 한국의 실리콘밸리입니다’가 더 확실하게 의미를 전달한다.


은유적 표현은 말하는 사람을 더 재치 있어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다. 다만 이런 표현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위해선 공부와 연습이 필요하다. 재료가 있어야 요리를 할 수 있고, 요리도 자주 해봐야 느는 것일테니 말이다. 우리 물건과 서비스는 이렇다고 긴 설명을 하기보다는 짧은 메시지를 던져보는 건 어떨까. 번뜩이는 재치로 빛날 당신의 비즈니스를 응원해본다.


-출처: 도서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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